라덕연 대표-김익래 회장 서로 책임 전가 법적 조치…투자자도 불법 거래 관여 증거 나오면 공모관계 기소
자본시장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겉으로 보도되는 것보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의사, 기업 대표 등 '1%'의 투자자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 투자액 단위도 수억 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자로 보도된 이들을 ‘단순한 피해자’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실적이 좋고 거래량이 적어 주가를 띄우기 좋은 종목만 골라 통정매매(사고파는 시점과 금액을 미리 정한 뒤 하는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새로운 주가조작 방법’이라는 평도 나온다.
#라 대표를 '종교'라 부른 임창정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가수 임창정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논란이 더 커졌다. 특히 임 씨가 투자자들 앞에 서서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 투자자문사 대표를 ‘종교’라 칭하며 신뢰를 표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부른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지적도 나온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임창정 씨는 청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라 대표에 대해 “(나는) 근데 또 저 XX한테 돈을 맡겨. 아주 종교야”라고 칭한다. 이 자리는 역시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골프회사가 2022년 12월 개최한 투자자 모임이었는데, 임창정 씨는 이어 “너(라덕연 대표) 잘하고 있어. 왜냐면 내 돈을 가져간 저 XX 대단한 거야. 맞아요, 안 맞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청중 사이에서는 “할렐루야, 믿습니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자본시장에서는 임창정 씨가 원래 ‘업계 큰손’들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CB(전환사채) 투자 큰손 중 한 명은 “임창정 씨가 자본시장이라고 쓰고, 주가조작 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며 “H 사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임 씨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임창정 씨는 라덕연 대표가 주도했던 투자 단순 참여를 넘어, 함께 사업을 하려 했던 의혹도 받고 있다. 라 대표와 함께 투자해 세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법인등기부에 임창정 아내 서하얀 씨와 주가조작단 관계자들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임 씨 측은 “일부 오해될 만한 발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투자를 부추기진 않았다”며 “오보다. 주가조작 일당에게 30억 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은 다 잃고) 빚 60억 원만 생겼다.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라 대표와 김 회장 '책임 떠넘기기'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금융당국 추산 대략 1500여 명. 주가 조작 피해 금액도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두고, 이익을 본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라덕연 H 투자컨설팅 대표는 KBS 등 주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임창정 씨를 포함) 위탁매매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통정매매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게 시장 교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위탁매매만 불법일 뿐, 정상적인 투자를 했다는 입장인 셈이다.
김익래 회장의 행보를 금융당국이 의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고점에 현금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폭락사태 직전인 4월 2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 3245원에 처분해 605억 4300만 원을 벌었다.
김 회장은 2022년 6월 23일부터 9월 26일까지 21차례에 걸쳐 다우데이타 주식 3만 4855주를 집중 매입했는데, 그 후 주가는 급등했다. 2022년 10월 중순 1만 3000원대 수준이었던 주가는 지난 2월 7일 5만 3200원까지 291% 올랐다.
한때 라 대표와 김 회장이 ‘한 세력’이라는 지목도 받았지만 서로 선을 그으며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라덕연 대표는 “하한가 사태는 SG증권과 연계된 키움증권에서 대량의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시작됐다”며 주가 폭락의 피해는 김 회장 탓이라고 지목했다. 법적조치도 예고했다. 라 대표는 “일단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를 하나 넣고 (검찰·금융당국에) 진정서도 넣고 밤을 새우면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키움증권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4월 28일 “공교롭게도 그때 (김 회장이) 매각을 했던 것이고 우연의 일치”라며 라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디까지 처벌될까
또한 라덕연 대표 측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 중 일부는 라 대표와 스크린골프 연습장 안 아무개 대표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할 계획인 상황이다.
이들은 “투자금 대비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차액거래결제(CFD) 계좌를 통해 무리한 투자를 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투자자 동의 없이 레버리지 거래를 했고 큰 손해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덕연 대표 측과 키움증권 측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접수되면, 서울남부지검이 본격적인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는데, 고소인 조사 및 압수수색 물품 분석이 나오면 핵심 피의자들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라덕연 대표가 위탁매매 불법 여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정했기에, 법조계에서는 △통정매매 여부 △임창정 씨 등 투자자들의 사전 공모 여부와 정도 △주가급락 전후로 라 대표 및 김 회장 등 투자자들 비공개 정보 확보 여부 등 자본시장법 위반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 중에서도 ‘불법 거래 관여 증거’가 나온 이들은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처벌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수사 흐름에 밝은 한 법조인은 “수백만 원도 아니고, 수억~수십억 원을 투자하면서 구조를 알지 못하고 그냥 투자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 검찰 역시 이를 입증할 증거를 라 대표 측과 투자자 모두에게 요구할 것”이라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주가조작 세력의 ‘쩐주’가 되는 것이다. 되레 휴대폰 등 디지털 증거에서 ‘공모’를 의심할 증거가 나온다면 피해자가 아니라 공모관계로 함께 기소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증권사 CFD 계좌를 통한 주가조작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기존에는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사 관련 호재를 만들어 내 주가를 띄우는 방식의 주가 조작이었다면 이번에는 회사와 상관없이 시장 거래만 했고, 심지어 자본금보다 훨씬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가를 몇 배로 띄운 것이 특징”이라며 “위탁매매, 통정매매, CFD 계좌 통한 주가 급등은 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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