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형 식품업체의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전 배경으로 주가와의 함수관계를 꼽는 시각도 있다. 최근 주가상승과 더불어 식품업체들도 덩달아 주가가 상승세다. 달러화 약세와 고유가 등 한국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상황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내수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식품업계가 그에 발맞게 변신한 것도 최근 탄탄한 성장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번에 매물로 등장한 대림수산은 어묵, 맛살 등 수산물 가공업을 위주로 하는 업체다. 2003년 9월에는 대림식품을 합병해 어묵, 맛살 외에도 햄, 돈가스 등의 냉동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432억 원의 매출과 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림수산 인수에는 국내 식품업계 빅4 중 대상을 제외한 CJ, 오뚜기, 동원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J는 인수 참여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CJ의 행보를 볼 때 대림수산은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2조 4599억 원의 매출을 올린 업계 1위 CJ는 지난 2000년 전통 장류 제조업체인 해찬들 지분 50%를 인수한 뒤 2005년 12월 나머지 50%마저 사들였다. 가공식품에 이어 신선식품으로 사업다각화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에는 프로골퍼 박지은이 대주주로 있는 것으로 유명했던 삼호F&G도 CJ로 넘어갔다. CJ가 삼호의 지분 46.2%를 200억 원에 확보해 수산물 가공업에도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식당 체인부터 장류업체까지 식품업의 기본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CJ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또다시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M&A 호재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림수산의 시가총액은 2379억 원(4월 21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50% 이상의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1189억 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325억 원을 올린 CJ로서는 아직까지는 인수 여력이 충분한 편이다. 그러나 이미 삼호F&G를 인수한 이상 대림수산에는 비교적 느긋하게 대처할 수 있다.
가공식품업계 2위인 대상은 지난해 45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보는 등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오너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내홍을 겪고 있어 대림수산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할인점 등에서 상당한 유통력을 지니고 있는 대상은 최근 식품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즉석밥 시장에 CJ, 오뚜기, 동원F&B, 라면업체인 농심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편 업계 3위인 오뚜기는 대림수산 인수로 수산물 가공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을 갖고 있다. 마요네즈와 케첩 등으로 경쟁력을 다진 오뚜기는 즉석식품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90년대 이후에는 라면과 참치 캔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메이저급 식품업체로 발돋움했다.
어묵분야는 오뚜기가 냉장 진열대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분야. 냉장 진열대는 햄이나 두부, 콩나물을 파는 CJ와 풀무원의 독무대였다. 말하자면 CJ의 햇반에 도전장을 냈던 오뚜기가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뚜기는 조심스럽다. 오뚜기는 조회공시에서 “인수 검토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오뚜기가 대림수산을 인수하게 되면 장류와 조미료 시장에 치중하고 있는 대상을 추월해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대상의 매출액은 1조 301억 원, 오뚜기가 9809억 원이다. 대림수산의 지난해 매출액은 1432억 원으로 만약 인수에 성공하면 오뚜기의 매출액은 1조 1733억 원이 된다. 또 수산업 기반이 없는 오뚜기로서는 새로운 사업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오뚜기는 이미 참치 통조림을 판매하고 있어 수산물 가공식품을 내고 있는 대림수산과의 궁합도 비교적 잘 맞는 편이다.
한편 식품업계 빅3에 끼지 못하고 있는 동원F&B는 대림수산 인수로 빅4 반열에 오르길 희망하고 있다. 동원은 조회공시에서도 “동원엔터프라이즈(지주회사)가 대림수산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대답했다.
동원그룹 내 식품가공업체인 동원F&B의 지난해 매출액은 6410억 원으로 빅3 업체처럼 1조 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동원F&B의 주력 품목도 먹는샘물과 김치 등 단출한 편이다. 때문에 대림수산을 인수할 경우 가공식품 분야로 상품군을 넓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동원F&B가 대림수산을 인수하게 되면 7842억 원의 매출액으로 3위인 오뚜기에 근접한다. 식품사업과 증권업종밖에 없는 동원그룹으로서도 식품사업을 키울 필요성이 절실하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그룹의 주력인 동원금융그룹은 큰아들에게, 식품 사업군은 둘째 아들 쪽에 물려줄 구상을 하고 이미 그룹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완료한 상태라 더욱 그렇다.
누가 대림수산의 최종 임자가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