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고령화, 생산 연령층 높아진다...실버형 일자리 창출 필요
- 스웨덴 '대디먼스' 덴마크 '아동수당' 등 해외 저출산 정책 '눈길'
- 대구로택시 연계 임산부 교통 바우처, 육아전문가 매칭 등 제안
[일요신문] "결혼 꼭 해야 하나요?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거죠."
결혼에 대한 20~30대 대구 청년들의 인식이다.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고용·소득·주거 등 불안정, 자녀 양육 교육비 부담, 일·생활 불균형,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달 25일 대구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새시대 희망포럼(대표 황순자 의원)에서 황순자, 이성오, 김대현, 이재숙, 하중환, 정일균, 김재용, 윤권근, 김정옥, 박소영, 육정미 의원이 함께 저출산 해소 정책 등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이날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팀장 정영태)은 '저출생 정책 벤치마킹을 통한 대구지역 초저출생 대응방안 연구' 결과보고회를 발표했다.
초저출생은 국가생존과 직결된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분석한 저출생 현황, 인구·가구변화, 시나리오는 대구는 물론 한국의 암울한 미래를 여실히 드러냈다. 포럼에선 이 같은 문제들을 두고 청년·인구·저출산·지역 일자리 등 다각도로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논의했다.
- 청년 "결혼, 그때 가봐야 알죠"…결혼제도 여성에게 불평등 인식↑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은 대구 20~30대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7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들은 결혼에 대해 '그때 가봐야 안다(41.3%)', '해야 된다(31.0%)', '하지 않아도 된다(27.8%)'로 조사됐다. '결혼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49.2%)'는 절반 수준이다. 이상적인 자녀수는 2명이지만, 현실 희망 자녀수는 1명이다. '자녀를 키울 자신이 없다(52.2%)'는 인식이 강하다. 자녀없는 생활선호(19.6%), 경제적 부담 (15.2%), 사회생활지장(6.5%), 환경 등 미래사회불안(6.5%) 순으로 나왔다. 비혼주의가 특정세대의 문제라기보단 경제 부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에 힘이 실린다.
자녀 양육 희망지역 1위는 수성구(36.0%)로 꼽혔다. 이어 달서구(17.0%), 서울·수도권(11.5%), 북구(8.3%), 동구(7.0%), 달성군(5.0%), 중구(4.0%), 남구(3.5%), 서구(2.8%) 순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학군과 지역 경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 역시 저출산 문제를 '매우 심각하다(73.5%)'고 봤지만, 대책에 대해 불만족(89.8%)이라고 했다. 저출산 원인으론 자녀 양육·교육비 부담(32.8%), 힘든 취업과 불안한 직장(36.8%), 출산·육아가 여성의 일로 인식하는 사회문화(17.5%), 결혼·출산보다 취업·경력 개발이 중요(5.8%), 자녀를 적게 낳아 잘 키우기 위해(3.3%), 자녀가 없어도 가족생활이 문제 되지 않아서(1.8%), 노후 생활에 자녀가 도움이 되지 않아서(1.0%) 등으로 나왔다.
특히, 결혼 제도의 평등 정도를 두고 10명 중 3~4명(35.3%)가 현 결혼제도가 여성에게 불평등한 것으로 인식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하는 정책으론 부모급여 확대(21.3%), 국공립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강화·방과후 교육지원(20.3%), 임신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출산 후 복귀 시 돌봄 양육지원(19.0%), 가족 돌봄 휴직제도의 확대(18.8%), 자녀 수에 맞는 공공 임대주택 마련(12.5%), 신혼부부 특례대출 마련(8.3%)으로 나왔다.
- 갈수록 줄어드는 신혼부부…남·서구 '심각'
대구지역의 신혼부부는 2015년 6만 2881쌍에서 2021년 4만 5094명으로 급감했다. 2021년 구군별 혼인 건수로 달서구, 북구, 동구, 달성군, 수성구 순으로 집계됐고 모두 1000쌍대이다. 나머지 남구, 중구, 서구는 500쌍 아래로 급감했다.
혼인은 출생률과 연결된다. 대구 구군별 합계출산율과 출생아수는 달성군 1.24명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줄어든 곳은 남구(0.54명), 서구(0.47명)이다. 2010년 달성군의 합계출산율은 1.535명이었지만, 2022년 1.140명으로 감소했다.
국내의 신혼부부는 2016년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초혼 비중은 감소했지만, 재혼 비중은 느는 추세다. 2021년 초혼 비중은 79.1%로 2016년(80.1%)보다 감소, 재혼은 20.6%로 2016년(19.8%)보다 증가했다.
국내의 평균 남성의 초혼 연령은 33.7세, 여성은 31.3세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특이점은 2012년 초혼의 남녀 격차는 남성 1.6세, 여성 1.9세였으나, 2010년에는 남성 2.7세, 여성 2.3세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 출산율 하락, 인구 절벽으로 이어진다
2022년의 출생아 수는 24억9000명이다. 이는 1970년 100억6645명 대비 -75.2% 감소한 것이다. 반면 사망자 수는 늘었다. 1970년 사망자는 25만8589명인데 반해 2022년에는 37만2800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와 경제적 사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 전국 출산율은 0.808명이다. 세종(1.277명), 전남(1.017명), 강원도 0.979명), 경북( 0.966명), 충남(0.963명), 제주(0.951명), 충북(0.949명), 울산(0.940명), 경남(0.903명), 광주(0.896명), 경기(0.853명), 전북(0.850명), 대전(0.810명), 대구(0.785명), 인천(0.778명), 부산(0.728명), 서울(0.626명) 등이다.
저출산은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2020년 국내 인구는 5184만명으로 이 가운데 대구는 241만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2050년 한국은 4736만명(-8.6%), 대구는 181만명(-25.2%)으로 인구가 감소한다. 1985년 대구가 202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2050년 인구가 가장 줄어들 것으로 나타난 지역은 울산(-25.9%), 대구(-25.2%), 부산(-25.1%) 등의 순이다.
눈에 띄는 점은 세종시의 경우 오히려 인구가 늘 것이란 전망이다. 2020년 세종시 인구가 35만명인 반면 2050년에는 63만명(81.8%)으로 나온다. 현재의 양육, 교육, 복지 시스템이 주효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 아이의 출산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30~34세의 출산율이 76.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모의평균 출산연령의 출생아 수를 보면 전국 평균 출산 연령은 33.36세이다. 대구는 33.31세로 다자녀로 갈수록 연령을 상승하고 있다.
- 고령인구 증가→ 생산연령↑…'실버형 일자리' 창출 시급
2020년 대구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39만명이다. 시나리오대로라면 2050년에는 76만명으로 1.9배 증가한다. 고령인구를 위한 사회적 복지제도의 연착륙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위연령의 평균도 크게 높아진다. 2020년 국내 중위연령 평균은 43.7세, 2050년에는 평균 57.9세로 상향 조정된다. 대구의 경우 2020년 44.8세에서 2050년 58.9세로 높아진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서울과 경기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증가는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 노인층에 대한 다양한 복지 정책과 바우처 사업 등은 쏟아져 나오지만, 대부분이 '퍼주기식'에 불과하다.
단순히 고령층을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하도록 돕고 사회에 공헌할 만한 '실버형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 구군별 장래인구는 달서구의 감소세를 보면 뚜렷하게 보인다. 시나리오를 돌려보면 2040년 기준 대구 달서구의 인구는 43만 2643명으로, 2010년 북구 인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2040년 수성구는 2010년 동구(33만7529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 스웨덴 '대디먼스' 등 해외 저출산 정책 '눈길'
'프레드(Friend daddy).' 스웨덴에서 탄생한 신조어로 아이들이 아빠를 친근히 부르는 용어이다. 스웨덴은 '대디먼스(Dady Month)' 의무육아 휴직제도가 1974년 첫 도입되면서 현재 완벽히 정착된 상태다. 아기를 낳게 되면 480일 중에서 남성은 90일 이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이 법제화됐다. 덕분에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유년기를 보낼 수 있다.
덴마크는 아동수당을 준다. 아동(0~14세)과 청소년(15~18세)으로 나눠 수당을 지급하고 부모가 각각 절반씩 수령한다. 이혼으로 갈라설 경우 주 양육권에게 전액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이혼할 경우 양육권 문제를 두고 법정다툼이 잦은 편이다. 법제화에 따른 경제적 사유에 함께 자기 자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자리 잡은 것이 주목된다. 자녀들의 학교 등교가 15% 이상 결석이면 수당지급은 중단된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교육기준청이 관리하는 가정보육사가 있다. 아이들이 보육사의 집에서 하루 2시간 이상 돌봄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가정보육사는 경력, 범죄이력 조회, 자격 요건 등을 확인해 부모들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보육사'임을 알려준다.
캐나다 퀘벡은 출산 휴가 시 75% 수준 소득대체율 유급휴가를 준다.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의 경우 66% 이상 소득대체율을 유급휴가로 5주 준다. 일본은 방과후아동교실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며 학교 안·밖의 돌봄사업이 일원화된 상태다. 캐나다 퀘벡은 출산 휴가를 75% 수준의 소득대체율 유급휴가로 준다. 프랑스는 주택수당이 있다. 사회적주택·개별주택수당으로 나눠 가족형, 1~2인 가구, 대학생, 고령자, 장애인 등을 지원한다.
한편 국내에서도 저출산 정책 가운데 우수사례가 상당히 많다. 대구 달성군의 경우 '예쁜 이름 지어주기 지원'으로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 신생아 무료 작명을 지원한다. 현장에서 국내 우수사례와 해외 사례들을 조합해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내게 되면 국내의 인구 추락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현직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대구시의회, 인구대응 위원회 구성해야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은 대구맞춤형 정책으로 '인구대응위원회' 등 구성을 제안했다. 지속적인 인구대응 기초 데이터를 만들면서 시민들과 공모 등을 통해 정책을 함께 발굴하자는 취지다.
'남성육아휴직조례'를 신설하자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면 양성 평등적 기업문화로 바뀌고, 이것은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도 환영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기업관리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식 전환 교육, 육아휴직에 따른 재정적 지원 추진 근거도 필요하다.
'대구로택시'와 연계한 임산부 바우처 도입을 신설도 설득력 있다. 현재 대구로택시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이 부족해 빈 택시가 많다. 임산부에게 바우처를 도입하게 되면 택시업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임산부와 태아에게 안락한 교통편이 제공된다.
이밖에 '신혼부부주택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육아맘(동네육아지원) 전문가 매칭, 가족과 가치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족 롤모델 홍보와 시군별 맞춤형 정보 제공도 나왔다. 단순히 주민센터에서 혼인신고를 할 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인증하며 홍보물을 받는 것보다 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연구책임자인 정영태 팀장은 "인구계획과 저출산 계획 연계를 위한 인구대응 TF·T 또는 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인구 대응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고 육아휴직에 따른 재정적 지원 추진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대구로 택시 연계 임산부 교통 바우처 도입과 육아 전문가를 매칭하는 등 대구시만의 정책을 제안했다.
새시대희망포럼 대표 황순자 의원은 "국가 주도의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대구지역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반영한 저출생과 인구 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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