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GS그룹 본사에서 열린 `CI 및 경영이념 선포식에 참석한 구본무 LG 회장(왼쪽)과 허창수 GS 회장. | ||
그러나 최근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잇단 사회환원 약속을 할 정도로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심상치 않은 상태다. 참여연대가 글로비스와 광주신세계를 동시에 고발하자 신세계는 참여연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는 재벌상속개혁 보고서에서 LG와 SK 등 재계 서열 5위 안에 드는 업체들의 부당내부거래를 지적하고 있다. SK의 경우 이미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실형을 살아 이미 사회적 면죄부를 받은 상황이다.
LG는 지주회사 체계 개편 과정에서 LG석유화학 주식 거래와 관련, 오너 일가가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문제로 참여연대와 소송 중이다. 재계에서는 사회공헌기금을 헌납할 다음 타자가 LG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 후 비교적 모범적인 지배구조로 탈바꿈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본무 회장으로부터의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장기적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LG그룹 오너 일가는 1999년 LG화학이 가지고 있던 LG석유화학의 비상장 주식 2744만 주(지분 70%)를 주당 5500원에 매입했다. 매입에 참가한 이들은 구본무 회장, 장녀인 구연경 씨,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허창수 GS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승조 GS리테일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부사장, 허명수 GS건설 부사장 등 15명에 이른다.
이들은 5500원에 매입한 주식을 LG석유화학이 상장(2001년 7월)된 후인 2002년 1월부터 9월까지 주당 1만∼2만 원에 장내 매각했다. 그 중 632만 주는 다시 LG화학에 1만 5000원에 되팔았다. 당시 오너 일가는 이를 통해 적어도 1807억 원에 이르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이 주식거래에 대해 LG 측은 1999년 당시 LG화학이 자금 유동성이 필요해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당시 자금 유동성이 필요하다면서 LG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한 당일 총수 일가로부터 LG유통과 LG칼텍스 주식을 각각 주당 9만 7000원, 18만 5000원이라는 고가에 매입한 것은 그 동기 및 적정성이 의문시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2002년 오너 일가로부터 LG석유화학의 주식을 되사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LG 측은 오너가 LG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당시 LG그룹은 2003년 3월 1일 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계열사 간 지분정리를 활발히 하던 시기였다. 오너 일가는 LG석유화학, LG마이크론, LG전선 등의 주식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
▲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 ||
1999년 LG화학이 오너 일가에 LG석유화학 주식을 저가에 매각한 것을 두고 참여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7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매각 차익에 대해서는 참여연대가 대리한 소액주주 소송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게다가 LG그룹 오너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LG카드 지분을 상장 뒤 매각해 시세차익까지 얻은 사안도 논란이 진행 중이라 변수가 되고 있다.
국세청이 2세 승계과정에 있는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나선 점도 주목된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 해당 업체들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 아무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인 정몽근 회장의 아들 정지선 부회장은 2004년 말 정 회장으로부터 한무쇼핑 주식 32만 주(10.5%)와 현대백화점 주식 215만 주(9.58%)를 증여받았다. 정 부회장은 이 중 액면가 1만 원인 한무쇼핑 주식을 2005년 2월 주당 22만 3000원인 713억 원에 현대백화점에 팔아 393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의 무역센터와 목동점을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다. 한무쇼핑 매각대금으로 정 부회장은 현대백화점 주식에 대한 300여 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2004년 정 회장이 주식을 아들에 증여하기 전 한무쇼핑의 최대주주는 34.33%의 지분을 가진 현대백화점이었고 무역센터점의 터를 제공한 무역협회가 33.41%로 2대 주주였다. 또 현대백화점 오너인 정몽근 회장이 25.09%를 가지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한무쇼핑을 통해 현대백화점 지분을 9.58%로 늘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대백화점이 오너 일가가 소유한 한무쇼핑 주식을 비싸게 매입했기 때문에 2세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정기세무조사일 뿐이라며 억울해 하고 있지만 민감한 시기에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데다 2세 승계 과정이 거론되면서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사장이 1998년 광주신세계 증자에 참여해 주당 5000원에 주식 83만 3330주를 매입한 뒤 광주신세계 상장 후 1200억 원 이상(4월 21일 종가 기준) 평가차익을 본 것을 두고 참여연대와 공방 중이다(<일요신문> 727호 18면 상세 보도). 신세계 역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2세 경영인을 둘러싼 아킬레스건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입장이다.
지난해 2004년 그룹 회장인 전낙원 씨가 사망하고 2세인 전필립 씨가 회장직을 승계한 파라다이스그룹에 대해서도 지난 19일부터 전격적인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돼 2세 승계 작업 중인 재벌그룹에 ‘태풍주의보’가 불고 있는 상황이다.
2세 승계를 염두에 두고 지주회사화를 추진 중인 동양그룹이나 농심, 2세 승계를 앞두고 2세간 계열사 지분 정리를 진행 중인 롯데그룹 등도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점들이 얽히며 재계 전반의 후계구도 정지 작업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