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로는 안갯속, 양양공항에 발 묶여…한 달도 안 남은 AOC 취소 전 운항 재개 사활
#망한 건 당연한 수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6월 16일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의 회생절차 개시 사실을 고시했다. 2016년 설립된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두고 2019년 첫 상업운항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투자 유치도 실패하며 5월 23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 부채만 약 4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항 시작 전부터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플라이강원은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 3년간 거점공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례 없는 조건으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았다. 김포나 인천 혹은 부산과 달리 양양공항은 항공 수요가 충분치 못한 곳으로 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원도에서는 원주, 춘천 등이 인구수가 많지만 영서 지방에 위치한 터라 오히려 청주나 인천을 통해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웃바운드(해외로 나가는 여행) 수요가 불충분했을 것”이라며 “국내여행으로는 강원도까지 연결되는 철도 노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항공사의 성장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출범 직후 코로나19로 국제선을 띄우지 못하는 위기에 봉착했지만 국토교통부는 플라이강원의 공항 이전을 반대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는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에서도 취항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준 것과 비교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강원도-제주도 노선에 무슨 수요가 있겠나. 근본적으로 국토부의 기준 없는 규제 탓에 플라이강원이 부실화된 것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 5월에 항공·해운 업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내놓았지만 총 차입금 5000억 원에 3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기업만 지원해준다는 방침 탓에 신생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은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게다가 국제항공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유지하려면 운항개시예정일부터 3년 이내 보유 항공기 대수를 5대 이상 구축해야 했기 때문에 플라이강원은 항공기 대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익을 내기 전에 리스비가 먼저 체납됐다. 올해 3월 리스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법원이 항공기 압류 결정을 내린 것이 결정타가 됐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운영을 못하게 막아놓으면 돈을 갚을 수도 투자를 받을 수도 없게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플라이강원은 사모펀드 JK위더스와 10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 업무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최종적으로 투자유치에는 실패했다.
#악재 가득한데…
플라이강원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생 절차를 기다릴 것 같다. 회생법원에서 부채탕감을 얼마나 해줄지가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탕감이 어느 정도 되면 투자자가 플라이강원을 인수한 후 가다듬어서 인천으로 옮기는 게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문제는 플라이강원이 2027년까지 양양공항에 발이 묶인 상태라는 점이다. 플라이강원은 2022년 12월 강원도와 양양군으로부터 지원금(운항장려금)을 받고 향후 5년 간 양양공항에서 운항하기로 연장 운영 협약을 맺었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플라이강원과 강원도가 협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회생 절차를 밟은 후 사업자나 대주주가 바뀌더라도 해당 내용은 그대로 승계가 될 예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약 95억 원가량을 강원도에 반환해야 한다. 매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요인이다.
플라이강원의 타깃 노선이었던 중국 노선의 회복세가 더딘 점도 문제다. 대부분 국적항공사는 아웃바운드 수요를 겨냥하는 데 반해 플라이강원은 중국 관광객의 인바운드(국내로 들어오는 여행) 수요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런데 현재 전세계 항공 노선 중에서 중국 노선의 회복세가 가장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 보내는 개인·단체 관광객을 모두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관광객의 국내 여행 수요가 2026년 이후에나 회복되리라고 보고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친중보다 친미 기조이기 때문에 한중 관계의 정치적 긴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강원이 항공 수요에 대한 영업 전략을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다음 인수자가 나타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예정이다. 지금 당장은 항공기 공급이 폭증하는 여행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상황이 뒤바뀌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기간 때 기존 LCC들이 줄어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항공기를 최대 7~8대까지 조기 반납하며 버텼지만 올해는 줄인 기재를 다시 원상복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19년 당시 항공기 포화 상태가 재현될 수 있다. 황용식 교수는 “2019년에 경쟁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아마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LCC 중 2~3개 정도는 파산하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다”라며 “항공 수요가 크게 늘어난 건 맞지만 공급이 가파르게 따라붙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그런 상황이 다시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간도 플라이강원의 편이 아니다. 플라이강원은 현재 10월 말까지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운항 정지가 60일 이상 지속되면 항공사업법에 따라 항공운항증명(AOC)이 취소된다. 2020년 4월 경영난으로 운항을 정지한 이스타항공의 경우 올해 1월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겨우 AOC 재발급을 받았다. 3년 만에 재운항에 성공한 셈이다. AOC가 박탈될 경우 플라이강원의 매각가나 매각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플라이강원은 운항을 정지한 지 60일째가 되는 7월 17일을 넘기기 전에 운항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일이 워낙 촉박한 상황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고비를 넘길 경우 성장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휘영 교수는 “항공운송산업이라는 게 돈이 있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까닭에 항공 면허의 희소성이 분명히 있다. 이미 플라이강원이 토대는 갖춰놓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서 키워나간다고 생각하면 충분한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회생이 개시되면 체납액 등 부채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수의향서를 이미 낸 기업도 있고 7~8군데 기업과 사모펀드가 회생 개시되기 전에도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인수에 탄력이 붙을 것 같다”며 “이 기업들로부터 6월 말까지 투자를 유치해 7월 중순에 다시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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