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살아나지만 경쟁 심화 속 몸집 키우기 숙제…이스타항공 “연내 항공기 대수 늘릴 수 있을 것”
#살아나는 업황, 이스타항공 어디까지 갈까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횡령·배임 범죄와 경영난으로 2019년 9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였다. 정리해고 등 긴축경영을 거쳐 2021년 2월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고 건설사 성정이 인수했지만 항공운항증명(AOC)을 재취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항공기를 띄우지 못했다. 올해 1월 성정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다시 주인이 바뀐 이스타항공은 올해 2월 AOC 재취득에 성공하면서 드디어 3월부터 운항에 돌입했다.
재운항 돌입 시점이 항공 업황의 개선 시기와 맞물린 덕분에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게다가 타 항공사들이 제주 노선에 있던 기재를 국제선으로 돌리면서 제주 노선만 운항하던 이스타항공의 예매율 역시 95% 가까이 치솟아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제선에도 취항할 방침이다.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는 올해 3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흑자 전환을 이뤄낸 후 2027년까지 항공기 20대 이상을 확보하고 매출 8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460억 원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운수권과 슬롯을 유예해준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이 운수권과 슬롯을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추가 기재를 예정대로 도입하고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항공기 도입으로 한시름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이 기존 운수권과 슬롯을 방어하려면 총 8~10대 정도의 항공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스타항공은 연내 10대의 항공기를 들여오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아직까지도 저비용 항공사들이 팬데믹 기간 때 기재를 반납했던 게 원상복귀가 안 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재 운용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추가적으로 이스타항공이 기재를 복원시켜가면서 국제노선에 취항해 수익성을 잘 관리하면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가 낮아지고 있고 여행객이 늘면서 호조세다. LCC(저비용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이 아주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항공기 리스 비용이 변수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우려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이스타항공이 운수권을 지닌 중국 노선의 회복세가 더디다. 중국 정부가 한국인 단체 관광을 막고 있고,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도 불허하고 있는 까닭에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수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2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노선은 거리 대비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이지만 워낙 수요가 부진해 운수권을 지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7~8월부터는 중국 일부 노선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황용식 교수는 “2017년 사드 사태 이후부터 좋지 않았는데 코로나19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이스타항공처럼 중국 노선에 편중된 항공사는 노선 다변화를 필히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대만과 일본, 동남아 노선 취항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만 노선을 제외하고는 운수권이 필요하지 않은 오픈 스카이 지역이다. 연내 추가로 도입할 기재들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항공사들이 좋은 슬롯을 선점하고 있는 데다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다. 가격을 낮춰 공략한다면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이스타항공은 오랫동안 운항을 쉬었던 항공사인 만큼 다시 시작하려면 가장 경험 많고 수요도 확보된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운수권을 추가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월 18일 항공교통심의위에서 몽골과 러시아, 필리핀 등 12개 노선의 운수권을 7개 국적항공사에 배분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몽골 노선의 운수권을 신청했으나 경합 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스타항공이 기존에 확보했던 청주~마닐라 노선 운수권은 에어로케이에 넘어갔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배분받을 조건이 안 돼서 탈락한 걸로 안다. 같은 노선 운수권을 놓고 경쟁하는 회사 대비 여건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데믹 기간 국내 항공사들이 줄인 항공기 대수만 50여 대에 육박한 까닭에 원상복귀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항공기 리스 비용 또한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연 목표대로 들여올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얼마에 빌려올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전체적으로 기재가 늘어나면서 항공권 가격이 낮아질 텐데 기재를 워낙 비싸게 빌려올 경우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버텨낼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을지도 변수”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도 이스타항공에는 호재가 못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두 회사가 반납하게 되는 슬롯을 국내 다른 항공사들이 차지할 수 있게 되는데 중장거리 노선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이 현재 보유한 보잉 737-800(737NG)은 단거리 노선밖에 운용할 수 없는 기재다. 4호기인 보잉 737-8 기종 역시 중단거리용 기재로 꼽힌다. 이휘영 교수는 “합병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같은 계열사로 편입되면 메가 LCC가 탄생할 수도 있다. 다른 LCC들이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7~8월쯤에 5~6호기를 들여올 방침이고 8호기까지는 계약이 다 끝났기 때문에 연내 무사히 항공기 대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9월에 대만 노선에 취항한 후 10월쯤엔 일본, 그 후로는 기재를 늘리면서 국제선 취항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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