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CJ의 최근 주가흐름. 4월 25일 꼭짓점을 찍은 후 5월 18일까지 계속 하락했다. 왼쪽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 ||
4월 25일 13만 7000원의 꼭짓점을 기록한 뒤 급전직하, 5월 18일 10만 9000원까지 계속 떨어졌다. 그 사이에 생긴 변수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과 기름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CJ의 주력 사업인 설탕이나 밀가루 원재료 값은 환율이 떨어져 덕을 봤으면 봤지 손해볼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이런 폭락 사태와 관련, CJ 내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가 삽시간에 번졌다. ‘분식회계다’ ‘경영권 편법승계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면서 주가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자 CJ가 나섰다. “분식회계는 사실이 아니고, 경영권 문제도 그룹 회장이 아직 40대라 편법을 써서 추진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힌 것. 하지만 주가는 계속 떨어져 CJ가 입장을 밝힌 지 사흘 뒤에야 겨우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물론 4월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 이후 각 재벌그룹마다 2세 재산승계 문제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에 나선 시기였다. CJ의 사촌그룹인 ‘신세계도 1조 원대의 증여세를 낼 것이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CJ의 내부사정이다. CJ그룹 내부에선 지난 1월 중순 눈여겨볼 만한 변화가 있었다. CJ그룹 내 케이블TV 방송업체(PP)를 관할하는 CJ미디어의 주주 구성이 바뀐 것이다. CJ미디어는 채널CGV나 KMTV 글 등 8개의 채널을 갖춘 방송서비스업체다.
이 CJ미디어의 3대 주주로 올해 나이 17세의 이선호 군이 참여한 것. CJ미디어의 2대 주주였던 CJ엔터테인먼트가 유상증자에서 실권하자 이재현 회장의 외아들인 선호 군이 참여해 순식간에 지분을 9.65%로 끌어올렸다. 이후 4월 초 지분 조정이 이루어진 뒤 CJ미디어의 지분 구성은 1대 주주로 (주)CJ가 60.21%, 2대 주주로 이선호 군이 7.33%, 3대 주주로 이재현 회장의 외동딸 이경후 씨가 2.91%, 이 회장의 누나 이미경 CJ 부회장이 1.59%로 정해졌다.
CJ 계열사에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회사는 (주)CJ의 이 회장 지분 21.88%를 빼고는 CJ미디어가 거의 유일하다.
때문에 CJ미디어 지분 구도에 이 회장 자녀의 직접적인 지분 소유가 나타나자 재계에선 후계 승계 구도를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여기에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삼성, 신세계의 2세 승계 작업과 관련한 세금문제 얘기가 겹치면서 CJ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로 번졌다.
결국 선호 군이 CJ미디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14만여 주를 사들이는 데 투입된 74억 3600여 만 원의 ‘돈의 족보’에 관심이 쏠린 셈이다. 이에 대해 CJ 쪽에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주식을 사들였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학생인 선호 군의 74억 원은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도 삼성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재산증식에 나설 때 씨앗돈은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돈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선호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씨앗돈을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CJ미디어의 유상증자에 기존 2대 주주이던 CJ엔터테인먼트가 빠진 이유에 대해서 CJ 쪽에서는 CJ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면서 자금여력이 없는 CJ엔터테인먼트가 빠지고 대신 CJ가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선호 군은 CJ엔터테인먼트가 실권했기 때문에 주식을 넘겨받아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이는 4월 초 기존 CJ엔터테인먼트가 CJ미디어의 지분을 모두 (주)CJ에 넘김으로써 ‘알리바이’가 완성되기도 했다.
CJ미디어에 대한 CJ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전량을 (주)CJ가 인수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가 CJ 오너 일가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개인적으로 지분 참여를 했다.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를 이재현 회장의 2세 재산승계 구도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기에 이재현 회장 형제 간의 재산 분할 얘기도 곁들여진다는 점이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다. 부친인 이맹희 씨는 지난 70년대에 삼성 계열사 회장까지 올랐지만 경영에서 배제됐고, 이맹희가는 90년대 삼성그룹에서 CJ를 갖고 떨어져 나왔다. 이후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됐고 영화사업 등에 투자하면서 사업다각화를 실시해 현재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환 CJ 상무의 지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재벌가에서 2세 그룹 중 한 명에게만 재산을 몰아주고 나머지 형제에게 재산분배를 안해준 경우는 없다. 설혹 있다고 해도 9 대 1 같은 기형적인 재산분배가 있을 뿐이고 이런 경우도 결국은 송사로 번졌다. 때문에 CJ그룹의 경우 후계 승계도 문제지만 형제 간의 교통정리도 관심사인 것이다.
CJ의 경우 현재까지 드러난 이미경 부회장의 지분은 CJ미디어 지분 1.59%를 가진 게 전부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상무는 그나마도 없다. 때문에 지난해 이미경 부회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현업에 복귀했을 때 ‘지분 배려’가 있지 않을까 하는 대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회장 관할로 여겨지던 CJ엔터테인먼트가 (주)CJ에 통합되는 등 CJ그룹이 지주회사화 체제로로 개편되면서 이재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수직 통합이 더 강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에선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상무가 개인 사업체를 차린 것을 확인했다.
그간 이 상무는 CJ 경영기획실 중국담당 상무로 ‘해외에 머물고 있다’ ‘병환에 시달리고 있는 부친 이맹희씨의 치료를 위해 중국을 오가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았을 뿐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노출된 적이 없다. 다만 그가 집안 일과 관련, 형을 대신해 나서고 있다는 얘기는 맞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는 지난해 7월 재산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를 차렸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CJ의 계열사로 극장 사업을 하는 CJ CGV를 상대로 광고대행업을 하는 자본금 1억원짜리 회사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형제에 대한 ‘배려’가 이런 식으로 시작된 셈이다.
때문에 이미경 부회장의 CJ미디어 지분 확보나 이선호 군 명의의 지분 등장, 이재환 상무의 개인 명의 회사 등장 등 지난해 이후의 움직임을 묶어보면 CJ그룹 자체는 이재현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2세와 3세에 대한 재산 분할 배려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CJ의 급격한 주가하락과 이를 둘러싼 재계의 ‘루머’도 CJ의 내부변화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셈이다. 이를 일각에서는 CJ의 내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시장에서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다는 얘기로 풀이하고 있다. CJ의 2세간 지분 배분과 3세 승계 구도 문제를 여전히 풀리지 않은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CJ의 해결책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