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사로 22년 만에 종합기전 결승 진출…상대 변상일 직전 춘란배 결승 결과에 영향 받을 듯
최정은 7월 6일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준결승전에서 박진솔 9단에게 22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최정은 결승에 진출, 변상일 9단과 5번기로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여자 기사가 국내 종합기전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 2001년 제44기 국수전 루이나이웨이 9단 이후 22년 만이다.
#루이나이웨이 9단의 뒤를 잇다
본선 24강전에서 최정은 류민형 8단, 강동윤 9단, 신민준 9단을 차례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결승진출권을 놓고 박진솔 9단을 상대하게 된 최정은 초반, 미리 연구해둔 수법을 앞세워 상대를 몰아붙였다. 예기치 않은 변화에 어려움을 겪던 박진솔이 정확한 대응에 실패하면서 국면은 초반부터 흑을 든 최정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대국개시 30분, 겨우 50여 수가 진행된 시점에서 좌하귀 변화가 일단락되었지만 인공지능(AI)은 흑의 승률이 이미 90%를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이후 박진솔은 국면을 뒤집기 위해 거듭 승부수를 날려봤지만 최정의 빈틈없는 마무리에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여자 기사가 국내 종합기전 결승 대결을 벌이는 것은 2001년 제44기 국수전 루이나이웨이 9단 이후 22년 만이다.
중국기원 소속으로 1985년 입단한 루이나이웨이는 당시 중국 바둑계의 일인자였던 녜웨이핑 9단과 갈등을 겪고 있었고, 중국 바둑계의 성차별 문제로 결국 중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 등에서 떠돌이 생활 중이었다.
이런 루이나이웨이에게 당시 활동 무대를 제공해준 것이 한국기원이었다. 그런 이유로 1999년 한국으로 건너온 루이나이웨이는 국내에서 세 차례나 국내 종합기전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2000년 제43기 국수전에서는 2-1로 조훈현 9단을 꺾고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종합기전 우승도 차지했다.
최정이 만약 GS칼텍스배 정상에 오른다면 루이나이웨이 이후 22년 만에 종합기전에서 우승한 여자기사가 되는 것이다.
#춘란배 결승전이 변수 될 것
대국을 마친 최정은 “마침 오전에 검토했던 변화가 우연히 실전에 나와 초반부터 잘 풀렸다”면서 “GS칼텍스배는 개인적으로도 성적을 내고 싶었던 기전이었는데 첫 종합기전 결승전 무대가 GS칼텍스배라서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결승에서 상대하게 될 변상일 선수는 강한 상대임이 분명하지만 큰 승부 경험은 내가 더 많다. 전투 바둑으로는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고, 충분히 할 만한 승부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최정 9단을 결승 파트너로 맞게 된 변상일 9단은 앞서 30일 열렸던 4강전에서 김지석 9단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상대전적은 7승 1패로 변상일 9단이 앞서있다.
하지만 최정이 거둔 1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최정과 변상일은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에서 만났다. 당시 후반으로 갈수록 패색이 짙어진 변상일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자신의 뺨을 때리는 등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이 고스란히 TV 화면에 잡히면서 문제가 됐다.
변상일의 승부욕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것. 결국 변상일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최정이 충분히 이해한다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그 승부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번 둘 간의 결승전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바둑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 바둑 관계자는 “현재의 기량이나 랭킹으로 봤을 때 7 대 3 정도로 변상일 9단의 우세를 점치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결승전은 변수가 있다. GS칼텍스배 결승전에 앞서 17일부터 20일까지 예정돼 있는 춘란배 결승전이 그것이다. 춘란배에서 변상일은 중국 리쉬안하오와 결승3번기를 벌인다. 아마 이 결과가 GS칼텍스배 결승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변상일은 기복이 심한 스타일이다. 춘란배에서 우승하면 여세를 몰아 GS칼텍스배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리쉬안하오에게 패한다면 그때는 최정과의 승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판3선승제로 겨루는 제28기 GS칼텍스배 결승전은 7월 23일 1국을 시작으로 24일 2국, 31일 3국이 이어진다. 3국에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4국은 8월 9일, 5국은 8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다.
GS칼텍스가 후원하는 제2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의 우승상금은 7000만 원이며 준우승자에게는 3000만 원이 주어진다.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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