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미디어 부문 더딘 성장 속 SM엔터 부진 뼈아파…카카오엔터 “글로벌 성장 위해 내실 다지는 시기”
#선택과 집중 전략 가속화
최근 카카오엔터는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안테나 지분 100% 중 42.03%를 약 63억 원에 처분했다. 안테나 창업자이자 가수인 유희열 대표와 방송인 유재석 씨가 지분을 인수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유희열 대표는 안테나 지분 21.37%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유 씨는 지분 20.70%를 보유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 자체만으로 경쟁력 있는 IP(지식재산권)인 유 씨를 토대로 카카오엔터는 예능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 이미주, 정승환, 권진아 등을 소속 가수로 둔 연예기획사 안테나는 지난해 11월 독립 예능 스튜디오 ‘안테나 플러스’를 설립했다. 안테나 플러스는 예능 유튜브 채널 ‘뜬뜬’ 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사업 강화와 별개로 지분 일부 매각의 배경에는 카카오엔터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카카오엔터는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종속회사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테나는 2021년 3억 7370만 원, 지난해 4610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카카오엔터는 경영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월엔 북미 웹툰·웹소설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타파스엔터)의 국내법인 타파스코리아를 청산했다. 타파스코리아는 타파스엔터 플랫폼 운영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타파스코리아 업무는 카카오엔터로 이관됐다.
4월에는 인도 웹툰 플랫폼 크로스코믹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인도 웹툰 사업은 타파스로 일원화했다. 앞서 2019년 12월 카카오엔터는 자회사 크로스픽처스를 통해 크로스코믹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영어 사용자가 많아 크로스코믹스보다 타파스 이용률이 높았다는 것이 카카오엔터 측 설명이다.
부진한 사업 종료도 잇따르고 있다. 4월엔 카카오TV 유료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가 종료됐다. 8월부터는 카카오페이지의 숏폼 콘텐츠 서비스 ‘채팅소설’도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의 목적은 수익성 개선이다. 카카오엔터의 수익성은 악화된 상태다. 지난해 카카오엔터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8648억 원으로 2021년(1조 2469억 원) 대비 50% 뛰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96억 원에서 마이너스(-) 138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의 세 사업부인 뮤직, 스토리, 미디어 부문은 고루 성장했다. 하지만 스토리 부문에 속하는 타파스엔터가 228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영향으로 카카오엔터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체질 개선 노력 속 아쉬운 두 사업
카카오 IR 자료와 증권업계 리포트에 따르면, 뮤직 부문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04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320억 원으로 14% 증가했다. 하지만 카카오엔터의 다른 두 축인 스토리 부문(카카오페이지)과 미디어 부문 매출은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스토리 부문 매출은 1170억 원에서 1004억 원으로 14% 줄었다. 미디어 부문 매출도 750억 원에서 10% 감소한 677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엔터 스토리 부문 매출이 지난해 2분기 1087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016억 원으로 7%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같은 기간 미디어 부문 매출은 1180억 원에서 798억 원으로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뮤직 부문은 2093억 원에서 2434억 원으로 1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토리 부문의 경우 북미 웹툰 사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021년 카카오엔터는 1조 1000억 원을 들여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미디어를 인수한 후 합병법인인 타파스엔터를 출범시켰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북미 웹툰 시장에서는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기준 70.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엔터 타파스는 8.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콘텐츠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의 북미 웹툰 사업의 매출 구조가 단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 작가를 발굴하거나 원천 소스를 추가로 발굴하기보다 주로 작품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안 좋아졌을 때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지적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엔데믹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웹툰을 덜 보는 경향이 있다. 또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짜다 보니 현재는 마케팅도 줄었고 성장성도 약간 둔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사업부문도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카카오엔터의 미디어 부문은 산하에 제작사를 두고 드라마와 영화, 뉴미디어 콘텐츠 등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펼친다. 이창영 연구원은 “전반적으로는 미디어 부문의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미디어 영화 개봉 시기나 드라마 연작시기에 따라 실적이 분기마다 크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사내맞선’ ‘브로커’ ‘헌터’ 등 히트작들이 많이 나와 기저효과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카카오엔터 미디어 부문은 30여 편의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뮤직 부문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뮤직 사업부 산하의 음악 레이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아이브가 4월 컴백해 상반기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있었고, 음원 플랫폼 멜론도 국내 플랫폼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SM엔터의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카카오엔터가 카카오와 함께 1조 4000억 원의 거액을 들여 인수한 SM엔터는 2분기엔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SM엔터는 다른 엔터사와 비교했을 때 성장률이 더디다. 1분기에는 경영권 분쟁 탓에 컨설팅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49억 원 정도 발생했다. 2분기에는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SM 3.0 하에서 조직을 개편하는 데 비용이 들었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NCT와 에스파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컴백이 예고돼 있어서 실적이 잘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글로벌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로 보고 내실을 다지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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