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배구 모두 국제 경쟁력 떨어진 데다 2024 파리 이어 2028 LA 대회도 예선 방식 변경
그러나 대표팀의 올림픽 활약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2개국만 참가하는 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올림픽에서 영광을 만들었던 김연경, 양효진 등 베테랑들은 지난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떠났다.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배구 대표팀의 유니폼을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올림픽 예선 통과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으로 향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대륙간 예선에서 러시아에 덜미를 잡혀 고배를 마신 후 이어진 아시아예선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본선행 티켓을 겨우 따냈다. 주장이자 에이스 김연경이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고도 투혼을 발휘해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예선 진행 과정이 달라졌다. 아시아예선과 같은 대륙별 대회가 사라졌다. 대표팀은 오는 9월 폴란드, 이탈리아, 미국, 독일, 태국, 콜롬비아, 슬로베니아와 경쟁해 2위 이내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대회는 3개조로 나뉘어 열리기에 이 과정에서 올림픽 진출팀 6개국이 가려진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이 확정된 프랑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5팀은 세계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한때 10위권을 오가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현재 35위에 위치해 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지난 2년간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세계랭킹을 통한 올림픽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연경 등 베테랑들이 은퇴한 대표팀은 국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여름 개최되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12전 전패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예선전 참가 자격을 확보하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세계랭킹 25위 이내에 들어야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지난해 VNL 전패로 순위 하락을 겪었던 대표팀이다. 이어진 9월에는 세계선수권이 열렸다. 순위 상승을 노렸으나 폴란드, 튀르키예, 도미니카공화국, 태국에 연패를 당했다. 마지막 경기 크로아티아에 승리하며 어렵게 25위 이내 순위를 사수할 수 있었다.
#또 달라지는 예선 방식
국제배구연맹(FIVB)은 최근 국제대회 진행과 올림픽 본선 티켓 배분 방식을 또 변경해 발표했다. 이는 오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FIVB는 홀수해에 세계선수권을, 짝수해에 대륙별선수권을 각각 2년 주기로 여는 것을 계획했다. 이에 더해 올림픽 직전 대륙별선수권 우승국 5개국과 세계선수권 상위 3개국에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추가적으로 3개국은 세계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나머지 출전권 한 장은 개최국에 돌아간다.
세계선수권 3위 이내 입상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들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역대 세계선수권에서 3위 이내 순위를 기록한 것은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시절인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시아선수권에 '올인'이 현실적인 길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나 아시아선수권 우승 경험은 없다. 향후 열릴 대회에서도 중국, 일본, 태국 등과 경쟁해야 한다. 현재 세계랭킹은 중국(6위), 일본(8위), 태국(15위) 순이다.
#멀리 내다보는 남자배구
남자 대표팀 상황은 더 암울하다. 세계무대에서 강자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국제 경쟁력이 저하된 지 오래다. 마지막 올림픽 참가는 2000 시드니 올림픽이다. 세계 상위권 국가들이 나서는 대회인 VNL에는 2018년 1회 참가했을 뿐이다.
희망이 있는 여자 대표팀과 달리 남자 대표팀의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세계랭킹이 낮아 24개국이 참가하는 예선전에도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랭킹에 따라 부여되는 출전권을 받기도 어렵다.
남자 대표팀은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바라본다. 앞선 목표는 VNL 복귀다. 아시아배구연맹 챌린지컵 우승, FIVB 챌린지컵 우승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임도헌 감독은 배구 강국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VNL에 복귀해야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대표팀은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여름 대표팀 시즌을 앞두고 임도헌 감독은 베테랑들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그간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켜 온 한선수, 신영석 등을 제외하며 젊은 팀을 꾸렸다. 대표팀 명단을 채운 15명 전원이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선수들이다. 젊어진 팀의 주장은 한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할 세터 황택의(1996년생)가 맡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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