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직하우스의 응원복 | ||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는 붉은색 티셔츠의 열풍이 불면서 정체불명의 ‘Be the Reds’ 티셔츠가 3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당시 티셔츠가 상표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동대문시장 등지의 소규모 의류업체들이 톡톡히 특수를 누렸다. 현재는 이 로고의 디자이너가 당시 허락 없이 티셔츠를 만든 업체들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이라 아무도 그때의 그 로고를 이용해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2002년의 경험이 작용했는지 그때보다 더욱 다양한 형태의 ‘붉은 응원복’이 시장에 나와있다.
지난 월드컵과의 다른 점은 유명 의류업체들이 대거 나섰다는 점, 붉은색 티셔츠뿐만 아니라 모자, 속옷, 수영복,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월드컵 응원 티셔츠를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은 의류업체인 베이직하우스. 이미 지난해 12월 붉은악마, 대한축구협회와 제휴해 공식 응원복을 출시했다. 쿨맥스(Cool Max) 소재를 이용해 기능성을 강조했고 붉은악마의 캐치프레이즈인 ‘Reds, go together’를 전면에 새겼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엠블렘을 어깨에 부착해 라이선스 제품임을 강조했다.
붉은악마 측은 “2002년 입었던 ‘Be the Reds’ 티셔츠는 품질이 좋지 않았고, 선수단 유니폼은 고가이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값에 품질이 좋은 티셔츠가 필요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붉은악마 공식 응원복’의 라이선스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해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베이직하우스 티셔츠는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 110만 장을 제작해 현재 70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붉은악마 회원들과 협찬사인 KTF에서 단체주문을 많이 해가고 있다. KTF는 이 티셔츠를 묶은 월드컵패키지 2만 4000개를 팔기도 했다.
▲ 나이키의 대표팀 유니폼(왼쪽), 대한축구협회 응원복 | ||
대한축구협회는 상표권 대행사인 ‘플라마’를 통해 업체들에게 라이선스를 팔고 있다. 플라마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회장이었던 신인철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신 씨는 최근 축구경영이론서 <90분 리더십>을 번역 출간하는 등 스포츠 경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엠블렘을 부착한 의류업체들은 한 장당 1200원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 베이직하우스 제품의 경우는 붉은악마에도 동일한 로열티를 내고 있다. 때문에 베이직하우스 제품이 다소 비싼 1만 9900원에 판매되고 있고, 1만 9000원에 팔리던 대한축구협회의 티셔츠는 이달 들어 1만 4800원으로 값을 내려 팔고 있다.
최근 베이직하우스의 제품을 본뜬 ‘짝퉁’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다 제조업자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로열티를 많이 내야 하는 베이직하우스에서 ‘관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2002년 오리지널 유니폼을 판매해 인기를 끌었던 나이키는 올해도 비슷한 물량이 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새로 출시된 제품은 지금까지 8만 장이 팔려나간 상태. 6만∼7만 원에 팔리고 있는 유니폼의 추후 판매 변수는 한국 대표팀의 성적. 나이키 측은 “2002년에는 4강에 오르면서 본사의 재고 물량과 전시용 제품까지 모두 바닥났었다. 올해는 경기가 새벽에 있어 거리응원전이 그때만큼 열기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한국 팀이 1차전에서 이긴다면 더 많이 팔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말 응원용 티셔츠를 제작한 필라코리아는 ‘날아라 슛돌이’ 감독이었던 가수 김종국을 모델로 기용,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미 두 번 추가제작을 해 8만 5000장이 팔렸다고. 1만 9000원에 팔리고 있지만 응원용 두건도 함께 주기 때문에 비싼 값은 아니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필라는 붉은색 외에도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잉글랜드 대표팀의 색상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와 신발, 가방, 모자도 함께 팔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카파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예상 점수를 등에 새긴 이색적인 티셔츠를 출시했다. 토고전은 3 대 0, 프랑스전은 1 대 0, 스위스전은 2 대 0으로 이길 것으로 스코어를 예상했다.
스포츠의류 업체인 푸마는 매장에 따라 붉은색 티셔츠만 40% 할인된 값에 팔기도 한다.
속옷 전문업체인 좋은사람들은 응원용 팬티 3종이라는 반짝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거나 새벽이다 보니 집에서 편하게 입고 응원을 펼치자는 의미”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밖에도 태극기를 형상화한 수영복도 출시되는 등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의류업체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