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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대우건설 인수전이 막판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리한 입장으로 평가되던 금호 컨소시엄이 김재록 게이트의 파편을 맞고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혜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 ||
지난 1월 말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두산 금호 유진 프라임 삼환 한화 등 여섯 군데 컨소시엄을 최종입찰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이들은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첩보전과 유리한 컨소시엄 구성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까지 최대 화두는 누가 군인공제회를 잡느냐였다. 군인공제회는 DJ 정권 이래 대형인수합병 시장의 흥행 보장주였다. 군인공제회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인수합병전에서 실패한 일도 드물었다. 군인공제회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대우건설 인수전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때문에 지난 1월 대우건설 최종입찰대상자 선정이 끝난 뒤 프라임과 유진에서 군인공제회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또 지난 2002년 군인공제회와 손을 잡고 금호산업에서 금호타이어를 쪼개 금호타이어 매각 압력을 물리쳤던 금호그룹도 군인공제회에 눈독을 들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4월 말부터 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산관리공사가 분식회계, 주가조작, 조세 포탈 등 위법 부당행위가 있는 컨소시엄에 대해 ‘감점제(총 10점)’를 도입키로 하자 먼저 한화가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이 규정이 적용될 경우 두산도 감점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판은 사실상 금호, 유진, 프라임, 삼환으로 좁혀졌다.
그런데 여기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지난 5월 군인공제회가 대우건설 인수전에 불참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
유진에도, 프라임에도, 금호에도 협력을 안하겠다는 얘기다. 군인공제회만 잡아 컨소시엄을 결성하면 성공할 줄 알았던 대우건설 인수전은 혼미 양상에 빠졌다. 일각에선 이를 지난 3월 터져나온 김재록 게이트와 연관해 보는 시각도 있다.
애초 금융계에선 대우건설 인수에 산업은행이 금호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3월 김재록 게이트가 터진 이후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발언도 나왔다. 지난 4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대우건설 매각에 김재록 씨와 산업은행 등이 깊이 관여한 의혹이 짙다”며 “김재록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는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의 친동생인 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이 금호타이어의 대우건설 인수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은 김재록 게이트가 터지면서 DJ정권의 금융실세였다는 게 다시 한번 부각된 인물이다. 최 의원의 발언 배경에는 DJ정권 시절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 극복과 관련이 있다.
당시 금호그룹은 그룹의 주력사였던 석유화학이나 운송업 등에서 별 재미를 못본 데다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 유동성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금호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몇 번이나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열사 매각 대신 금호산업의 타이어 부문을 분리해 군인공제회의 ‘투자’를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그때 재계 일각에선 금호에게만 유독 물렁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이야기가 없지 않았다. 당시 금융계를 휘젓던 실세는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었으며, 오호수 씨의 동생인 오남수 사장이 금호그룹의 경영전략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때문에 지난 4월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계에 ‘우군’이 많은 금호컨소시엄이 대우건설 인수에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김재록 게이트가 터지고 금융계의 ‘이헌재 사단’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발을 뺐고 군인공제회도 물러났다.
하필이면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팀 인사들의 면면도 김재록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의 동생인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현재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또한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은 자신의 프로필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름을 친구로 올려놓고 있다. 특히나 오남수 사장은 2002년 금호타이어를 외부에 매각해야만 했던 그룹 최대의 위기를 군인공제회와 협력을 통해 막아낸 장본인이다. 또한 금호산업의 신훈 부회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한국신용평가를 설립했던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재록 게이트가 터진 것은 금호 쪽에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최종입찰대상자 선정에서 1, 2위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유진과 프라임 컨소시엄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대우건설 매각 채권단이 금호, 두산, 삼환, 유진, 프라임 등 5개 인수업체에게 보낸 본입찰안내서가 논란을 빚기 시작했다. 입찰안내서에 ‘500억 원 이상 기업인수 합병 경험’. ‘건설업체 보유 여부’가 경영 능력 평가 요소에 포함됐는데 이것이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
지난 1월 예비입찰 안내서에도 없던 조항이 왜 갑자기 등장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캠코 측에선 지난 1월 예비입찰 안내서에 ‘인수 뒤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입찰자의 전략적 계획뿐 아니라 관련 경험 및 자원 보유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명시했었고, 이번 안내서에는 이를 좀 더 구체화시켜 표현한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건설 계열사를 두고 있는 재벌그룹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 ‘금호 부활설’이 나오는 빌미가 되고 있다.
게다가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 소속의 애널리스트가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요지의 분석 보고서를 내자 매각주간사 자격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에선 지난 26일 성명서를 내고 매각주간사인 삼성증권에서 ‘매각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초래하고 있다’며 ‘삼성증권은 매각주간사 지위를 즉각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매각주간사가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업체의 대우건설 인수 유·불리를 기업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것은 매각의 심각한 불공정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월 최종입찰대상자 선정에서 대우건설 인수대금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제시한 업체는 3조 3000억 원을 써낸 유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종 협상 단계에서 인수대금이 4조~5조 원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비싼 값에도 대우건설은 먹을 만하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막판 난전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