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윤리위 제소 검토에 여당 ‘김남국 물타기’ 반박…‘이해충돌 없는데 명단 공개’ 자문위 성토 분위기도
#‘코인 정국’ 2라운드 돌입
7월 2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 ‘의원직 제명’을 윤리특위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김 의원이 국회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윤리강령상 성실의무 및 사익추구 금지, 윤리실천 규범상의 청렴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받은 결과, 299명 중 김남국 의원을 포함한 11명이 가상자산을 보유했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의원 외에도 가상자산에 투자한 의원 10명이 추가로 드러난 셈이다. 유재풍 윤리특위 자문위원장은 이들의 이해충돌 소지 여부에 대해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아 별도로 국회의장이나 소속 정당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풍 자문위원장 발언 이후 코인 정국은 2라운드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가상자산 신고를 한 의원 11명 명단과 투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면서다. 국민의힘에선 권영세 전 장관을 비롯해 김정재 이양수 유경준 이종성 의원 등 5명이 신고를 했다. 민주당은 김상희 김홍걸 전용기 의원 등 3명,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등이 가상자산에 투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문위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충돌 소지 유무 판단 기준은 거래 액수 1000만 원, 거래 횟수 100회 이상 등으로 했다. 권영세 전 장관과 김남국 김홍걸 이양수 의원이 거론된다. 자문위 조사 결과, 김남국 의원은 최고 보유액이 99억 원에 200회 이상 거래를 했다. 권 전 장관은 누적 매입액이 10억 원에 400회 이상이다. 이양수 의원은 3000만 원 정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걸 의원은 총 2억 6000만 원을 투자했고, 100회 이상 거래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들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도 나타났다. 권 전 장관은 2021년 5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였다. 2022년 11월 이양수 의원은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 유예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 2021년 11월 김홍걸 의원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투자자 보호센터 설립 등을 의무화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은 거액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하고, 2022년 12월 같은 내용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져 이해충돌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권영세 전 장관은 “2020년 3000만~4000만 원 규모로 코인 거래를 시작했고, 거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올해 초 그만뒀다”며 “관련 상임위원회를 맡은 바 없고 장관 재임 시절 거래량은 거의 없으며 일과 중에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양수 의원은 2020년 4월 코인 거래를 시작해 약 3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5월 모두 처분한 뒤 거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홍걸 의원은 “부친인 고 김대중 대통령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물려받으며 발생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투자를 했다”고 해명했다. 2021년 4월 20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거래된 내역에 대해선 “상임위원회 및 본회의 시간엔 절대 하지 않았으며, 예약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권영세 전 장관을 국회 윤리특위 제소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7월 24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를 국민의힘에 요청할 것”이라며 “입법과 관련해서 이해충돌 부분이 있고, (거래) 금액도 상당히 크다. 업무시간에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어서 종합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언론에 공개한 자문위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7월 25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형적으로 ‘김남국 물타기’에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자문위가) 의원들의 선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적으로 지켜야 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법 위반 정도가 묵인하기 곤란한 상황이라, (당에)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고발할 건지, 어느 법으로 고발할 건지 이런 건 (당) 법률자문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 만에 바뀐 자문위 입장
7월 27일 유재풍 자문위원장은 가상자산을 자진 신고한 의원 중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앞서 유 위원장이 자진 신고한 의원 중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일주일 만에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이날 유 위원장은 국회에서 ‘언론 보도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것이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침묵한 채 “소속 의원들의 이해충돌과 관련해 각 당 원내대표에게 알려드렸다”라고만 했다.
이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미 자문위 (조사 결과가) 다 보도됐는데 이렇게 맹탕을 내놓으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유 위원장이) ‘사실과 다르다’라고만 얘기했다”며 “사실과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법으로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다 보도됐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료로 입증해야지 말로만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윤재옥 원내대표는 유재풍 자문위원장을 만난 뒤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상임위원회에 한 분도 안 계신 걸로 확인했다”며 “(자문위가 보고한) 그 자료를 보고 제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영세 전 장관 등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자문위가) 이해충돌 여부의 검토를 진행한 건 거래 횟수 100회 이상이거나 누적 거래금액 1000만 원 이상인 경우”라며 “우리 당 소속 의원은 (대상이) 김홍걸 의원 한 명이었는데, 외통위 소속이라 결과적으로 이해충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검토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7월 27일 윤리특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상정해 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윤리특위 1소위는 국회 활동 관련된 징계 안건을, 2소위는 수사·재판 중인 사안 및 기타 사유에 의한 징계 안건을 주로 심의한다. 1소위 위원장은 이양수 의원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 의원을 제척해야 한다고 당초 주장했었지만, 결국 합의했다.
국회 윤리위 제소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권영세 전 장관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측은 “거래 내역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언론 보도만 있어 윤리위 제소 판단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월 28일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김홍걸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윤리위 제소 여부를 떠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굳이 윤리위 제소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코인 정국 확산을 우려한 정치권이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국회의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논란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들이 바로 잡히는 과정”이라며 “이해충돌 기준은 가상자산 관련 상임위 소속인지, 입법 로비 의혹 등이다. 거래액이나 횟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건 난생처음 듣는다. 유재풍 위원장도 ‘거래금액 1000만 원 이상, 거래 100회 이상’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고, 이해충돌 소지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사 중인 김남국 의원이랑 나머지 10명 의원 거래가 아예 다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 같은 사실을 듣고선 언론 보도가 왜 그렇게 나왔냐며 유 위원장을 엄청 혼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문위가 언론에 누설한 것을 검찰에 고발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김남국 물타기’ 하려고 자문위에서 정치한 거 아니냐며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문위에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니까 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다”며 “고발하면 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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