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익 개선·승차난 해소·요금 인하 기대…통제와 규제 미비로 사건·사고 취약
협동조합 택시는 2015년 한국택시협동조합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협동조합은 서로 추구하는 사업목적이 맞는 사람들끼리 협력하기 위해 모여 만든 집단이며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조합의 경영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금인 ‘출자금’만 내면 된다. 출자금은 2000만~3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협동조합 택시는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77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협동조합 택시가 법인 택시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수도권의 플랫폼 택시까지 협동조합 택시 전환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일요신문i'는 지난 16일 진모빌리티 소속 법인 택시의 협동조합 택시 전환 추진 소식을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단독] ‘아이엠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 법인 택시를 협동조합 택시로 전환 추진).
협동조합 택시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법인 택시의 경영난이 가장 크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택시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공급 감소로 연결돼 2년 동안 법인 택시 운전기사가 9000명 이상 줄었다. 유출된 인력은 배달·택배업계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 수요는 늘어났지만 당시 서울시 기준 법인 택시 가동률은 30%에 불과해 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정부가 심야 승차난 해소 대책으로 내놓은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법인 택시가 설 자리도 좁아졌다. 이후 탄력 요금제가 도입되고, 택시 호출료, 심야 할증요금, 기본요금 등이 오르면서 택시 수요마저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 31일 기준 1만 9233대였던 서울시 등록 법인 택시는 지난 6월 30일 기준 1만 5327대에 불과하다.
택시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방법으로 협동조합 택시를 꼽는다. 법인 택시는 전액 관리제로 운영된다. 법인 택시 기사는 근무 당일 운송 수입 전액을 업체에 낸다. 하지만 기사 수가 줄어들면서 운송수입금이 줄어들었고, 법인 운영은커녕 기사 월급 주기도 어려운 법인이 늘어났다.
협동조합 택시로 전환하면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조합의 공동비용(기본회비)과 영업비용(특별회비) 등이 꾸준히 들어온다면 법인 때보다 원활한 영업이 가능하다.
택시기사들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전액 관리제 탓에 암묵적으로 최소 운송수익금을 정하는 법인 택시가 늘었다. 월 430만~500만 원의 기준금이 설정되다 보니 이를 달성하지 못한 기사들은 월급에서 기준금이 공제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협동조합 택시는 매월 회비를 제외한 나머지 정산금을 모두 개인 수익으로 챙길 수 있어 일한 만큼 벌 수 있다. 조합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영업할 수 있다.
또 협동조합 택시는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은 모두 동일한 지분을 갖고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게다가 개인택시에는 없는 행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는 협동조합 택시 형태가 업체와 기사에게 윈-윈인 셈이다.
협동조합 택시가 잘 운영되면 승객에도 좋을 수 있다. 택시로 원하는 만큼 벌 수 있다는 구조가 증명되면 업계를 떠난 기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택시 가동률이 늘어나고 그만큼 승객들은 승차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심야 승차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구시의 한 협동조합 택시는 가동률이 94%에 달하기도 했다.
공급 증가는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증가하면 요금을 낮춰서라도 수요를 끌어들여야 한다. 택시요금을 자의적으로 낮추지는 못하겠지만, 호출료·탄력요금제 인하, 할인 쿠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우티는 할인 쿠폰으로 승객들을 꾸준히 유인하고 있다. 타다 운영사 VCNC는 최근 탄력요금제 할증률을 1.5~1.9배에서 1.3~1.5배로 낮췄다.
협동조합 택시의 단점도 있다. 먼저 협동조합은 법인에 비해 내부 감사, 외부 통제 시스템이 부족하다. 임원진의 배임·횡령이나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른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한 협동조합 전문 변호사는 “주식회사 같은 법인은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외감법에 따른 외부감사나 상법에 따른 준법 감시 체제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대부분 협동조합기본법을 따르는데 내부통제나 외부 감독 지도가 느슨하다. 아무래도 조직의 자율성이 높다 보니 감사 정도의 감독 기능만 있는 것 같은데, 선임 기준도 없다 보니 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겠고,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 선임된다면 감사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할 것이다. 법인보다 협동조합이 사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금융권 협동조합들은 개별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협동조합 택시를 향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최초 협동조합 택시인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지난해 파산했다.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고소·고발전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평등한 1인 1투표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조합원들 사이의 이견 조율이 상당히 중요하다. 해당 조합은 초과금 분배 방식을 두고 조합원 간 갈등이 있었다. 협동조합기본법과 정관만으로는 갈등을 봉합할 수 없었고, 세세한 규정 없이 갈등은 증폭됐다.
최근에는 대구시의 한 협동조합 택시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원 285명에 출자금이 70억 원에 달했지만, 한 개인의 경영권 독점으로 조합이 무너졌다는 후문이다. 조합원들은 이사장을 향해 유류비 횡령, 개인 채무 회사 전가, 법인 택시 인수대금 편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이사장이 출자금 반환을 거부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액이 늘고 있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의 목적은 같지만 개개인의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위 같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고, 택시 기사들의 협동조합 택시를 향한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법인 택시 사장이 파산이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선 협동조합 택시 전환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큰 틀에서는 농협법처럼 택시업계를 위한 협동조합 관련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작게는 조합 설립 시 투명성 강화를 위한 세부 규정을 잘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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