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손실에서 수익 얻는 ‘B북 거래소’…수수료 30% 이상 저렴하면 일단 의심
MEXC는 현물과 선물 모두 10위권대 거래소로 메이저 거래소 가운데 한 곳으로 분류된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MEXC는 8월 24일 현재 국내 최대 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보다 CMC(코인마켓캡) 순위가 높다. 이렇게 꽤 큰 거래소였던 MEXC에서 2023년 8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 투자 수익을 몰수했기 때문이다.
MEXC가 수익을 몰수한 이유는 YGG(일드길드게임즈)라는 코인에 투자했다는 이유였다. YGG는 P2E게임 관련 길드 연합 코인으로, 한때 길드 테마 코인이 급등한 시기도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P2E 불황이 지속되면서 거래량과 가격은 많이 하락한 상태다.
YGG가 이번 사태에 이름을 올리게 된 건 이렇게 바닥을 헤매던 가격이 갑자기 치솟으면서다. 8월 초까지 대략 0.18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단 며칠 만인 8월 7일 0.75달러를 넘을 정도로 급등했다. 약 3일 만에 4~5배 급등하면서 마진거래를 하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대박을 본 투자자도 나타나게 됐다.
통상 마진거래는 투자자는 거래소들에 일정 금액 증거금을 맡기고 수배에서 수십 배 레버리지를 이용해 코인 가격 방향성을 맞히는 방식이다. 일정 이하로 담보 비율이 낮아지면 청산 당해 증거금을 잃지만, 반대로 제대로 맞히기만 하면 수십 배, 수백 배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YGG도 급등 때도 마찬가지다. YGG 자체는 4~5배 급등했지만 마진거래에 참여한 투자자는 훨씬 더 큰 수익을 보게 됐다. MEXC는 레버리지 200배까지 가능한 거래소다. 이론적으로 YGG 급등 때 1000배 가까운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MEXC는 YGG로 인해 수익 본 투자자 계좌를 동결하고 심지어 자산 대부분을 몰수해 버리기도 하면서 논란이 됐다.
MEXC 측이 이들 투자자 자산을 몰수한 배경은 ‘시평갭을 활용한 부정거래’가 꼽힌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세력들이 다른 거래소와 MEXC 거래소 가격 차이를 일부러 만들어내 선물 거래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인지 여부와 별개로, MEXC는 세력과 관련 없는 데다 시평갭 발생 시점 전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 자산도 몰수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투자자 K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MEXC 거래소에서 정상적인 거래로 YGG 코인 레버리지 4배로 진입했다가, 계좌에 보유한 2만 달러까지 몰수당했다고 주장했다. K 씨는 ‘펀딩비(파생상품 포지션 비용)를 받기 위해 진입한 정상거래였는데 2만 달러를 몰수당했고, 고객센터도 전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K 씨뿐만 아니라 수만 달러를 돌려받지 못했다는 투자자가 줄을 이으면서 가상자산 관련 텔레그램 등에서 끊임없이 이슈가 됐다. 투자자들은 “손실 본 거래를 환불해주는 것도 아니고 수익 낸 거래만 수익금을 가져가는 건 사기 아니냐’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되자 MEXC는 그제야 선별적으로 환불을 해주는 모양새다. K 씨는 ‘MEXC 측에서 연락이 와 자산을 돌려받았다’고 알렸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사업자 등을 등록을 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는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MEXC도 국내에선 승인 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로,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어 이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 고객센터로 연락해도 성의 있는 답장 자체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련 텔레그램 채널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의 운영자 변창호 씨는 이번 사태를 두고 ‘소위 A북 거래소와 B북 거래소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북은 오더북(호가창 또는 장부)이 실제로 있냐 없냐로 구분한다.
변 씨는 “쉽게 말해서 A북은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거래소이기 때문에 거래가 자주 일어나면서 얻는 수수료 수익을 내면 그만이지만, B북은 거래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 수수료 수익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고객 손실이 나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면서 “만약 YGG 관련 사태가 A북 거래소에서 있었다면 별 문제가 안 됐을 텐데 B북 거래소로 알려진 MEXC였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지나치게 큰 수익을 내고 출금하면 거래소에 큰 손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GG 사태에서 고객 자산 문제가 있었던 건 MEXC뿐만이 아니다. 국내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해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고 있고, MEXC보다 CMC 순위가 높은 비트겟도 YGG 사태 때 고객 자산을 동결했다. YGG 사태 때 계정 동결한 것을 미뤄보면 비트겟도 업계에선 MEXC와 동일한 B북 거래소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어 변 씨는 “B북 거래소는 국내 사기 방식 가운데 하나인 ‘대여계좌’와 유사하다. 대여계좌도 말이 대여지만 정식인가를 받지 않은 사설거래소에서 선물옵션 등을 하는 걸 의미하는데 B북 거래소도 이와 유사하다. 아무리 큰 거래소라도 B북 거래소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뺏어오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먹튀를 당하면 해외 거래소인 만큼 아무리 논리적으로 따져도 돈을 돌려받기는 힘들다. 아주 드물게 공론화가 되면서 돌려받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일부 경우다. 애초에 B북 거래소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전문가 S 씨도 A북 거래소와 B북 거래소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S 씨는 “다른 거래소에 비해 수수료가 30% 이상 싸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수익을 입출금하는데 다양한 이유로 출금을 지연하거나 막으면 100% 위험한 거래소”라면서 “B북 거래소는 큰 광고비용을 바탕으로 무차별적인 홍보를 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절대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YGG는 가상 게임 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DAO(탈중앙화자율조직) 게임 플랫폼이자 세계 최대 웹3 게이밍 길드라고 알려졌다. YGG는 엑시인피니티라고 하는 유명 P2E(Play to Earn) 게임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수익을 낸 것으로 유명해졌다.
2021년 엑시인피니티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면서, 게임에 진입할 때 필요한 기본 비용도 올라가 동남아권 유저들 일부는 신규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때 YGG가 길드를 통해 자산을 임대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향을 제시했다. YGG는 P2E(Play to Earn) 게임과 De-Fi(탈중앙화금융)를 합쳐 게임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주목 받았다. 말하자면 게임 자산을 임대 받거나 대출해 주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신조어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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