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은 2000년 럭키생명에 출자했고 2004년 넥스원퓨처, LIG시스템 등을 계열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LIG 매니지먼트 서비스, 에프엠에스, 에이스화재손해사정, TRC코리아, TAS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 LIG홀딩스를 계열사로 추가 편입했다. 총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룹의 명칭을 따로 정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LIG손해보험이 대표회사로 등록되어 있다.
LIG손해보험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바로 밑 동생인 구철회 회장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여성의 경영 참여를 철저히 금하는 LG가의 특성상 4남4녀 중 4형제만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장남인 구자원 명예회장이 넥스원퓨처의 회장을 맡고 있고, 작고한 2남 구자성 씨를 대신해 3남인 구자훈 회장과 막내인 구자준 부회장이 LIG손해보험 경영을 맡고 있다. 이들 2대를 이어 3대들도 대부분 LIG손해보험에 근무하고 있다.
최근 구자원 명예회장의 장남 구본상 이사(35)를 중심으로 지분정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3세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구 이사는 LIG손해보험 미국 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아버지인 구자원 명예회장으로부터 100만 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30만 주를 매입해 현재 341만 주를 가지고 있다. 5.19%이던 지분율은 5.69%로 높아졌다. 그룹 내에서도 구본상 이사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같은 기간 구본상 이사의 누나인 구지연 씨(40)는 보유하고 있던 26만 8600주 전량을 모두 매각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인 구자혜 씨(69)가 보유하고 있던 2만 7680주를 모두 장내매각하고 LIG손해보험에서 손을 떼면서 LG그룹과의 결별을 마무리짓기도 했다.
5월에는 계열사인 TAS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TAS)가 건설업체인 건영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관심을 모았다. LIG손해보험의 건설업 진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범LG가는 그룹이 분리되더라도 동종업계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때문에 김갑렬 GS건설 사장도 LIG의 건영 인수에 대해 “건설업 진출로 보고 있지 않다. 재무적 투자자에 그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영 인수에 TAS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선 사실을 주목해 본다면 건설업 진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TAS의 대표이사인 구본상 이사가 그룹을 물려받기 위한 수순으로 신규 사업을 활발히 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TAS가 구본상 이사의 개인회사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LIG가 본격적인 확장작업을 하는 중심에 3세 경영인인 구 이사가 있는 셈이다.
또 LIG손해보험은 강남 시대를 맞아 보험업 외에 다른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본격적인 그룹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 진출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건설업은 리스크가 큰 대신 짧은 시간 내 덩치를 키우기에 걸맞는 업종이라 신사업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건영의 인수가는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1000억 원이 자체 자금이고 3000억 원가량을 금융권에서 조달했다고 한다. 이 점이 건영 인수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LG그룹에서 허 씨 가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GS건설이 ‘남의 회사’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건영쪽으로 LG계열의 건설물량이 몰려들 가능성이 크기에 성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때문에 TAS의 지분 구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지만 정확한 지분 현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향후 LIG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계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LIG홀딩스는 계열사인 넥스원퓨처, 에프엠에스, TR코리아, LIG시스템, 에이스손해사정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LIG홀딩스는 LIG손해보험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배주주들로서는 LIG손해보험의 지분을 LIG홀딩스에 팔고 비상장인 LIG홀딩스 주식을 매입할 경우 지배구도의 변경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한편 계열사들 대부분의 지분이 LIG손해보험과 LIG홀딩스에 속해 있는 것과 달리 TAS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는 정확한 지분 현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TAS가 향후 LIG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성장동력, 나아가 3세 경영체제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LIG그룹 승계 작업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구본상 이사의 향후 역할과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