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6월 27일 SO들에 대해 전주 무단사용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앞으로 무단 사용에 대한 반환 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가 밝히는 ‘전주 무단사용’의 내용은 KT와 계약을 맺지 않고 전주를 사용한 경우와 방송 용도로 계약을 맺어 놓고 초고속인터넷용으로 이용한 경우 등 두 가지다.
한편 사용 계약을 맺은 기존 업체들에게는 임대료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SO들은 KT가 갑자기 임대료를 1000% 넘게 인상하는 것은 횡포라며 비난하고 나섰고, KT는 그간 비정상적으로 싼 가격을 임대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KT와 SO들의 전주 싸움의 기원은 2001년 KT가 그간 SO들에게 임대해오던 전송망을 일괄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민영화를 앞둔 KT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방송용 회선을 이용하던 SO들에게 이를 매각했다. 당시 전국 119개 SO 중 KT의 회선을 매입한 곳은 21곳. 나머지 업체들은 재임대 또는 자체 회선을 설치해야 했다.
그러나 전주와 관로(지하에 매설한 통로)는 국가기간시설로 민간에게 판매하지 못한다. 따라서 모든 SO들은 KT와 전주 사용에 대한 임대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다.
2001년 당시 회선을 매각해야 했던 KT는 전주와 관로의 사용료를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회선을 SO들에게 팔았다. 당시 평균 임대가격은 전주 1개 당 42.7원. 2001년 9월 맺은 3년 계약이 2004년 9월 끝나자 KT는 가격 현실화를 이유로 임대료를 887원으로 올렸다.
갑작스레 가격이 20배로 뛰자 SO들은 이에 반발했고 양측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KT는 12월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2005년 5월 계약은 최종 해지되었다. SO들은 이때부터 무단으로 전주를 사용해 온 셈이다.
KT는 이미 올 3월 C&M, 큐릭스, 드림시티 등 10개 업체에 대해 30억 원 규모의 부당이익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분당의 아름방송에 승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아름방송이 KT 본사가 있는 지역의 SO이다 보니 ‘시범케이스’가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T는 회선을 매입하지 않은 SO들의 전주 무단사용 실태가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KT 소유 360만 개의 전주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 SO가 사용하는 36만 5000개의 전주 중 69%인 25만 2000개가 무단사용이라고.
SO들은 KT의 갑작스런 문제제기에 당황스런 반응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1년 회선을 매입한 한 업체는 “당시 KT가 회선을 매입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해 울며 겨자먹기로 산 것이다. 회선을 사지 않으면 방송을 중단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KT도 전주와 관로 문제를 저렴하게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값을 올리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문제삼는 것은 상도를 저버린 행위다”라고 항변했다.
SO들은 케이블TV협회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와 관로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려 해도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허가를 내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료는 공신력 있는 외부회계기관과 연구소에서 산정한 것이다. 또한 SO들이 우리보다 비싼 한전 전주 사용료는 잘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전주 문제를 들고 나온 데는 7월 SO들의 초고속인터넷 기간통신사업자 전환, 11월 KT의 IPTV 방송 서비스 실시를 앞두고 미리 SO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가 전주 사용에 대한 계약을 방송용에 한정했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무단으로 벌이는 SO들을 단속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벌이는 SO들에게 전주 임대료를 인상해 저가를 무기로 영업하는 것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는 셈이다. KT 입장에서 전주 사용료 인상이 수익도 늘리고 SO들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저가 공세도 견제하는 일종의 꽃놀이 패인 것.
KT는 이런 해석에 대해 “2004년 9월 계약 만료, 12월 해약 통지, 6개월의 유예기간, 전주 사용 실태 조사와 법률적 검토를 거치다 보니 시기적으로 지금이 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SO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옥탑방에 사는 형편이 어려운 세입자가 있다. 주인이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며 옥탑방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 대신 오르내리는 계단은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이 아들로 바뀌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갑자기 통행료를 걷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KT의 이용경 사장이 물러나고 지난해 남중수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두고 ‘바뀐 주인’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