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속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수조 투자 계획…하림 “양재동 사업 순조, M&A 관련 밝힐 내용 없어”
KDB산업은행은 최근 HMM 적격 인수 후보로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지주를 선정해 통보했다. 이 중 하림지주가 인수 경쟁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림지주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자금 동원력에서 우세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IB)업계에서 예상하는 HMM 매각가는 5조~6조 원이다.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5169억 원에 불과하다. LX인터내셔널과 하림지주의 보유 현금은 각각 1조 2132억 원, 1조 1076억 원이다.
하림그룹은 국내 대표 육계 업체다. 하지만 하림그룹이 육계 상품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아니다. 하림지주의 올해 상반기 매출 7조 1411억 원(내부거래 포함) 중 33.29%인 2조 3776억 원이 운송부문에서 발생했다. 사료부문도 1조 68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23.59%를 차지했다.
하림지주가 HMM을 인수하면 계열사 팬오션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팬오션의 주력 선박은 벌크선이고, HMM은 컨테이너선을 주로 운용한다. HMM과 팬오션이 결합하면 해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가능하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의 올해 상반기 매출 2조 2212억 원 중 72.85%인 1조 6181억 원이 벌크선에서 발생했고, HMM은 매출 4조 2115억 원 중 83.92%인 3조 5345억 원이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했다.
관건은 수조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 조달이다. 하림지주는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었지만 스스로도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하림지주의 현재 현금 보유량을 감안했을 때 거액의 차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하림지주가 계열사를 동원해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인 팬오션 동원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그룹의 HMM 인수 참여 우려가 불거지면서 팬오션 주가는 상당히 부진하다”며 “HMM 매각 대금이 5조~6조 원 수준인데 하림그룹이 보유한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수 구조에 따라 팬오션의 자금 부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팬오션을 비롯한 하림그룹 계열사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팬오션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조 163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 2212억 원으로 29.78%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79억 원에서 2377억 원으로 41.73% 감소했다. 하림지주의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6조 688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6조 1441억 원으로 8.14% 줄었다.
하림그룹은 실적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그룹은 2016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부지 약 9만 6000㎡(약 2만 9040평)를 4525억 원에 매입했다. 하림그룹은 이곳에 물류시설,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복합단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용적률을 이유로 반대해 개발이 늦어졌고, 감사원이 2021년 하림그룹의 손을 들어주고 나서야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재동 개발 사업에는 6조 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하림그룹은 경기도 안성시에 축산식품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하림그룹은 (주)하림을 통해 일부 공장 옥상에 태양광 설비 설치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9월 중 준공 예정이다. (주)하림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외부 사업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주)하림이 태양광 사업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HMM의 실적이 하락세에 있어 인수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HMM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9조 952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조 2115억 원으로 57.6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조 846억 원에서 4666억 원으로 92.33% 급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HMM에 대해 “공급량에 비해 수송량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화물 적취율(수송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며 “(3분기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업황 회복에는 장기간 시일 소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HMM의 다른 인수 후보인 LX인터내셔널도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LX그룹은 LG그룹 계열사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최소한의 수익원은 확보하고 있다. 또 LX인터내셔널은 하림그룹의 양재동 사업처럼 조 단위 투자 계획이 없고, 오히려 기존 투자 계획을 축소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 집행이나 유치는 시기가 중요한 데 요즘 같은 고금리 기조에서는 부담이 크고, 불경기로 인해 성과도 장담할 수 없다”며 “실제 대기업의 최근 투자액은 크게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양재동 개발 사업의 경우 하림그룹의 자금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나 사업 진행 과정에 따라 투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하림그룹은 양재동 개발 사업이 HMM 인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양재동 개발 사업은 현재 인허가 단계이며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며 “투자 희망자가 많아 자본 유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M&A와 관련해서는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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