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관리공사는 지난달 22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미 후유증은 시작됐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매각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진 사안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금호그룹의 실사를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일단 금호 쪽에서도 무리하게 실사를 진행하지 않고 대우건설과 대우건설 노조, 자산관리공사와 막후 협상에 나선 상태다.
현재 제기되는 의혹은 △매각주간사 삼성증권이 ‘금호컨소시엄의 대우건설 인수가 유력하다’는 보고서를 낸 것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금호컨소시엄에 대해 계열사인 대우증권까지 동원해 투자하는 ‘집요함’을 보인 점 △출자총액제한 예외를 적용하기로 한 것 △비가격 평가요소에 대한 게리맨더링 시비 △입찰가격 사전 유출 등이다.
1. 매각주간사 “금호 유리”
삼성증권은 금호산업에 대한 기업보고서에서 “한화가 이미 입찰포기를 선언했고 두산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의지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남은 경쟁자가 유진과 프라임인데 회사 규모나 자금동원 능력면에서 금호산업이 유리해 보인다”고 예상했었다.
삼성증권에서는 애널리스트 개인의 의견일 뿐 M&A팀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외부에 공개되는 보고서인 만큼 회사의 결제라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개인이 발표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에 대한 본입찰 안내서가 발송된 것은 5월 21일이고 삼성증권의 보고서가 나온 것은 23일인데 이렇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이 과연 우연이냐는 것이다. 매각주간사라는 무게가 있는 만큼 이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어 자금모집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2. 국책은행이 금호에 투자
산업은행은 당초 금호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혔다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인수에 국책은행이 끼어들 경우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 게다가 김재록 게이트로 불거진 이헌재 사단의 막후 조정이 이번 딜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느냐는 ‘억측’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재경부-금감원 등 관가의 움직임이 이미 ‘예정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때문인지 군인공제회는 발을 뺐지만 산업은행은 굴하지 않고 금호컨소시엄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직접 투자가 막히자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증권을 통해 우회적으로 금호 컨소시엄에 15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노조는 “대우증권 외에 다른 경로로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지난 4일 실사반대 시위를 벌이는 대우건설 노조원들. | ||
인수자 선정 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 예외규정을 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든 부분. 지난 3월 정부와 여당은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이라도 구조조정 과정의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대우건설 매각을 그 첫 적용 대상으로 밝혔다. 두산 한화 금호 등이 그 혜택을 보게 되었지만 이는 사실상 금호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 예외규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사람으로 열린우리당 K 의원이 거론됐다. 경제부처 장관 출신인 K 의원은 이헌재 사단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지금 새로운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권오규 차관은 K 의원이 재경부 장관에 오른 직후 재경부 경제정책국 국장으로 발탁되었다. 역대 정부에서 두 번이나 장관을 지내고 현 정부에서도 경제계 실세로 불리는 등 억세게 관운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K 의원과 권 내정자는 이력도 비슷하다. 권 차관도 참여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새로운 경제통 인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4. 입찰가격 사전 유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에 입찰 가격이 유출된 것도 석연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호그룹 임원이 대우건설 임원에게 ‘내일 ××일보에 입찰가격이 보도될 것이다.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지켜보라’며 전화했다고 한다.
입찰가 유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김우석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가격을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보겠다고 밝혔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유출되었으니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이 가격 순위와는 다른 결과를 내는 데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발표 당일 공적자금관리위원인 국찬표 서강대 교수는 회의장까지 왔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위원들 사이에서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의 들러리만 서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호 이미 알고 있었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기로 했던 6월 20일 저녁 금호그룹이 주최한 음악회에는 박삼구 금호 회장과 전윤철 감사원장 등 다수의 정부 관계자가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금호컨소시엄이 미리 선정될 것을 예상하고 ‘축하연’을 준비했던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당일 발표가 연기되었는데도 금호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보도자료를 냈다가 회수하는 등 이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