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축소 온라인 고전 등 업황 위기에 가까워…롯데쇼핑 “올핸 수익성·효율성, 내년엔 고객가치 집중”
#롯데쇼핑 사업부 실적 뜯어보니
롯데쇼핑은 지난 9월 19일 13년 만에 기관 투자자 등을 상대로 연 ‘최고경영자(CEO) IR 데이’에서 중장기 실적 목표를 발표했다. 이날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직접 연단에 섰다. 롯데쇼핑은 7개 핵심 사업부의 중장기 핵심 전략을 발표하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3년 내 올해 전망치의 2배인 1조 원가량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올해 전망치인 14.6조 원에서 16.4% 증가한 17조 원으로 제시했다.
2017년 한때 30만 원을 넘보던 롯데쇼핑의 주가는 현재 7만 원대 초반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낙관적인 미래 청사진 발표에도 주가는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올해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업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위기에 가깝다.
우선 주력 사업부인 롯데백화점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8%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7%가량 떨어져 66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호황 탓에 역기저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지만 20%가량 하락한 데 그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비해 롯데의 하락세가 유독 가파르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점포 수익성을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는다. 2022년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매출 점유율의 35.1%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세계나 현대에 비해 점포수가 2배 가까이 많다. 대신 점포당 매출은 신세계의 절반 수준이다. 2022년 점포별 매출 1위는 신세계 강남에 내줬고 하위 10위권 절반은 롯데가 차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입점 매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백화점보다는 마트에 가까울 정도라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소 잃은 상태다. 매출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와 슈퍼는 흑자전환을 기록했지만 외형은 다소 소폭 줄었다. 대형마트 업계 내에서도 롯데의 점유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며 ‘그로서리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마트처럼 오프라인에서 물량이 크고 유통망이 잘 깔린 경우는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롯데는 마트가 워낙 위축돼 있어 신선식품으로 밀고 나가기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커머스인 롯데온 역시 2분기에 매출을 41.5%가량 늘리며 적자를 21억 원 규모로 줄였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20년 이후 롯데온의 3년간 누적 적자는 4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롯데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자산이 롯데온을 중심으로 통합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롯데그룹 유통사업부의 경우 마트나 하이마트 등 각각의 사업군이 온라인 앱을 따로 갖추고 있다. 그룹 전체의 온라인 전략이 다 따로 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하이마트와 홈쇼핑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마트는 올해 2분기 8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매출이 23%가량 감소했다. 2021년까지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든든한 캐시카우로 기능했던 홈쇼핑은 새벽방송 금지 등의 여파로 2분기 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LG와 삼성의 대리점 시스템이 막강해지고 일본 등 외국 가전이 경쟁력을 잃으며 소비자들이 하이마트를 갈 이유가 사라졌다”며 “홈쇼핑 역시 대형 홈쇼핑사 중에 롯데의 경쟁력이 제일 떨어지고 있고 TV 시청이 급감하고 송출수수료 비용이 올라가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영화사와 영화 투자·배급 사업 등을 담당하는 롯데컬처웍스 역시 적자를 냈던 1분기에 비해 선방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0%가량 급감했다. 영화관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만의 문제가 아닌 업황의 문제로 코로나 기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넘어간 관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전성기 때 시설 투자를 많이 해 극장을 워낙 늘리는 바람에 불황기를 감당 못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롯데쇼핑 CEO 리더십 통할까
롯데쇼핑은 옥석을 가려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의 경우에는 전국 모든 점포가 아닌 핵심 상권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온도 매출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방향 전환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2021년 말 부임한 김상현 대표가 홈플러스 재직 당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홈플러스의 흑자전환을 이뤄낸 것과 동일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2022년 말 연결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총차입금은 15조 1421억 원을 기록했다. 김상현 대표가 부임한 지 1년 만인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비율은 1.44배를 기록하며 개선세를 나타냈다. 이자보상비율이 1배를 넘으면 회사가 이자를 부담하고도 수익을 낸다는 의미다. 2019년 회계기준이 바뀌고 리스부채와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던 롯데쇼핑이 별도 기준으로 이자보상비율 1배를 넘은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워낙 유통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지가 꽤 됐다. 특히 ‘통합 유니버스’ 등을 출범하면서 멤버십에 힘을 주고 있는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계열사도 많은데 지금까지 그런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라며 “다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유통을 제대로 이끌어 보겠다고 발표했으니 앞으로 새로운 전략들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가 한 관계자는 “현업이 죽어가고 있어 아무리 수장이 바뀐다한들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 2년 차인 김상현 대표가 온 지 얼마 안 돼 의욕이 넘치는 것 같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는 수익성과 효율성 개선에 집중했다면, 내년은 고객중심의 가치를 우리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삼고, ‘고객의 첫 번째 쇼핑목적지’가 되는 해로 만들겠다”며 “2026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과 원팀(One-Team)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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