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그룹 회장 | ||
LG의 이 같은 계열분리는 LG그룹 특유의 장자승계 방식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장자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LG가는 그동안 장자가 아닌 아들들에게 비주력 계열사를 배려해주는 방법으로 분가시켜 경영권 승계과정을 둘러싼 분란의 소지를 없애왔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3년 10월 자신이 갖고 있던 LG상사 주식 1020만 4658주(15.01%)를 모두 처분했다. 이는 LG상사 패션 부문 분가에 대한 LG그룹 차원의 전초작업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랬던 구 회장이 왜 다시 LG상사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일까. 재계 인사들은 기업분리를 앞두고 LG그룹이 맡게 될 LG상사 무역부문에 대한 총수로서의 지분 행사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재계 인사들 의견에 ‘한 가지 의미를 더’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LG상사 주가 폭락을 우려한 구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업계 인사들은 ‘총수의 지분 매입을 통한 주가 올리기’의 전형적 사례로 꼽기도 한다. 이는 비슷한 전례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초에도 LG상사 지분을 사들였었다. 그는 2005년 2월 1일 7만 주를 사들였다. 지분율(0.10%)은 미비했지만 이로 인해 구 회장은 2년 만에 LG상사 대주주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당시 주가는 8960원이었다. 2004년 말까지 9600~9800원을 오가던 LG상사 주가는 2005년 새해를 맞이하며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 9000원 선마저 무너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구 회장의 지분 매입 직후 LG상사 주식의 ‘빛깔’이 달라져 버렸다. 2005년 2월 24일 주가 1만 원 돌파 이후 LG상사 주가는 단 한번도 1만 원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수직 상승세를 보였다. 지금부터 두달 전인 지난 5월 8일 LG상사 주가는 2만 7200원까지 올라갔다. 지속적인 상승세 끝에 당일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부터 LG상사 주가의 힘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6월 중순 이후부터는 2만 원대를 지키는 것도 힘겨워 보일 정도였다.
반등의 포인트는 구 회장의 지분 매입이었다. 구 회장이 지난 6월 23일 사들인 LG상사 주식은 7만 7000주다. 당시 주가가 2만 500원이었으므로 구 회장이 여기에 쏟은 돈은 15억 7850만 원. 구 회장의 LG상사 지분 매입 이후 LG상사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구 회장 외에도 최근 LG상사 지분 매입에 나선 총수일가 인사들이 제법 있다. 특히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차녀인 구자혜 씨 일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자혜 씨와 남편인 이재연 아시아스타 회장 그리고 이들의 딸인 이혜정 씨가 지난 5월 29일에 LG상사 지분 2만 5500주를 사들인 것이다. 이전부터 LG상사 대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구자혜 씨 가족은 이번 추가 매입을 위해 5억 2275만 원을 투자했다. 그밖에 구본무 회장의 사촌들이 2억 5626만 원을 들여 1만 2500주를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5월 29일 하루 동안 총수 일가가 지분 추가 매입에 동원한 돈만 해도 7억 7901만 원에 이른다. 결국 구본무 회장의 6월 23일 지분 매입을 포함해 지난 한달 동안 구 씨 일가가 LG상사 주식 매입을 위해 동원한 실탄은 23억 5751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구 회장의 지난해 LG상사 지분 매입 효과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 구 회장의 지분 매입 이후 보름 남짓 지난 7월 6일 현재 LG상사 주가는 2만 1800원까지 오른 상태다.
구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LG상사 기존 주주들이 수혜자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 ‘떡고물’은 구 회장에게도 확실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매입을 위해 구 회장이 투자한 돈은 15억 7850만 원이다. 구 회장의 현재 보유한 LG상사 주식은 14만 7000주다. 이를 7월 6일 현재 주가 2만 18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구 회장의 현재 지분 시가총액은 32억 460만 원이다.
구 회장의 추가지분 매입 전날인 6월 22일 당시 주가는 2만 1650원이었으며 구 회장의 주식총수는 7만 주였으므로 환산하면 당시 구 회장 지분총액은 15억 1550만 원이 된다. 구 회장은 15억이 넘는 돈을 투자해서 주가도 올리고 일가친척 두루 돈도 벌었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격이라고나 할까.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