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사람의 몸과 마음이 힘들면 대뇌 전두엽에 있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의 혈류량이 늘고 뇌가 피로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때 ‘목표를 이루고 싶다’든지 ‘일을 마치면 보람이 클 것이다’,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분발하자’라는 생각을 하면 전두엽 전체가 안와전두피질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감춘다. 녹초가 되었어도 일을 꼭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쫓기듯 일을 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뇌 전두엽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럼 피로는 왜 생기는 것일까? 대표적인 피로물질에는 활성산소를 비롯해 젖산, 중금속, 바이러스, 알레르기 물질, 피로감을 유발하는 체내 FF 단백질 일명 ‘피로 단백질’ 등이 있다. 가장 큰 원흉은 활성산소다. 인간이 생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는 세포나 조직을 손상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물론 체내에는 이에 대항하는 항산화물질이 있어서 활성산소가 생기면 바로 제거한다. 그렇지만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활동하면 활성산소는 제때 처리되지 못한다.
활성산소가 늘면 인체 내 중요한 조직 기능이 저하된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게 자율신경계와 자율신경 중추다. 피로할 때 열과 땀이 나고 현기증이 생기는 등 자율신경실조증과 흡사한 현상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현대인들은 뇌도 피로하다. 오늘날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흔히 성인병이라 부르는 생활습관병,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뇌 피로 때문이다. 뇌의 피로는 언어와 분석적인 사고를 관장하는 대뇌피질, 본능과 감정의 중추 변연계, 자율신경중추 뇌간 이렇게 세 가지 영역에 부조화가 생겨 나타난다. 현대인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처리가 많아 대뇌피질만 기능을 많이 하고, 상대적으로 변연계와 뇌간은 움직임이 덜하다. 그러니까 식욕과 수면욕, 감정이 억제되어 과식, 불안, 수면장애가 찾아오는 것이다.
평소 온화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거나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면 뇌 피로를 의심해보자. 또 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어 잠이 오지 않고 음식의 맛, 간을 잘 보지 못하는 미각장애가 생기거나 울적한 기분이 든다면 뇌 피로 징후라 볼 수 있다.
숨은 피로 증후군을 일으키는 생활 패턴이 있다. 예컨대 조금이라도 피곤하다 싶으면 바로 고기나 정력에 좋은 음식을 찾는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 고기나 스태미나 음식은 딱히 피로회복 효과가 있기보다는 오히려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은 단지 에너지를 보충해 줄 뿐이다.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나 피로를 풀고자 곧잘 주말에 외출이나 여행을 하는 이들도 유의해야 한다. 기분전환은 될지 모르지만 몸이 휴식을 취하지 못해 손상된 세포가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 야외활동을 하면 자외선이 눈과 피부에 들어와 피로 단백질이 증가한다.
운동을 날마다 조금씩 하지 않고 휴일에 몰아서 하는 사람들도 위험하다. 스스로는 체력을 기른다고 여기겠지만 몸은 긴장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에 몰아서 운동을 하다보면 몸을 혹사시키기 마련이다. 이밖에도 호기심이 왕성해 취미가 많은 이들, 상이나 칭찬을 받으면 즉시 생기가 되살아나고 의욕이 샘솟는 이들도 피로의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유형이다.
피로를 풀어줄 음식으로는 닭 가슴살이 좋다. 매일 100g씩 2주일간 먹으면 닭 가슴살에 든 피로회복 물질 이미드펩티드(imide peptide)를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가벼운 체조 등으로 피로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또 녹차나 홍차를 끓일 때 나는 냄새나 잎을 잘게 부수면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피로 단백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