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00패 이상한 두 팀의 사상 첫 WS서 대결
애리조나는 그해 52승 110패(승률 0.321)로 정규시즌을 마쳐 AL 동부지구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함께 시즌 최다패를 기록했다. 같은 지구(NL 서부지구) 우승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07승 55패)의 승수보다 애리조나의 패수가 더 많았다. 텍사스도 60승 102패(승률 0.370)로 AL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1973년 이후 48년 만의 팀 최다패 기록이었다.
그랬던 두 팀이 2년 만에 '폴 클래식'의 주인공이 됐다.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10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막을 올리는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붙는다. 두 팀 다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7차전까지 치르고 어렵게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공식 사이트 MLB닷컴은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승부는 이전에 (월드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종류의 매치업"이라며 "역대 최고의 '리바운드 월드시리즈'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시즌 100패를 기록한 팀이 다음 두 시즌 안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건 텍사스가 역대 네 번째, 애리조나가 역대 다섯 번째다. MLB닷컴은 "앞서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 1968년 보스턴 레드삭스, 1969년 뉴욕 메츠,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가 100패 시즌 후 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2년 전 100패 이상을 한 두 팀이 같은 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건 올해가 사상 최초다.
심지어 애리조나와 텍사스는 지난 시즌에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던 팀들이다. 텍사스는 68승 94패, 애리조나는 74승 88패로 나란히 5할 승률에 못 미쳤다. 지난해 두 팀의 평균 승률은 0.438. 역대 월드시리즈 매치업의 직전 시즌 평균 승률 중 1991년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미네소타 트윈스(1990년 0.429) 다음으로 낮다.
그러나 텍사스는 올해 90승 72패로 반전을 일으키면서 4번 시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뒤 탬파베이, 볼티모어,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연거푸 꺾고 꿈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6번 시드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한 애리조나(84승 78패)도 밀워키 브루어스,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차례로 제치고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
앞서 100패의 아쉬움을 2년 만에 극복한 네 팀 중 1914년의 브레이브스와 1969년의 메츠는 결국 월드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들을 '미러클 브레이브스', '미러클 메츠'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성취였다는 의미다.
올해도 두 팀 중 한 팀은 무조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미러클 메츠' 이후 54년 만의 기적이 재현되는 셈이다. 어느 쪽이 우승하든 구단 역사에도 의미가 깊다. 텍사스가 승리하면 1961년 창단 후 첫 우승, 애리조나가 승리하면 2001년 이후 22년 만의 두 번째 우승이 된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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