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보다 비싼 요금제 적잖아…소비자단체 “통신망 도매대가 낮춰줘야” 지적
과연 퍼스트모바일만 비합리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걸까. 일요신문 취재 결과, 다른 알뜰폰 업체도 일반 통신사에 비해 비싼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체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일반 통신사가 알뜰폰 업체에 통신망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값이 비싸기 때문에 알뜰폰 요금을 더 낮출 수 없다. 이에 이동통신 3사가 도매대가를 낮춰줘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랑제일교회 알뜰폰 요금제 논란
사랑제일교회 관련 사업법인 더피엔엘이 지난 4월 출시한 퍼스트모바일은 KT망을 사용하고 있다. 2023년 11월 기준 LTE(4세대 이동통신) 후불 요금제 11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퍼스트 기부10’이라는 상품이 눈에 띈다. 음성전화와 문자는 무제한이다. LTE 데이터 3GB, 데이터 소진 시 최대 1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 요금제 가격은 월 3만 8000원. 음성전화·문자 무제한, LTE 데이터 7GB, 데이터 소진 시 최대 1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퍼스트 데이터 7G+블라이스’ 요금제(월 2만 9000원)보다 비싸다. 이에 퍼스트 기부10은 신도들을 상대로 한 ‘헌금성 요금제’로 풀이된다.
KT가 판매하는 것보다 비싼 퍼스트모바일 요금제도 있다. 음성통화·문자 무제한에 LTE 데이터 100GB,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퍼스트 데이터 100G+블라이스’ 요금은 월 6만 5000원.
같은 조건의 KT 요금제인 ‘LTE 다이렉트 45’ 가격은 월 4만 5000원이다. 다이렉트 요금제는 이동통신 3사 모두 있는 상품으로, 다이렉트샵 홈페이지에서 신규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 시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다.
또한 KT 요금제 중에서 음성전화·문자 무제한에 LTE 데이터 110GB,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 ON 비디오 플러스’ 가격은 선택약정할인 적용 시 월 5만 1750원이다. 선택약정할인은 휴대전화 할부 약정이 없는 단말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요금제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알뜰하지 않은 알뜰폰 업체 ‘여럿’
일반 통신사에 비해 비싼 가격의 요금제를 내놓은 알뜰폰 업체는 퍼스트모바일뿐만이 아니다.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통신사 중에서 음성통화·문자 무제한에 LTE 데이터 100GB,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은 이야기모바일의 가격은 월 4만 7000원, 아시아모바일은 월 4만 7300원, 스노우맨은 월 6만 9000원, 앤텔레콤은 월 8만 5900원이다. 앞서 언급한 다이렉트 요금제 가격(월 4만 5000원)보다 비싸다. 선택약정할인 가격인 월 5만 1750원보다 비싼 곳도 있다.
또한 스노우맨은 음성통화·문자 무제한에 5G 데이터 110GB,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월 6만 6000원에 판매한다. 이는 같은 조건의 KT 상품을 선택약정할인 적용한 가격인 월 5만 1750원보다 비싸다.
LG유플러스가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LTE 데이터 매일 5GB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가격(원가 월 6만 9000원, 선택약정할인 적용 시 월 5만 1750원, 다이렉트 요금제 월 4만 5000원)보다 비싼 알뜰폰 업체도 있다. 앤텔레콤은 월 6만 500원, 에스원 안심모바일은 월 6만 3800원이다.
#"약정 없어 갈아타기 수월"
가입 후 프로모션(판촉 활동) 할인을 제공하지만 프로모션이 끝나면 일반 통신사보다 비싼 요금제를 제공하는 알뜰폰 업체도 있다. 아이즈모바일은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LTE 데이터 100GB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망 요금제 가입 후 7개월 동안 월 3만 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프로모션 종료 후 가격은 월 5만 3000원. SK텔레콤이 동일한 조건으로 내놓은 상품 가격(선택약정할인 적용 시 월 5만 1730원, 다이렉트 요금제 월 4만 8000원)보다 비싸다.
모빙은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5G 데이터 10GB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최대 1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KT망 요금제 가입 후 12개월 동안 월 2만 9100원을 부과한다. 그런데 프로모션이 끝나면 월 3만 9000원이다.
이는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5G 데이터 11GB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최대 1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KT 다이렉트 요금제 가격인 월 3만 7000원보다 2000원 비싸다.
이야기모바일은 음성통화·문자 무제한, 5G 데이터 150GB 제공, 데이터 소진 시 최대 5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망 요금제 가입 후 7개월 동안 월 4만 700원, 프로모션 종료 후 월 5만 3900원을 부과한다. 모빙은 같은 조건의 상품을 가입 후 12개월 동안 월 4만 3300원, 프로모션 종료 후 월 5만 4300원 부과한다. 이는 LG유플러스가 같은 조건으로 내놓은 다이렉트 요금제 가격인 월 5만 1000원보다 비싸다.
이 같은 맹점을 간파한 일부 소비자는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또 다른 프로모션 요금제를 제공하는 알뜰폰 업체를 찾아 새로 가입한다. 매월 LTE 데이터 11GB, 소진 후 매일 2GB 데이터 제공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이건명 씨(31)는 “지금 사용하는 요금제의 프로모션 할인은 가입 후 7개월 동안 월 6000원을 부과하는데 그 기간에만 이용하고 다른 요금제를 알아볼 것”이라며 “프로모션이 끝나면 다른 알뜰폰 업체로 갈아타는 소위 철새도 많다”고 말했다.
매월 데이터 161GB 제공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전 아무개 씨(26)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요금제 프로모션 할인은 2024년 1월까지 유지된다”며 “알뜰폰 업체 요금제 대부분 약정이 없기에 다른 업체로 갈아타는 게 수월하다”고 밝혔다.
최근 ‘0원 요금제’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알뜰폰 시장에 등장하면서 많은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프로모션 할인 대신 애초에 가격을 낮췄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적지 않다. 직장인 신유미 씨(28)는 “프로모션 기간이 끝난 후 비싸게 통신료를 낸 사실을 뒤늦게 안 뒤에 다른 알뜰폰 업체 요금제로 바꿨다”며 “왜 애초에 요금제를 싸게 하지 않고 프로모션 할인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0원 요금제’ 등 프로모션은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을 지원해줘야 가능하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 손익을 따지면 제 살 깎는 격”이라며 “통신망을 대여해주는 일반 통신사가 도매대가를 낮춰줘야 알뜰폰 업체가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도 “은행권 등 다른 수익 사업이 있거나 자금력이 탄탄한 알뜰폰 업체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버티기가 어렵다”며 “통신망 통합 등의 방안으로 도매대가를 낮춰서 알뜰폰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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