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호텔수성서 이색 강연 열어
[일요신문] '중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어떨까?'
17일 오후 대구 호텔수성 수성스퀘어 3층 피오니홀에서 '중국학자가 본 한국사회'란 주제의 이색 강연이 열렸다.
'한중경제사회연구소'의 첫 창립행사로 열린 이번 강연은 한중경제사회연구소와 '일요신문' 대구경북본부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중앙대 국제대학교와 호텔수성이 후원했다.
행사는 모두 발언, 축사, 강연, 감사장 수여, 청중과의 교류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중국어로 동시 통역 진행됐으며,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 됐다.
이날 초청강사로 나선 쉬하이나(Xu Haina) 산동대 동북아학원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영화와 국제정치'를 소재로 한국영화·드라마의 흥행의 이면에 있는 역사적 근원과 정치적 배경을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쉬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교장을 역임하기도 한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로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방문학자로 부임해 최종현학술원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쉬 교수는 미국정치·외교·문화, 미중관계는 물론 세부적으로는 영화에 투영된 정치학에 관한 연구를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쉬하이나 교수 "K-무비, 이면의 역사적 근원과 정치적 배경은?"
쉬하이나(Xu Haina) 산동대 동북아학원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중국학자가 본 한국사회' 초정 강연을 통해 '영화와 국제정치, K-무비·드라마의 흥행과 그 이면에 있는 역사적 근원과 정치적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쉬 교수는 '정치 무의식'이 영화에 내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원티드', '인디아나존스', '반지의제왕' 등에 내재된 종족·남성 우월주의를 짚어냈다. 또 '슈퍼맨의귀환'에는 당시 9·11 테러로 비행기 탑승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대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쉬 교수는 "한국영화가 과거 미국 문화 모델을 성공적으로 모방하면서 주도적인 컨텐츠를 만들었다"며 한국과 미국 문화의 차이를 연구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글로리', '오징어게임', '재벌집막내아들' 등 한국 유명 컨텐츠를 예로 들며 영화·드라마가 '복수' 컨텐츠에 집중이 되어 있다는 분석했다. 이러한 복수 심리는 현실 갈등에 대한 상상적 해소의 대리만족이라고 교수는 밝혔다. 한국의 '한'이란 고유의 정서를 소개하며, 한의 발생 배경에는 외세침략,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희생 등 단순히 고립된 변수가 아닌 더 넓은 사회문화·거시경제적 배경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또 '오징어게임', '헝거게임', '배틀로얄' 등에는 계급 고착화와 자본주의 기회 불균등의 갈등 등이 투영됐다고 봤다. 한마디로 현대주의가 보장했던 자아실현과 신분상승의 공간이 닫혀있고 발전이 정체된 상황을 표현했다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감독들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는다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금자씨' 등을 소개했다.
- 강호구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양국 관계 개선하는 계기 될 것"
이날 '한중경제사회연구소'의 첫 창립행사에는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 강호구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산동대 동북아학원 쉬하이나 교수, 영남대 전 문과대학장 이정희 명예교수, 수리교육학과 류원팅(刘雯婷) 연구교수, 중국 산동이공대학 왕싱솨이(王兴帅) 교수, 연세대 국제대학원 따이완츠(戴万词) 박사과정생, 경북대 국제대학원 까오징차오(高景超) 박사과정생 등 한중청년학자, 대구시민, 예술관계자 등 2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헸다.
강호구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중경제사회연구소 탄생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이지만, 한·중 청년학자 100명 규모의 학술교류 모임을 구축해 이들에게 필요한 학술 환경을 제공하겠다"면서, "연구소 창립 취지에 맞는 이번 첫 행사를 통해 일반 청중들에게 중국 주류 사회 관념을 대표하는 중국저명학자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청년학자 대표 따이완츠(Dai Wanci·연세대 국제대학교 박사)는 "한중경제사회연구소는 양국 청년학자들이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학술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줄 것"이라며 한중 양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희 영남대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한중 양국이 지난 100년간 완전히 다른 방향의 근대화 방법을 택해 서로 다른 정치·경제 체제·문화적인 조류를 갖게 됐다"고 진단하며, "과거를 분석하는 것 뿐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과 중국이 각기 어떤 모습으로 세계 역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중경제사회연구소는 올해 9월 25일에 설립됐다. 최근 한중 양국의 갈등이 증가하는 원인을 장기간 단절에서 기인한 각기 다른 사회체제·역사·문화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상호간 이해 증진과 갈등 해소를 통한 국면전환을 위해 추진됐다.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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