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건의 경야’ 80개 언어 혼합 난해도 최강…최근 캘리포니아 독서 모임서 독파 화제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은 독서광들 사이에서는 난해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책이다. 읽기가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는 약 80개의 언어를 혼합해서 재창조한 단어가 가득하고, 뜻을 알 수 없는 말장난도 많은 데다 암시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해함은 사실 저자인 조이스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실제 그는 생전에 독자들에게 “내 작품을 읽는 데는 평생을 바쳐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조이스가 이 책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도 무려 17년이었다.
이 책이 어려운 또 한 가지 이유는 안타깝게도 조이스가 이 책을 출판한 직후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가 나서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최소한 약간의 단서를 줄 시간이 없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문학적인 퍼즐을 해독하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628쪽 분량인 이 책은 결코 혼자서는 읽어낼 수가 없으며, 가능한 여럿이 함께 토론을 하면서 읽어야 한다. 읽는 사람마다 이야기의 전개나 등장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독서 모임 회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데 무려 28년이 걸린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독서 모임을 주최한 인물은 1995년 회원을 모집했던 캘리포니아 베니스 출신의 영화제작자인 게리 피알카다. 그의 모임이 독특한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오로지 단 한 권의 책, 즉 ‘피네건의 경야’만 읽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회원 수는 중간에 새로 들어오거나 탈퇴하거나 하면서 10~30명 정도를 유지했고, 독서 모임은 28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지역 도서관에 모여서 한 쪽씩 정독한 다음 토론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회원인 피터 쿼디노(38)는 “토론을 할 때면 나는 무려 30개의 위키피디아 탭을 띄워놓았다”라고 말하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역사적 인물이나 혹은 사건, 새로운 시인에 대해 배우게 됐다. 정말이지 뇌가 방금 샤워를 하고 나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고 뿌듯해 했다.
지난 10월 드디어 첫 번째 완독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독서 모임이 끝난 건 아니다. 모임 이름 그대로 ‘피네건의 경야’ 한 권만 읽는 독서 모임이기 때문에 앞으로 회원들은 처음 1쪽부터 다시 읽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알카는 “우리 모임은 끝나지 않았다”라면서 “다음 책은 없고, 우리는 오직 한 권의 책만 읽을 생각이다다. 영원히 말이다”라고 선언했다. 출처 ‘가디언’.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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