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모 스타일(왼쪽), 신소재 밀란 | ||
최근 TV에서 ‘하이모’와 ‘밀란’ 양대 업체가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이들 업체의 이름 정도는 일반인에게 익숙해졌다. 이미 수많은 가발 업체가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스킨’을 이용한 최신기술을 적용한 맞춤가발은 이들 두 업체만 손에 꼽을 정도다.
하이모는 영화배우 이덕화 씨가 출연한 광고를 오래 전부터 해오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밀란은 지난해 10월 ‘헤어콘택트’를 출시하며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출연한 광고로 매출이 늘어나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두 업체가 밝히는 수치가 정확하진 않지만 양사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시장 규모는 300억∼550억 원 대다.
특히 밀란은 올해 3월부터 CJ홈표핑 방송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 전년 대비 두 배의 매출을 올림으로써 선두인 하이모와의 격차를 좁힐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TV광고를 보면 이제 가발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기술적으로 발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 망사가발은 투박하고 부자연스러웠지만 점점 기술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한다. 망사를 초극세사로 제작하고, 이마라인의 머리카락을 아래로 살짝 눕혔다 위로 올려 가발 표시가 잘 나지 않도록 하는 등 여러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정말 가발이 아무도 몰라볼 정도로 기술이 좋아졌을까.
서울 남부터미널 지하철역에 위치한 밀란 본사를 방문했다. 홍보 담당자는 제품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이해가 빠를 것이라며, 마침 완성된 맞춤 가발을 보여주었다. 밀란에서 보여준 ‘스킨가발’은 0.03㎜ 두께의 얇은 막(스킨)에 머리카락을 심은 것이었다. 이 스킨을 특수접착제로 두상에 부착하는 것이다.
명함 크기의 스킨샘플을 꺼내 보여 주었는데 어른이 양손으로 힘껏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경쟁사 제품보다 강도가 더 셀 것이다.” 하이모보다 기술적으로 더 앞서간다는 것이 밀란 측의 말이다.
스킨에 물을 묻혀 피부에 대보니 거의 표시나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았다. 스킨가발은 망사가발과 달리 머리카락을 듬성듬성 심을 수도 있어 머리숱이 적은 사람의 머리도 자연스럽게 재연할 수 있다고 한다. 머리숱이 너무 진하면 가발 표시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킨을 자유자재로 잘라 머리숱이 부족한 곳에 부분적으로 부착할 수도 있다.
밀란은 지난해 이 스킨을 이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나섰다. 올해 3월 23일부터는 업계 최초로 홈쇼핑을 통한 판매에도 나섰다. 지금까지 총 일곱 차례를 실시했는데, 1, 2회 방송에서 500피스(piece)를 한정 130만 원 균일가로 판매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선두 업체인 하이모의 본사는 밀란과 그리 멀지 않은 서울 양재역 인근에 있다. 하이모는 지난주 새로운 CF를 제작하기 위해 홍보 담당자들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이모는 ‘3D스캐너’와 ‘버추얼시스템’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도입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맞춤가발은 개별 고객에 꼭 맞게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두상의 모양을 떠야 한다. 기존에는 비닐이나 석고로 떠내던 것을 3차원 스캐너로 읽기 때문에 30초 만에 가능하다고 한다. 컴퓨터로 뜬 두상의 모양은 상당히 정교하게 굴곡이 표현되어 있었다. 2002년부터 도입했는데, 최근 시스템은 더욱 정교하게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한다.
버추얼시스템은 고객이 미리 가발을 쓴 모습을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모양을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이모는 2000년 이덕화 씨의 광고 초기부터 자연스럽고 견고한 가발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밀란이 신소재를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면 하이모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이미지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하이모는 종합적인 스타일링 기술이 업계 넘버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밀란을 의식해서인지 “스킨은 90년대에도 나와 있었는데, 감량화 기술이 점차 발달하고 있어 소재 차이는 비슷비슷하다. 우리도 스킨을 쓰는데 스킨과 특수망사를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기술은 더 뛰어나다. 스킨가발은 극세사를 이용한 망 가발의 통풍성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밀란은 “스킨 재질의 견고성은 우리가 더 우수할 것이다. 모발 밀도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나이든 사람의 엷은 머리숱까지 표현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이모의 맞춤가발 가격은 90만∼200만 원. 2004년 매출은 200억 원, 지난해 매출을 400억이 조금 못 된다고 밝히고 있다. 밀란이 밝히는 것보다는 두 배 규모다. 하이모는 밀란과의 차이를 15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이모 홍보담당자는 “지난해 탈모 인구가 300만∼500만이라고 한다. 웰빙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술·담배·스트레스로 탈모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젊은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두 회사는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얘기하지만 경쟁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다소 조심스런 모습이다. “가발은 탈모의 마지막 단계에서 찾는 상품이라 일단은 소비자로부터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고관여상품인 가발을 광고 하나만을 보고 한 제품만을 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모적 경쟁보다는 기술 경쟁으로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두 업체는 입을 모으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