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광고 수익 노린 언론사 주최 시상식 우후죽순…‘돌려막기’식 행사에 권위 떨어진다는 비판도
요즘 K팝 시장에서는 이런 하소연이 쉬지 않고 새어 나온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K팝 시상식 탓이다. 여러 연예 매체들이 앞다퉈 유명 K팝 가수들을 부르는 시상식을 열면서 시상식이 갖는 위상과 가치 역시 하락하는 모양새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K팝 시상식은 10개가 훌쩍 넘는다. 평균적으로 매월 1개 정도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 해를 결산하는 연말연시에는 시상식이 더 몰려 있다. 11월 28∼29일 열린 ‘2023 MAMA’를 시작으로 ‘멜론뮤직어워즈’(MMA·12월 2일) ‘지니뮤직어워즈’(GMA·12월 9∼10일) ‘아시아아티스트어워즈’(AAA·12월 14일)가 12월에 열리고, 내년 초에는 ‘서울가요대상’(1월 2일) ‘골든디스크’(1월 7일) ‘써클차트뮤직어워즈’(1월 10일) ‘청룡뮤직어워즈’(1월 20일) ‘한터뮤직어워즈’(2월 17∼18일)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근 K팝 시장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그룹들의 해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각 시상식에 일일이 참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들이 쉽게 불참 선언을 못하는 이유가 있다. 적잖은 시상식을 언론사가 주최하기 때문이다.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몇몇 시상식에만 참석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불참한 시상식 관계자와 사이가 데면데면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기획사 대표는 “공식적으로 시상식 불참 의사를 밝히기 위해 해당 시기에 일부러 다른 스케줄을 잡기도 한다”면서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몇몇 시상식에만 얼굴을 비쳐 다른 곳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아예 아무 곳도 가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후보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참석자 위주로 상을 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소위 ‘참석상’이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상식 주최사에서는 “대상을 받는 톱 A급 그룹 1∼2팀만 섭외해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온다. 팬덤이 크고 강한 K팝 그룹이 참석한다고 공식 발표되면 해당 시상식의 이름값이 상승하는 동시에, 시상식에 오고 싶어 하는 팬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광고 협찬을 받기도 유리해진다.
물론 중소 기획사에서는 이런 시상식을 반기는 측면도 있다. 소속 가수들의 평소 스케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상식 참석 및 수상을 하게 되면 그들을 홍보하고 언론에 노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상을 받으면 좋은 홍보 수단이 되는 동시에 그룹 멤버들의 자존심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시상식에서든 상을 받으려는 기획사도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결국 이렇게 ‘돌려막기’ 혹은 ‘나눠먹기’ 식으로 시상하게 된다면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발돋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왜 K팝 시상식을 열려고 할까. 이는 K팝 시장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전세계 K팝 팬덤이 커지면서 시상식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협찬이 들어오는 경우가 적잖다. 그래서 몇몇 시상식은 아예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개최된다. 최근 국내에서 시상식을 열 만한 공연장을 대관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해외 러시는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상식의 경우 출연 K팝 가수들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행사’가 아니라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통상 톱 A급 K팝 그룹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억 원 이상의 개런티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시상식에 부를 때는 그런 개런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참석한 그룹들이 축하 공연까지 연다. 이를 즐기는 관객 입장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이렇게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K팝 행사를 통해 광고 및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일선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한다. 그리고 이는 각 언론사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팝 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들의 ‘갑’으로서 영향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11월 28∼2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MAMA AWARDS(마마 어워즈)’에는 2개 대상을 받은 걸그룹 뉴진스가 불참했다. 또한 수상 소감을 담은 영상조차 없었다.
이는 2022년 열린 ‘2022 마마 어워즈’에서 뉴진스가 무관에 그치며 마마 측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한 것과 연관이 있다. 이후 뉴진스는 ‘마마 어워즈’를 주최하는 CJ ENM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고, 시상식에도 오지 않았다. 물론 당시 뉴진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심사를 통해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미국 빌보드뮤직어워즈나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도 K팝 그룹들이 이런 자세를 보일 수 있을까. 결국 넘쳐나는 시상식 홍수 속에서 국내 시상식들이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시상식을 여는 언론사들이 유명 K팝 그룹을 섭외하기 위해서 각 기획사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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