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돌풍 잇는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과 KBS 정통 사극 ‘고려 거란 전쟁’ 양강 구도
요즘 TV 드라마의 중심축은 주말 미니시리즈다. SBS·MBC의 금토 드라마와 JTBC·tvN 토일 드라마가 주말 미니시리즈 1년 내내 각축을 벌여왔는데 최근에는 KBS가 정통 대하드라마를 토일 드라마로 편성, 대격돌에 참전해 2023년 연말 드라마 시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2023년 연말 드라마 대격돌의 대진표는 12월 9일 tvN ‘마에스트라’까지 첫 전파를 타면서 확정됐다.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SBS ‘마이 데몬’, KBS ‘고려 거란 전쟁’, JTBC ‘웰컴투 삼달리’, tvN ‘마에스트라’ 등이 현재 격돌을 이어가는 주말 미니시리즈들이다.
대진표에 오른 다섯 드라마의 대격돌이 처음 벌어진 것은 12월 9일이다. 이날 성적표를 보면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 9.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1위에 올랐으며 KBS ‘고려 거란 전쟁’이 8.9%로 2위다. 5.3%를 기록한 JTBC ‘웰컴투 삼달리’가 3위, 4.7%를 기록한 SBS ‘마이 데몬’이 4위, 4.2%의 tvN ‘마에스트라’가 5위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드라마는 1위 자리에 오른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다. ‘연인’을 통해 금토 드라마의 부활을 알린 MBC의 후속작으로 주연 ‘이세영 배인혁 카드’가 다소 약하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연인’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MBC의 첫 금토 드라마 ‘검은태양’이 성공리에 방영된 뒤 후속작 ‘옷소매 붉은 끝동’을 두고도 우려 섞인 관측이 있었다. 그렇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은 17.4%를 기록, 9.8%의 ‘검은태양’을 넘어서며 MBC 금토 드라마 전성시대를 열었다.
MBC에선 당시와 유사한 분위기에 열광하고 있다. 주연 카드 역시 ‘검은태양’과 ‘연인’이 남궁민이었고 ‘옷소매 붉은 끝동’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이세영이다. 남궁민에서 이세영으로 이어지는 대박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SBS는 다소 우울하다. 가장 먼저 금토 드라마를 시작해 전성기를 이어온 SBS는 ‘검은태양’과 ‘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이어 성공시킨 MBC에 금토 드라마 패권을 내주고 암흑기에 들어갔었다. 이후 2022년 하반기 어렵게 부활한 SBS 금토 드라마가 전성기를 이어가자 MBC 금토 드라마가 암흑기를 맞았는데 최근 다시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 것. ‘마이 데몬’은 4.5%로 시작해 6회에도 4.7%에 머물고 있다.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방송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KBS ‘고려 거란 전쟁’이다. 12월 9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밀려 8.9%로 2위에 그쳤지만 일요일인 10일에는 10.0%를 찍었다. 대하드라마의 속성상 한 번 흐름을 타면 꾸준한 인기가 보장되는 터라 큰 흔들림 없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철엔 대하드라마가 통한다는 방송가의 속설이 오랜만에 제대로 들어맞는 분위기다.
‘고려 거란 전쟁’ 초반부에선 양규 장군 역할을 맡은 지승현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역시 드라마의 중심은 강감찬 장군 역할의 최수종이다. 벌써부터 2023 KBS 연기대상의 유력한 대상 후보로 최수종이 거론되고 있다.
비록 첫 격돌에선 가장 뒤처졌지만 tvN ‘마에스트라’도 주목받고 있다. 9일 4.2%에 이어 10일에는 4.8%로 상승세를 탔다. 오랜만에 이영애가 자신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다만 KBS ‘고려 거란 전쟁’과 방영 시간이 겹친다는 부분이 극복해야 할 한계로 자리 잡고 있다.
JTBC ‘웰컴투 삼달리’도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2%로 시작해 4회 6.5%로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 JTBC는 2022년 연말 ‘재벌집 막내아들’이 제대로 터진 이후 토일 드라마 전성기를 이어왔다. 게다가 방송 시간이 밤 10시 30분으로, ‘고려 거란 전쟁’, ‘마에스트라’ 등과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연말 드라마 격돌은 연기대상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이는 연기대상이 존재하는 지상파 방송사에 국한된 이야기다. 우선 KBS는 ‘고려 거란 전쟁’의 최수종의 연기대상 수상이 유력하다.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연인’ 돌풍에는 범접하지 못하고 있다. MBC는 ‘연인’의 남궁민이 유력한 대상 후보다. 최우수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문도 ‘연인’의 안은진이 유력한 분위기지만 최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급성장으로 이세영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등장했다.
반면 SBS ‘마이 데몬’은 주춤한 분위기다. 아무래도 2023 SBS 연기대상은 금토 드라마 전성기를 주도한 배우 가운데 한 명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법쩐’ ‘모범택시 시즌2’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악귀’ 등의 드라마 가운데에서 대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법쩐’의 이선균은 마약 사건에 휘말려 사실상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모범택시 시즌2’의 이제훈과 ‘악귀’의 김태리 등이 후보군인데 ‘모범택시 시즌2’가 무려 21%의 시청률을 기록했음을 감안할 때 이제훈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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