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비록 여름 휴가를 앞두고 증시가 단기 급등하는 ‘서머랠리’는 사라졌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면 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증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풍랠리’는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해처럼 올해도 하반기부터 지수가 본격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1일 지수가 1464.70을 기록한 것을 고점으로 한 달 만에 1192.09까지 급락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경기둔화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급락시켰고 국내 증시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국제 유가까지 급등세로 돌아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후 1300선을 놓고 투자 주체 사이에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과거와 같은 투매 현상이 없다는 것. 지수가 1000 이하에서 머물던 때는 증시가 한번 꺾이면 고점 대비 40∼50%씩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 정도 조정을 보인 후 견조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즉,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도, 예상보다 부진한 2분기 실적,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등 증시 주변을 둘러싼 여건은 여전히 좋지 못했지만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적립식 펀드로 하루 4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고 있고 퇴직연금와 변액보험, 국민연금 등도 서서히 자리잡고 있어 증시를 떠받칠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격언에 ‘올라야 할 때 오르지 않으면 떨어지고,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지지 않으면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며 “최근 증시가 웬만한 악재에도 끄떡하지 않는 ‘맷집’을 보이고 있어 상승 반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단풍랠리를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 조짐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우선 지난 10일,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의 지표인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 선에 이어 60일 선을 상향 돌파하며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동평균선은 일정 기간의 평균적인 주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추세를 나타내는데 5일 선이 20일선과 60일 선을 앞질러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다면 앞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 심재엽 애널리스트는 “지난 4월 6일, 골든 크로스 발생 후엔 지수가 최고치 1464를 기록했고, 지난해 4월 골든 크로스 발행 후에는 코스피가 11개월간 53% 급등했다”며 “지수가 1300선을 지지선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최근 시가총액 상위 정보기술(IT) 관련주의 주가 상승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하반기 지수 상승은 IT주의 반등 성공에 달려 있기 때문에 최근 IT주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중순 54만원을 기록한 것을 저점으로 60만원 돌파에 성공했고 하이닉스 역시 지난 6월 저점 대비 25% 뛰었다. 끝없이 하락했던 디스플레이 관련주도 뒤늦게 반등세로 돌아섰다. 삼성SDI가 지난 7월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 5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올라섰고 LG필립스LCD는 이보다 한 달 빠른 6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 30% 넘게 뛰었다.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가파른 지수 상승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량주를 서둘러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하반기 주도주는 바로 IT와 자동차, 조선 관련주.
서울증권 박상욱 투자분석팀장은 “하반기 지수 상승은 경기관련주가 주도주로 나설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한 IT, 자동차 등의 수출경기관련주가 주도주로 부각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우선 전반적인 IT 경기는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IT를 삼등분하는 반도체, 핸드셋, 디스플레이 등이 각기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핸드셋 부문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그나마 반도체 부문이 선전, 최근 IT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3분기 IT주에 대한 전망은 좋지만 업체별 매력도에 따라 그 상승폭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주와 조선주는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동반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CJ투자증권 최대식 애널리스트는 “올해 자동차 업종은 파업, 환율, 2분기 실적 부진 등 여러 악재들로 부진했으나 이러한 악재들이 해소되며 바닥 심리를 기초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 강영일 애널리스트는 “최근 조선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고 하반기 업황 전망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비록 글로벌증시가 하락으로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 횡보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이 질적으로 향상돼 과거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횡보세를 적극 활용, 하반기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업종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