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 차환 발행 보름 후 연준 ‘금리 인하’ 논의 아쉬움…롯데관광개발 “실적 개선으로 부채 상환 가능”
그러나 롯데관광개발의 2023년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또 하나는 미국발 고금리다. 롯데관광개발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대출로 버텼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는 금리가 낮았지만 2023년부터 유례없는 고금리 정책이 펼쳐졌다.
#주가 오르면 CB 전환할 텐데…
신한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롯데관광개발 대주단은 2023년 11월 30일 기존 차입금 7430억 원에 운영자금 370억 원을 더해 7800억 원 규모로 차입금을 연장해 줬다. 롯데관광개발은 당시 예상보다 높은 연 7%의 금리로 차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을 발행했다.
그로부터 2주일 후인 12월 13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은 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완화(금리 인하)가 언제부터 적절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시점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발표된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2024년에도 기껏해야 금리 인하가 한 차례 정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표 후 연내 금리가 3회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 리파이낸싱이 한 달만 늦게 진행됐어도 금리가 2%포인트(p)는 떨어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관광개발은 2023년 3분기 3억 4067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롯데관광개발이 2022년 3분기 2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문제는 롯데관광개발이 2023년 3분기 순손실 295억 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카지노 사업 덕에 영업이익은 냈지만 이자 부담 때문에 실제로 돈을 거둬들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롯데관광개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600.10%에 달한다.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빚이 전환사채(CB)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뜻한다. 롯데관광개발이 해외에서 발행한 6000만 달러(약 780억 원) 규모 CB를 비롯해 2023년 이후 발행한 CB 대부분은 금리가 연 8~15% 수준이다.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롯데관광개발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2023년 중국인 관광객이 보다 더 큰 폭으로 물밀듯 들어왔으면 주가가 단기 급등하고, 이로 인해 일부 전환사채는 주식 전환돼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이 발행한 CB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의 약 20% 수준이다. 해당 CB는 주당 1만 689원에서 최고 1만 6131원에 행사가 가능하다. 롯데관광개발의 현재 주가가 9000원대임을 감안하면 CB 전환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롯데관광개발 두 가지 숙제
관건은 결국 두 가지로 정리된다.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해야 하고, 카지노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돼야 한다. 중국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2015~2017년 정도만 됐어도 롯데관광개발에 투자자들이 몰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중국주 투자 심리가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가가 안 오른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것보다 중국인 트래픽의 회복 규모가 실망스럽다”며 “중국 정부가 기업인에 대한 탄압을 지속하면서 중국 VIP의 카지노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반간첩법 강화로 마카오로 향하던 일본 및 기타 동남아 국가들의 카지노 수요가 한국 카지노로 들어오는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며 “제주 무비자 수혜도 기대되는 포인트”라고 짚었다.
롯데관광개발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항공권 확대에 따라 시장의 구조적 성장 트렌드는 확인했지만 정킷(단체 도박 여행) VIP 유치에 따른 실적 회복 탄력성은 아직 발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제주도 외국인 입도객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롯데관광개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도 함께 성장했다”며 “올해도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이 CJ CGV처럼 ‘폭탄 유증’을 진행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분석한다. CJ CGV는 지난해 막대한 빚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1조 원대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CJ CGV는 유상증자 발표 당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실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후유증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유상증자 이후 CJ CGV의 재무구조는 개선됐고, 현재는 흑자전환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2023년 초 증권가에서는 CJ CGV가 2024년 순손실 405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서 예상한 CJ CGV의 순손실 예상치는 100억 원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그 폭이 줄었다. 심지어 CJ CGV가 순이익 기준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2023년 11월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면서 6개월 내 중도 상환하더라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삽입했다. 어떤 형태로든 자금을 조달해 빚을 갚는다면 롯데관광개발의 재무구조는 대폭 개선될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실적이 상승세에 있으며 2024년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드림타워 카지노 부문의 2023년 12월 순매출(총매출에서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뺀 금액)이 142억 2800만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순매출인 20억 8500만 원 대비 582.5%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실적 개선으로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 제주 국제선 항공편수를 2024년 1월과 2023년 1월로 비교해보면 방문 가능한 항공편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으며 2024년 입도객이 늘어나면서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준금리 하락 기조는 향후 리파이낸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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