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매 순간 피어나는 우리 인생과 같아”
- 한국 텃밭과 영국 가든(Garden)의 차이일 뿐…꽃이란 공통분모 있어
- 어릴때부터 늘 곁에 있던 꽃…너무나 행복했어
- 오페라 좋아하는 '플로랄 아티스트'로 불리우고 싶어
[일요신문] "서늘한 집 한 켠 에도 꽃 한송이가 있다면 하루가 달라져요. 시간이 지날수록 피어나는 꽃망울과 그윽해지는 향기를 맡다 보면 스스로도 특별해짐을 느끼게 되거든요."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플라워아티스트(FlowerArtist) 김현숙 작가는 "수백만원짜리 명품보다 꽃이 주는 감동의 여운은 훨씬 길고 깊다"라며, "꽃은 마치 매 순간 피어나는 우리의 인생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현숙 작가의 '꽃 작품'은 영국왕 찰스 3세의 조찬테이블에 올려졌는데, 이 작품은 영국의 로얄윈저플라워쇼(RoyalWindsorFlowerShow)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을 장식한 플로리스트는 대구 출신 한국인으로, 그녀는 영국에서 최고의 권위있는 꽃 잡지 'The flower arrange'에도 소개될 만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처음엔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형편상 쉽진 않았죠. 무언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아시아 최대 호텔학교를 다니고 호텔리어를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미술에 대한 갈증은 계속 삐져나왔던 것 같아요. 그 해답은 결국 꽃에서 찾았어요"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그녀는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사실 처음부터 플로리스트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꽃으로 예술을 피워낸 것은 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영향이 컸죠."
김 작가는 "평생을 큰 텃밭에서 꽃을 키우며 꽃꽂이로 낙을 삼는 어머니에게서 꽃의 이름, 학명, 향기, 꽃말, 꽃이 피고 지는 시기 등을 배웠다"며, "'플로리스트'가 되기 전부터 이미 전문가 못지않은 식물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고 했다.
'일요신문'이 플라워아티스트(FlowerArtist) 김현숙 작가를 만나 그녀만의 '꽃' 이야기를 들어 봤다.
"꽃은 결혼한 후에도 늘 함께했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갔고, 시어머니와 손수 정원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냈죠."
그녀는 "어머니와 시어머니, 저 이렇게 셋이서 모이면 꽃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서, "한국의 텃밭과 영국의 가든(Garden)의 차이일 뿐이지 꽃이란 공통분모가 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김 작가는 "처음엔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형편상 쉽진 않았고, 무언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아시아 최대 호텔학교를 다니고 호텔리어를 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미술에 대한 갈증은 계속 삐져나왔던 것 같다"며, 그 해답은 결국 꽃에서 찾았다고 회고했다.
- 그림보다 꽃을 선택했는데
"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꼭 그림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꽃은 그림과 달리 향도, 모양도, 키도 다 다르다. 아름다움에 대한 미칠듯한 동경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꽃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계기는 건강의 문제였다. 사람이 아프고 나니 많은 생각이 달라 지더라. 2017년 뇌질환 수술 후 마취에서 깨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남편 회사 회계 일을 하면서 꽃은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아프고 난 후 이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내 삶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인 꽃을 하게 됐다. 1대1 강의, 그룹강의 등 꽃에 대한 공부에 열정을 쏟았다. 어릴때부터 늘 곁에 있던 꽃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래서 인지 같이 수업을 듣는 10년 20년 경력자들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와 줬다. 서로 많은 대화를 하면서 나만의 작품세계를 더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두 어머니 영향 덕에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는 꽃꽂이를 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과 달리 화훼산업이 크게 발전한 영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으며 교수법 과정 자격증까지 따낸 상태다. △2023로얄윈저플라워쇼 1등 △2022 에딘버러 공작부인 소피의집 꽃 장식 △2021 The flower arranger △2020 Blenheim palace 1등 등 최고의 플라워 상을 받았다. 사실 한국과 영국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집은 정원이 있는 집을 뜻한다. 정원 없는 분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보통은 가난하니까 정원이 없는 아파트에 산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만큼 영국은 꽃에 대한 산업과 문화성이 매우 강하고 전망도 좋다. 꽃꽂이는 비단 꽃의 외형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나라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것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매개체이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와 함께 결혼 후에는 시어머니와 함께 정원을 가꾸며 꽃과 늘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꽃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꽃꽂이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국내로 와서 공부를 했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꽃꽂이는 일본강점기때 시작된 일본식 꽃꽂이더라. 그래서 수소문 끝에 우리나라 전통 꽃곶이 연구하는 분을 소개받아 수업을 듣게됐다.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작품들도 많이 선뵈고 싶다. "
- 최근 서울에서 'Winter Garden' 주제로 열린 워크숍은 어땠나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한마디로 꽃을 통한 향긋한 문화적 교류라는 것이다. 단순히 꽃을 전시한다는 게 아니라, 문화를 선보인 장이었다. 테이블 센터 피스를 만들고, 직접 구운 레몬 드리즐 케잌, 그리고 애프터눈티. 영국에서 직접 가져온 은티폿, 캔들홀더, 앤틱티 세트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물론 꽃이 어우러진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다. 제가 준비한 깜작 선물로 음악 공연을 함께 했다. 꽃과 음악의 조화는 늘 제가 동경한 부분이다. 나는 오페라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오페라 좋아하는 '플로랄 아티스트'로 불리우고 싶다.
꽃과 음악, 꽃과 미술을 함께 하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번 워크숍은 SNS를 통해 나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준 몇 분들과 함께한 귀중한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에서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다."
- 꿈이 있다면…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제 꿈은 한국에서는 개인의 취미 정도로 국한된 '꽃꽂이'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알리되, 꽃을 통한 삶의 기쁨과 각 나라의 라이프 스타일도 함께 교류를 하는 것이다. 또 음악회가 열리는 무대에 멋진 꽃장식이 함께 어우러지고, 미술 전시회장에 꽃이 함께 해 작품이 더욱 빛나는 그런 음악과 미술과 꽃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미래 내(자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영국 특히 로얄패밀리들이 산다는 윈져에서 동네 반장 같은 존재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라며 수줍은 듯 웃었다.
김현숙 작가는 "가든(Garden)이나, 텃밭이나 결국 같은 지구촌이다. 기후 위기에 따른 환경이 더 중요해지는 이 시점, 그리고 코로나19 등으로 마음의 우울이 가득한 요즘. 꽃으로 서로의 인생을 피워볼 것"을 강조했다.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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