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공연서 나문희 사연 당첨되며 인연 맺어…영화 ‘소풍’에 삽입된 자작곡 수익 전액 기부 화제
좀처럼 접점이 없을 것 같은 80대 배우와 인기 아티스트 임영웅의 인연은 1월 2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임영웅의 전국투어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 나문희가 임영웅 측에 먼저 알리지 않고 ‘팬’으로 공연장을 찾았고, 미리 사연까지 응모한 사실이 공연 도중 공개된 덕분이다. 노래와 공연으로 맺은 두 사람의 인연은 곧 영화로도 확장됐다. 나문희가 주연한 영화 ‘소풍’에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삽입되면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과 인연은 뜻 깊은 선행으로도 확산했다. 임영웅은 자신의 노래가 영화 ‘소풍’에 삽입되도록 허락하면서도 음원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어려운 환경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부산 연탄은행에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다. 임영웅다운 선택이다.
#나문희, 임영웅 콘서트에 사연 응모한 까닭
나문희는 60년지기 친구인 배우 김영옥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임영웅의 전국투어 ‘아임 히어로’의 마지막 공연을 찾았다. 임영웅 측에 방문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주변의 도움을 받아 티켓을 직접 예매해 찾은 공연이었다. 콘서트 시작 전부터 공연장 로비에서 나문희와 김영옥은 팬들의 눈에 띄었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팬들에게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문희의 방문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건 그가 응모한 사연이 공연 중 채택되면서다. 임영웅의 콘서트에는 팬들의 사연을 미리 받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임영웅의 스페이스’라는 이름의 코너는 팬들이 적어서 보낸 편지들 가운데 몇 개를 선정해 임영웅이 읽고, 그 사연의 주인공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하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이날 마지막 공연에서도 몇 명의 팬들이 보낸 사연이 공개된 가운데 그중 ‘일산에 사는 호박고구마’라고 자신의 지칭한 80대 팬의 편지가 당첨됐다.
편지는 “82살인데 아직 일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사연에 따르면 일 때문에 지방에 오래 머물던 이 노년의 팬은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같이 운동을 하자고 약속했지만 결국 남편은 혼자 운동을 나갔다가 넘어져 이마를 다쳤고 그 길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었다.
그 편지를 전부 읽을 때까지도 나문희가 글을 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임영웅은 객석에 앉아있는 사연의 주인공에게 카메라가 비추고 나서야 나문희와 김영옥을 발견했다. 당시 공연장 객석을 가득 채운 1만여 명의 팬들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80대 부부의 애틋한 사연은 당시 공연장에 모인 팬들을 눈물짓게 했다.
임영웅에게 편지를 보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문희는 글에서 남편을 떠나보내고 마음이 많이 울적한 순간마다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임영웅은 “위로를 받고 계시다니 감사하고 뿌듯하다”는 말로 화답했다.
#나문희와 임영웅의 인연, ‘기부’로 이어져
나문희는 임영웅 콘서트에서 사연이 공개되고, 주변으로부터 뜨거운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가 쇄도하자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 팬들 역시 나문희를 향한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에 나문희는 공연 참여 이후 임영웅 측에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나문희와 임영웅이 공연을 통해 좀 더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그 이전까지 교집합이 없던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계기는 영화 ‘소풍’이 출발이었다. 2월 7일 개봉한 영화 ‘소풍’은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한 작품이다. 평생 동안 함께 해온 노년의 두 친구가 고향인 남해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노년의 우정과 사랑, 못 다한 인생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제작진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를 접했고, 작품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고 판단해 정중하게 노래 사용을 요청했다.
이전까지 임영웅의 노래가 영화에 삽입된 적은 없었다. 제안은 많았지만 한 번도 이뤄진 적은 없었다. 앞서 임영웅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신사와 아가씨’의 엔딩곡을 부르긴 했지만 자작곡이 그대로 영화 OST에 사용되기는 ‘소풍’이 처음이다. 임영웅은 영화를 연출한 김용균 감독의 손편지를 받고, 영화가 다룬 노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렸다. 특히 나문희와 김영옥이 주연한 작품이란 사실에서 노래 사용을 허락했다.
영화로 시작한 인연은 공연을 넘어 마침내 주변을 따뜻하게 밝히는 기부로도 이어졌다. 임영웅은 ‘모래 알갱이’의 영화 삽입을 허락하면서도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았다. 대신 영화사와 상의해 노래 사용료 및 그에 따른 수익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래서 택한 곳이 부산 연탄은행이다. 한겨울 추위를 견디는 독거노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자 연탄은행을 기부처로 택했다.
‘소풍’ 제작사는 음원 사용료를 받지 않고 기부를 하고 싶다는 임영웅의 뜻에 따라 기부처를 고민해왔다. 그러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가 정기적으로 기부를 해온 연탄은행에 음원 사용료 전액을 보내기로 했다. 임영웅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가 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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