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악플러 피해에 은퇴 암시하자 SM엔터 뒷북 고소…팬들, 소속사 미온적 대처 분노 트럭시위까지
이날 SM엔터는 공식입장을 내고 “당사는 ‘KWANGYA 119’(광야 119. SM엔터가 운영하는 아티스트 관련 불법 행위 및 허위 정보 사례 제보 웹사이트)와 별도 모니터링을 통해 아티스트에 대한 허위사실 및 비방, 외모 비하, 성희롱 등의 악의적인 게시물과 댓글 등 악질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법무법인(유한) 세종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신속한 수사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SM엔터는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악플러’들의 본산으로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두 갤러리(게시판), ‘남자 연예인 갤러리’와 ‘별순검 갤러리’를 먼저 꼽았다. 이 두 곳은 게시판 이름과는 정반대로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비난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곳으로 악명이 높다.
갤러리 이용자들은 VPN(가상 사설망)을 통해 자신의 실제 IP를 변조하거나 숨기는 방식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왔다. 그러나 앞서 다른 엔터사에서도 이 갤러리 이용자들을 고소해 처벌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SM엔터의 고소를 통해서도 충분히 이들의 인적 사항을 확보해 처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외에도 SM엔터는 유튜브 내 사이버 렉카 채널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나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경우 해당 플랫폼의 협조가 없으면 수사를 진행할 수 없기에 플랫폼의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해외에 수사 협조 요청 및 고소 가능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SM엔터가 공식 대응에 나서게 된 데엔 최근 수년 동안 보아를 둘러싼 악플과 허위사실 유포의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는 배경이 있다. 2021년 음악 전문 채널 Mnet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우먼파이터’ 심사위원을 시작으로 에스파 등 소속사 후배 걸그룹 멤버들과 함께한 프로젝트 그룹 ‘갓 더 비트(GOT the beat)’ 활동,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오유라 역을 연기하며 보아는 어마어마한 악플을 맞닥뜨려야 했다. 앞선 가요 관련 분야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나 보아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에 참여한 걸그룹 멤버들의 팬이 악플러의 주된 층이었던 반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출연 이후에는 보아의 다소 어색한 연기와 메이크업을 지적하며 대중들마저 악플러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악의적인 반응을 더는 감내하지 않은 보아가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관리 안 하면 안 한다 욕하고, 하면 했다 욕하고, 너희 면상은 모르지만, 인생 그렇게 시간 낭비 하지 마. 미안하지만 난 보아야”라고 응수했지만 악플러들은 오히려 이 대응조차 조롱하기에 바빴다. 결국 보아는 4월 6일 인스타그램에 “이제 계약 끝나면 은퇴해도 되겠죠?”라는 글을 공개하며 은퇴를 암시했고, 사흘 뒤인 9일에는 자신이 업로드했던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보아와 SM엔터의 계약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로 알려진 만큼 이 이후에는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사로 파악된다.
2000년에 만 13세의 나이로 데뷔해 각종 안티 팬을 겪으며 산전수전을 다 헤쳐온 보아가 직접적인 은퇴 의사를 밝힌 것은 가수 활동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소속사가 아티스트의 멘탈(정신적) 관리에 소홀했고, 악플러들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의견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보아의 팬덤은 4월 8일부터 SM엔터 본사 앞에서 악플러들에 대한 ‘명확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시위를 진행한 팬덤은 “24년 동안 악플러를 방치해 온 SM엔터의 안일한 대처를 지탄하고 악플러 고소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함이 목적”이라며 “SM엔터의 무능함과 방관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단순히 ‘고소가 진행 중’이라는 말뿐이 아니라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공론화해야 할 것”이라고 시위를 계획한 이유와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보아의 팬덤은 물론이고 SM엔터 소속 아티스트의 모든 팬덤이 소속사의 미온적인 대응에 이전보다 더 큰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신 경영진’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SM엔터의 설립자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경영권 분쟁 끝에 물러나고, 그의 처조카인 이성수 CAO(최고 A&R 책임자·이사)를 비롯한 신 경영진이 세대교체를 성공하면서 아티스트 관리를 비롯한 경영 전반이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란 팬덤의 기대가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EXO의 멤버 시우민, 백현, 첸, 디오(도경수)를 비롯해 소녀시대의 써니, 샤이니의 온유와 태민 등 아티스트들의 대거 이탈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에게 1차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보아 역시 계약 만료 후 연예계 은퇴 의사를 밝힌 데다, 연차가 낮은 에스파나 라이즈 등 4·5세대 막내 그룹들마저 여전한 악플과 허위사실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SM엔터의 고질병 중 하나인 ‘아티스트 관리 미흡’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팬덤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있던 때에도 지독한 사생팬(가수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며 쫓아다니는 악성 팬)들과 악플러들에게 시달렸지만 소속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이미지는 없었다”라며 “그런 만큼 신 경영진으로 교체된 뒤엔 좀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나설 것으로 기대돼 왔는데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소고발 예정’ 등 애매한 입장문으로 정리되는 것에 결국 팬덤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옛날에야 ‘악플이 많다는 건 인기가 많다는 반증’이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해도 지금은 아예 악플과 허위사실로 이들이 돈까지 벌고 있지 않나”라며 “앞서 스타쉽엔터 등 다른 소속사에서도 해외 법원의 도움을 받아 악플러와 사이버 렉카 고소에 성공한 만큼 아티스트 권익 보호를 위한 사이트(광야119)를 별도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SM엔터도 충분히 강력 대응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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