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집권당 프리미엄 활용 못해 아쉬워…김건희 특검 이슈 안돼, 채 상병 특검은 공수처 수사 결과 봐야”
조정훈 당선인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에서 108석이라는 기록적 참패를 하면서다. 정부 여당은 총선 패배를 둘러싸고 뒤숭숭한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전당대회 방식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요신문은 4월 19일 마포갑 지역구 사무실에서 조정훈 당선인을 만나 당 상황을 짚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험지로 꼽히는 곳에서 이겼다. 승리 요인을 꼽는다면.
“이기고 싶었던 간절함이 599표 차이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늘이 도움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바람도 상당히 뜨거웠다. 민주당에서 40년을 넘게 했으니 이제 좀 바뀔 때가 됐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마포갑에서 가장 실현하고 싶은 공약은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하면 동네가, 주민 분들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드리고 싶다. 민주당이 집권한 40년여 동안 고만고만하게 있다 보니까 국회의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주민 분들께서 잊어버리신 거 같다. 강변북로 지하화 착공, 마포유수지 한강뷰 스포츠센터 설립 등을 하고 싶다. 재개발·재건축 이슈도 신속하게 처리하고 싶다.”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벌어졌다. 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일당백을 하겠다. 민주당과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정책 싸움 하면 좋겠다. 당대표 지키기 위한 ‘방탄’ 같은 걸로 싸우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다. 특히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보수=부자’ ‘보수=영남’ ‘보수=강남’ ‘보수=남자’ 이렇게 계속 가면 수도권에서 이길 수가 없다. 수도권에서 5%만 더 가져왔어도 당선됐을 지역이 수십 개라고 짐작된다. 이 5%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보수층 투표율 올리는 건 답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했다고 본다. 결국엔 중도 확장이다.”
―보수진영 원로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당의 무능력함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가지 이유로 참패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녹아든 결과다. 윤 대통령의 정책 기조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방식, 소통방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서 좋게 보이느냐, 아쉬움이 남느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이길 순 없다. 우리는 이렇게 갈 거니까 익숙해지라고 하면 안 된다. 소통방식, 일하는 방식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바꿔야 한다. 자존심 부릴 게 아니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워 선거를 진두지휘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책임론이 제기된다.
“한 전 위원장에게 ‘이·조 심판’ 무슨 소린지 알지만, 플러스알파로 집권당다운 이슈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집권 여당이기에 공약을 걸면 실현 가능성을 믿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메가시티를 처음 이야기했을 정말 뜨거웠다. 그런 불씨를 살리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집권당 프리미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한 전 위원장 개인기는 동급 최강이었지만, 1인 스타로 선거에서 이기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거 하나 때문에 지지 않았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책임이 있다.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당이 지금 국면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2026년 지방선거까지 2년의 시간이 남았다. 이후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이 있다. 2년 안에 체질을 바꿔야 한다. 쉽게 얘기해서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 지지율 올리는 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수도권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방식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걸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이 다음 지도부가 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대해 비공개 자리에서 사과했다. 결국 사의를 표한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께 공개 사과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국민의힘 구성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진정성 느껴졌다. 하지만 국민께서 어떤 이유든지 부족했다고 하면, 충분하다고 할 때까지 고개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정치인 운명이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소통하실지 모르지만, 대통령께서 갖고 있는 진정성을 날 것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잘하겠다고 하는데 돌 던질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이 못 만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원로 간담회에서도 영수회담 제안이 있던 걸로 알고 있다. 정치는 결국 말과 글로 한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야 한다. 여당도 야당도 같은 정치인 직업군에 있다. 국가를 위해서 일하고 싶고,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이 업에 있다고 믿는다. 그 마음이라면 윤석열 정부 남은 3년을 허비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다만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다.”
―어떤 절차가 필요하나.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임명한 뒤 물밑에서 야당과 대화 시작하면서 협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다 갖겠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필요없다는 뜻 아닌가. 그건 정치가 아니다. 국회를 민주당 의원총회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전국 유권자의 45%를 득표한 국민의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협치 의사 표시해야 한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 후폭풍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비서실장 임명은 협치 대상이 아니다. 범죄자를 임명하지 않는 한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해야 한다. 국회 청문회와 인준을 받아야 하는 국무총리는 협치 대상이다. 다만 저분들을 기용하는 것엔 반대한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원했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서프라이즈는 없었어야 했다. 야당으로부터 화답이 나오는 국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민의힘과 민주당, 당사자들까지 모두가 서프라이즈인 상황이다. 만에 하나 참모진이 고의로 흘렸다면 교체 대상일 것이다. 실수였다면 협치의 모습을 위해서 조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야당에서 주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특검 대상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때 수사했는데, 기소 못 한 사건이다. 이걸 계속 물고 늘어지면 국민 모두 지친다. 이슈 자체가 안 되고 있지 않나. 민주당이 2026년 지방선거까지 이걸로 갈 것인가. 국민의힘은 민생으로 갈 것이다. 채 상병 특검은 대한민국 청년이 억울하게 죽은 사건이다. 원인 규명해서 책임질 사람 책임지자고 하는 걸 누가 반대하겠는가. 윤 대통령부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미진하다면, 특검을 할 수 있다.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자는 건 공수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본다.”
―‘당원투표 100%’로 규정된 전당대회 경선 방식을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적용하는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도권 당선인들 중심으로 나온다.
“제가 수도권의 희귀한 재선 의원인데, 여론조사 적용하는 거 반대한다. 당원투표 100%면 수도권 후보들이 불리한 거 알고 있지만, 당원 구성이 그런 걸 어떡하겠는가. 주식회사가 주주총회를 하는데, 주식 한 주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서 투표하지 않지 않는다. 이게 싫으면 주식 팔고 나가면 된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당대표가 선출되지 않겠느냐 우려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당이 선거에서 또 지고 망하지 않겠나. 당원들은 특정 후보가 좋아서 뽑지 않는다. 어떤 대표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국민 지지율을 올릴 수 있을까를 보고 뽑는다.”
―수도권의 젊은 대표를 내세워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맞는 답이다. 이미지는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30~40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뽑는 걸 멋있다고 느낀다고 바보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최소한 이미지 정치에서 실패한 것이다. 이미지 보고 투표하겠다는 걸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수도권 새로운 인물들 나와서 정당 이끌어간다는 거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새로운 길을 걷고, 도전하며 이미지 개선할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 대통령실과도 건강한 긴장 관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당에는 이준석 트라우마가 있다. 이 트라우마 극복할 만한 안정감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차기 당대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길게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동훈이라는 정치 자산이 조기 등판한 것이다. 이제는 콘텐츠를 채우고 충전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그가 다시 나왔을 때 이재명·조국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비전을 이야기하는 그런 멋진 정치인이 돼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로 남아있길 바란다. 만약 당대표 된다면, 1년 안에 소진될 것이다.”
―조정훈 당선인도 차기 당대표 후보로 언급된다.
“마다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직접 손을 들고 나가는 것보단 상황을 조금 보고 싶다. 하기 싫은 일, 궂은일부터 하겠다. 그래서 개선책을 마련하는 총선백서를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왜 졌는지 분석하지 않으면 또 진다. 가장 허무한 건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개선책을 마련하고 싶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개혁과제를 두고 경쟁하지 않으면, 대선 전초전이 된다. 윤석열 정부 레임덕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전당대회를 6월보단 7~8월쯤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냉철한 분석을 바탕에 둔 충분한 내부 성찰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도부가 나왔을 때 국민의힘과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7년 대선 때 다시 뽑아달라고 할 면목이 없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이재명 대표는 안 된다를 또 할 순 없지 않나.”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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