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호는 이란 원정에서 상대 골키퍼의 몰상식한 경기 지연 탓에 곤욕을 치렀다. 사진은 정성룡 골키퍼.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최강희 감독. 박은숙 기자 |
“김보경은 이전 카타르, 레바논전에 비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이청용은 1년 동안 부상과 재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예상은 했던 부분이었다. 현재 대표팀에서 두 선수를 제외하곤 팀을 끌어갈 선수가 없다. 김보경, 이청용 등 날개가 살아나야 가운데서 찬스가 나올 수 있다. 둘 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이란전에서의 플레이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란전을 앞두고 ‘승부를 걸어보겠다’며 각오를 단단히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패배였다.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가 첫 번째 패배 원인이다. 사실 고지대라고 하지만 2000미터도 아닌 1300미터 정도였는데 한 3일 정도 지나니까 금세 적응되더라. 선수들도 시합 전전날 최고의 몸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내심 경기 결과에 자신했었다. 그런데 ‘알라신의 저주’인지 이란 원정의 악연 때문인지 패하고 말았다. 이번에 지면서 오는 3월 26일에 열리는 카타르전의 경기 결과가 중요해졌다. 그 게임이 승부처다. 그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나머지 레바논, 우즈베키스탄, 이란전은 예상 외로 쉽게 갈 수 있다.”
앞으로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다?
“부상 없이 경기 출전만 계속한다면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 내 노트 안에는 35명의 선수들 명단이 있는데 그 외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험 발탁을 할 수는 없다. 오는 11월 14일 호주와의 평가전이 있지만 내년 초 또 다른 평가전이 없다면 선수 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동국은 재발탁 된다? 안 된다?
“편안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이동국, 이정수처럼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이동국 발탁은 나보다 코치들이 더 간절히 원한다. 앞으로 4경기가 남았으니까 이동국 박주영 김신욱을 데리고 어떤 조합이 좋은 호흡을 내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동국이는 다시 들어와야 하지 않겠나.”
▲ 손흥민. 연합뉴스 |
“연습할 때는 ‘퍼펙트’ 그 자체였다. 그런데 10만 관중 때문이었는지, 대표팀 경기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연습할 때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경기 끝나고 흥민이를 내 방으로 불러선 이런 얘길 해줬다. ‘내가 널 뱃속에 있을 때 봤었다’라고. 흥민이 아버지 손웅정 씨와는 울산 현대 시절 함께 선수생활을 했었다. 흥민이 어머님이 흥민이를 임신했을 때 만삭이 된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난 것이다. 흥민이는 대표팀에 발탁되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차출 거부와 관련해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번에 들어와서 붙임성 있는 모습을 보이며 선배들한테 잘 맞춰가더라. 흥민이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성장을 이룰 것 같다. 이번 이란전을 앞두고 ‘박주영의 재발견’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대표팀 소집 기간 동안 이번처럼 잘 웃고 말도 많이 하고 선수들과 재미있게 생활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최근 딸이 태어났는데 아무래도 ‘아빠’가 돼 정신적인 여유를 갖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이란전에서 골키퍼 라흐마티가 ‘침대축구’의 주연 역할을 수행했는데 우리는?
“그래서 내가 정성룡한테 이런 얘길했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이란전 때는 골킥을 한 후 장갑을 벗고 쓰러지라고. 그래서 의료팀이 들어오면 다시 일어나는 데 3분, 장갑 한 짝씩 끼는 데 1분 등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다가 이란 애들이 항의하면 ‘니네들도 그랬잖아’라고 받아치라고. 침대축구를 어떻게 하는 건지 제대로 보여주자며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이란 선수들 훈련장은 파주가 아닌 한강고수부지로 하자고 축구협회에 건의할 것이다. 이번에 심하게 당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패배의 원인을 그런 상황에 돌리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원정팀을 대하는 이란축구협회의 비매너, 몰상식 행동과 이란 선수들의 ‘침대축구’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최강희 감독은 내년에 박주영(사진) 손흥민 이동국 김신욱 중 한 명이 ‘사고’를 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
최 감독은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성공적인 예선전을 치르고 본선에 올라가야 내가 멋진 퇴장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내 임기는 내년 6월 최종예선전이 끝나는 날까지다. 본선에는 안 간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내가 대표팀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게 된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