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 관련 처분에 불복 소송전…검찰 고발된 배상윤 KH 회장 출국 후 귀국 안 해
공정위는 KH그룹이 2021년 5월 강원개발공사가 진행한 알펜시아리조트 공개 입찰 당시 가격을 담합했다고 보고 있다. KH그룹은 특수목적법인(SPC) KH강원개발과 KH농어촌산업을 설립해 두 회사를 입찰에 참여시켰다. 공정위는 KH농어촌산업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개 입찰에 1개 회사만 투찰하면 유찰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가 동일하지 않으면 같은 그룹집단 내에서도 두 곳 이상의 계열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 결과 KH강원개발은 알펜시아리조트를 6800억 원에 인수했다.
KH그룹은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법원 판결 전까지 과징금 집행정지를 요청했다. 법원은 최근 KH그룹의 과징금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KH그룹의 과징금 납부 기한은 과징금 취소 소송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연장된다.
KH그룹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과징금 납부 기한이 연기됐을 뿐, 과징금이 취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과징금 집행정지는 납부 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인용된다. 다르게 말하면 KH그룹에게 510억 원의 과징금은 재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실제 KH필룩스, KH미래물산, IHQ 등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3월 말 별도 기준 10억~3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도 좋지 않다.
관건은 KH그룹이 실제 담합을 실행했는지 여부다. 2021년 당시 알펜시아리조트에 실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KH강원개발과 KH농어촌산업 두 회사뿐이었다. KH농어촌산업이 투찰하지 없었다면 단독 입찰에 따라 유찰될 수 있고, KH강원개발의 알펜시아리조트 인수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글로벌세아, 동원건설산업, 대방건설 등도 알펜시아리조트에 관심을 보이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입찰에 나서진 않았다.
KH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기업들이 적어낼 가격을 알 수도 없을뿐더러 본입찰에 응찰할지 여부조차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KH그룹은 이어 “계열사 두 곳이 동시에 투찰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한 곳만 투찰했을 것”이라며 “불법적인 담합을 의도했다면 SPC 2개사(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법인명에 KH를 넣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KH그룹 측 주장대로 두 곳의 계열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이와 관련, KH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에서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결과라지만 KH그룹의 당시 상황을 보면 정보 공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2021년 당시 KH필룩스와 IHQ의 미등기 임원을 겸하고 있었다. KH필룩스와 IHQ는 각각 KH강원개발과 KH농어촌산업의 모회사다.
한편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공정위가 SPC, 쿠팡, SK실트론 등과의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면서다. SPC그룹은 과징금이 일부만 인정됐고, 쿠팡과 SK실트론은 과징금이 취소됐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과 SK실트론 관련 소송에 상고해 대법원으로 재판이 넘어간 상태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지난 6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정위의 진짜 문제는 벌금부터 때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정위가 유죄를 가정하고 처벌부터 하고 천문학적 벌금을 때리고, 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나 SK실트론과의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가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일부 승소까지 합치면 공정위의 승소율은 90%가 넘는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조사 단계에서 탄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H그룹은 지난 몇 년간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혐의 관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주가조작 등 여러 혐의로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았다. 법원이 KH그룹의 손을 들어준다면 공정위는 ‘타깃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로서도 KH그룹과의 소송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KH그룹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5월 집회를 열고 “KH그룹은 국내 모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버티고 있다”며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타깃 수사에서 어떤 기업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은 뚜렷한 피해자도 없는 사안인데 500억 원대의 과징금은 과한 것 같다”라며 “검찰까지 동원해 담합을 수사한 것은 정치적인 이슈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별개로 KH필룩스, KH건설, 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등 4개 계열사와 배상윤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부당한 공동행위를 진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 판단에 따라 배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배상윤 회장은 2022년 사업상 이유로 하와이에 출국한 후 귀국하지 않고 있다. 배 회장은 현재 동남아시아권 국가에서 도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리조트 담합 외에 횡령·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배 회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린 상태다.
또 검찰은 지난해 배상윤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우 아무개 KH그룹 총괄부회장과 이 아무개 수행팀장을 구속기소했다. 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이 팀장은 징역 1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우 부회장은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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