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조치 미흡, 입법 과정 진통 예상…재계와 부동산 업계 숙원 해결에 방점 찍혔다는 비판도
하지만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당장 기대할 만한 실질적인 조치는 별로 없다. 대부분이 원론적인 접근방안 제시에 그치거나 향후 검토 및 연구과제로 넘겼다. 그나마 의미 있어 보이는 대책들도 법을 개정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정부와 여당이 거대 야당과 극단적인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발표만 믿고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마치 실행될 듯 여겼다 낭패를 본 지난해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혁신을 통해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대책은 생산요소 가운데 자본의 활용도 제고가 유일하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부는 우리 증시의 가치를 MSCI 선진국지수 편입국가 평균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 10년 평균 8%, 1배, 14.2배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을 11.6%, 2.5배, 19.7배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뜻이다. 현재 10배 수준인 코스피 PER이 20배까지 오른다면 지수는 5000을 넘을 수 있다. ROE가 높아지려면 자본 효율은 극대화하고 잉여 자본은 최소화해야 한다. 높은 수익이 가능한 투자에 자본을 집중하고 당장 불필요한 자본은 주주에게 돌려주면 PBR, PER 배수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정부가 제시한 당근은 주주 환원 확대와 기업 상속세 부담 완화다. 주주 환원을 늘리면 기업에는 법인세를, 투자자에게는 배당소득세를 깎아주겠다는 내용이다. 주주 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다. 기업이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택하면 투자자가 직접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줄어든다. 기업 가운데서도 실적이 양호한 대기업에 유리하다. 그나마 개인 투자자도 수혜를 볼 수 있는 정부의 주주 환원 촉진 대책은 3년 한시다. 자본 효율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권의 진짜 목적은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20%) 평가 폐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오랜 숙원이고 수혜가 대기업 최대주주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면 주가가 더 오를지도 미지수다. 20%의 할증이 없어져도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야당이 ‘부자감세’로 맞설 가능성을 높인다. ‘밸류업’을 명분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숙원을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정부는 세계 20위 수준인 자본시장 접근성도 우리 경제규모 순위인 10위권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회 이동성 강화를 위해서는 가계소득 및 자산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발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혜택 확대 외에 ‘향후 검토’가 아닌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새로운 민간 장기 임대 서비스 도입 방안이 가장 눈에 띈다. 20년 이상 임대가 가능한 기업형 임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소와 주택 미분양 물량 소화를 위해 건설업계에서 요구하던 내용이다.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의 개편 없이는 사업성을 갖기 힘들다. 장기 임대사업자에만 유리한 세제를 적용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크다. 주거안정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명분으로 부동산 업계의 숙원을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정한 기회 보장을 위해 규제 개선과 직무·성과 임금제 확산, 능동적 상생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휴일제 개선 방안뿐이다. 일·생활 균형을 위해 현재 날짜 중심으로 지정된 각종 기념일과 휴일을 요일제로 바꿔 연휴를 더 늘리겠다는 뜻이다. 간접적 조치다. 그나마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재조정을 위해 새출발기금 투입을 10조 원 이상 늘리는 내용을 이번 대책에 담았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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