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비판에 민주당 ‘정중동’ 전략…검찰 ‘검개혁’ 공세로 이어지면 꺼낼 카드 많지 않아 고심
게다가 조국혁신당도 수사(중대범죄수사청)와 공소 제기 및 유지(공소청)를 담당하는 기관을 각각 신설해 기소와 수사의 완전 분리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 4법을 내놓은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검사 탄핵에 이어 검찰 개혁안들이 속속 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검찰 조직 스스로 내놓을 수 있는 대응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검사 탄핵 숨 고르기
민주당은 7월 2일 검사 4인(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법사위로 회부됐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사위는 국회법에 따라 탄핵안의 적절성 등을 조사하고 이를 다시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계획이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해당 검사들의 직무는 바로 정지된다. 다만 실제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언론에서 나오는 비판에 ‘정중동’으로 전략을 바꿨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8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현직 검사 4명의 탄핵안과 관련된 조사 일정 논의는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검사 탄핵안보다 대통령 탄핵 청원 건을 먼저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검사 탄핵안은 준비 상황을 고려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탄핵소추 발의 후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 중 논란이 있었던 이들만 탄핵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고, 탄핵소추안에 담긴 내용 중 사실관계가 틀린 것도 있고 해서 민주당에서도 역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서 4명에서 더 제한된 인원에 한해 탄핵을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검찰도 이재명 소환조사로 맞불?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전 대표 부부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7월 4일 이재명 전 대표와 그의 배우자 김혜경 씨 측에 이달 중 업무상 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지 이틀 만이었다.
민주당이 ‘국면전환용 쇼’라고 검찰을 비판하자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 소환조사 절차만 앞둔 상황에서 탄핵안이 발의된 것일 뿐이고 수사는 절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8일 취재진의 이재명 전 대표 소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통상적으로 하는 수사 절차”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와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의 인사들은 ‘검찰의 대응 카드’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수사 타이밍을 결정하는 데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는데,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검사 탄핵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지 않고 ‘수원지검의 판단’에만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제1야당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를 하는데 대검찰청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한다?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검찰청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한 카드들을 모은 뒤 그중에 적절하다고 판단된 하나를 고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탄핵이 정당한 탄핵이 아니라 위법적인 요소가 있는 ‘정치적인 추진’이라는 점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절한 것이 이재명 전 대표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며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검찰의 캐비닛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카드”라고 내다봤다.
#계속될 공세, 내놓을 수 있는 카드
아직까지는 검찰의 대응 카드가 먹혀든 모양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 추진에 숨 고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 안팎의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민주당을 포함, 야권에서는 검사 탄핵에 그치지 않고 검찰 개혁까지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검찰개혁을 가장 큰 미션으로 내세운 조국혁신당은 지난달 말 검찰개혁 4법을 공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6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중수청)·수사절차법 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골자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기소권과 수사권도 각각 기소심의위원회, 중수청, 수사절차법 등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도록 한다. 조국 대표는 “현 정권 들어 검찰의 행태가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며 “검찰의 탈정치화, 탈권력기관화를 목표로 한 검찰개혁 4법을 통해 막강한 검찰 권력을 해체하는 한편 빈틈없는 법제화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검찰의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입장에서 조직의 위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검찰이 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 내부에서 검사 탄핵에 대해 △검찰청별 검사회의를 개최하고 입장을 발표하는 안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개최해 입장을 표명하는 안 △ 연판장을 돌려 검사들의 서명을 받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적 지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까지 대검찰청은 검사들까지 나서는 것에는 신중한 상황이다. 이원석 총장이 총대를 메고 언론에 메시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패’를 아껴두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검사들이 뭉쳐 한목소리를 내며 위기를 겪어냈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아니라 야권과 갈등을 벌이는 것이 다르고, 되레 검사 출신 대통령이 검찰 조직의 리스크로 오다 보니 더 힘든 국면도 있다”며 “아직 평검사들의 뜻을 모아 메시지를 내는 방법이 남아 있지만 과연 이런 방법들이 요즘 같은 시대의 국민들에게 얼마만큼 공감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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