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김동연 김경수 비명계 세 결집 주목…이재명 대항마? “대체재 경쟁으로 봐야”
#'이재명 일극체제' 쓴소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방송 인터뷰를 시작으로 정치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4월 총선 승리에 기여하고 그동안 잠행을 이어왔다. 그는 복귀 일성으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쓴소리를 내놨다. 이재명 대표가 연임하는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습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8월 26일 김 전 총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대표가 된 것 자체가 이 대표한테 큰 성취라고 볼 수 없다.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당시 김대중 김영삼 이런 분들이 당을 장악할 때 평균적으로 60∼70%의 지지율로 당 대표가 되고, 당내 비주류의 몫을 인정하며 당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대구 출신의 김부겸 전 총리는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힌다. 김 전 총리는 1988년 정계 입문해 4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소통과 통합형 정치인으로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전 총리는 2016년 총선 당시 보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면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를 발판 삼아 2017년 대선 경선에 도전했지만, 취약한 당내 기반 등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명계 총선 낙선자 모임 ‘초일회’는 김부겸 전 총리를 지지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초일회에 대해 “한 분, 한 분이 각 분야의 정책 전문가”라며 “이분들이 지혜를 모으다 보면 친명이니 반명이니 그런 프레임을 넘어 민주당 내에 다양성, 다양한 세력들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전 총리 측은 “초일회와 같이 하는 것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친노·친문 인사들을 불러 모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친문계 핵심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은 8월 26일 경기도의 정책 자문기구인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전해철 신임 위원장은 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후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남수 정무수석 △안정곤 비서실장 △신봉훈 정책수석 △강권찬 기회경기수석 △강민석 대변인 △주형철 경기연구원장 △강성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등도 김 지사 참모진에 합류한 친노·친문 인사들다.
김동연 지사는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시절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속도, 부동산 정책 등 관련해서 청와대와 고성이 오갈 정도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김 지사의 정치 경력은 약 3년에 불과하다. 김 지사는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새로운물결을 창당했으나, 현역 의원 1명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과 합당해 2022년 6·1 지방선거에 출마해 경기지사로 당선됐다.
친문계 적장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이재명 대항마’로 나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와 맞물려 친문계 정책연구 모임인 민주주의 4.0도 8월 28일 총회를 열고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현재까지 김 전 지사와 친문계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진 않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계획된 공부를 마치고 연말에 귀국할 계획이다.
김경수 전 지사는 1994년 국회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마지막 비서관’을 지냈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김 전 지사는 2016년 총선에서 처음 당선됐고, 2018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뒤 지방선거에 출마해 경남지사로 당선됐다. 김 전 지사는 2021년 7월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받으면서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지지율·현역 의원 확보가 관건
‘신 3김’ 성공 여부는 지지율과 현역 의원 합류 여부에 달렸다. 이재명 대표도 비주류였던 경기지사 시절 지지율 상승과 친이해찬계 지원사격에 힘입어 명실상부 당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21대 총선에 친명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친명계 한 의원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후보들을 만나 출마를 권유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직접 최측근이라 밝힌 인물이다.
하지만 친명계는 세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 총선 이후 치러진 민주당 첫 원내대표 선거에서 원조 친명계 정성호 후보가 ‘9표 득표’에 그친 것이 이를 방증했다. 친명계는 2017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정성호 김병욱 김영진 의원이 모인 3인회에서, 21대 총선 이후 임종성 이규민 문진석 김남국 의원이 합류해 7인회로 늘리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이랬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부터다. 이낙연 전 새로운미래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며 1년 넘게 압도적인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다. 당시 ‘어대낙(어차피 대선후보는 이낙연)’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그런데 2020년 8월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국갤럽 2020년 8월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이낙연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2020년 3월 이재명 경기지사는 ‘신천지를 잡는 이재명’으로 정국을 휘어잡은 뒤 단숨에 추격전을 전개했다. 이 지사는 한국갤럽 3월 정례조사에서 11%로, 한 달 전 대비 3배 이상 선호도가 올랐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그해 7월 16일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이낙연 대표의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이재명 대망론이 탄력받기 시작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친이해찬계 등 현역 의원 지원사격에 힘입어 친명계를 구축했다. 2021년 5월 출범한 이재명의 전국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은 이해찬 전 대표 연구재단인 ‘광장’의 조직 기반을 상당 부분 이어받았다. 이해찬계로 꼽히는 조정식 김성환 이형석 이해식 등 현역 의원 1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곧이어 출범한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성공포럼)에는 35명의 현역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박홍근 천준호 남인순 의원 등 박원순계도 이 지사와 손을 잡았다. 그렇게 이재명은 2022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신 3김’ 행보를 바라보는 정가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친명계는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22대 총선을 치르며 더욱 거대해졌다. 비명계의 운신 폭은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지사는 계파가 없는 만큼 현역 의원을 포섭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전 총리와 김경수 지사는 원외인 만큼 행정력을 바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시 현역 의원들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근 정성호 의원과 이재명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지위가 흔들릴 때 남을 친명계가 몇 명일까를 두고 대화했다고 전해진다. 정 의원은 본인과 김영진 의원 2명만 남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신 3김’ 중 김경수 전 지사가 친문계 의원들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고민정 김영배 박수현 윤건영 정태호 의원은 김 전 지사를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인영 황희 의원도 마찬가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신 3김이 세를 결집해서 나오면 역풍을 맞고 ‘이낙연의 길’을 걷게 될 뿐”이라며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나 저항감이 거센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그나마 변수다. 그러면 민주당도 플랜B 가동을 위해 김부겸 전 총리나 김동연 지사를 찾을 것이다. 김경수 전 지사는 중도 확장 어렵고, 경쟁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신 3김’이 현재 뚜렷한 성과를 얻기 위해 뛴다기보다는, 향후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대체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사전 스파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1심 판결이 세력화 동기는 될 순 있지만 세력화 성공 가능성이 낮다. 이재명 대표가 1심 재판서 구속 또는 유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다수 지지자는 윤석열 정부의 사법 탄압으로 보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지지만 훨씬 더 강해질 뿐이다. 신 3김이 세력화한다고 하더라도 축적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세를 꺾을 순 없다”고 전망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지금 비명계 세 결집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받아도 지지층 결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호사가들이 비명계 결집 시나리오를 말하고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 이뤄질 가능성 낮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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