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연쇄살인범 쫓는 스토리로 액션 강도도 세져…9년 만의 후속편 공개에 경쟁작들 개봉 시점 피해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이 주연한 ‘베테랑’(제작 외유내강)이 9년 만에 후속편을 공개한다. 추석 명절을 노리고 오는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는 강력범죄수사대의 서도철 형사와 그의 동료들이 극악무도한 악당과 혼란스러운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황정민을 중심으로 오달수와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1편의 형사들이 그대로 출연하고, 배우 정해인이 막내 형사로 새롭게 합류해 추석 극장가를 노린다.
‘베테랑2’가 출격하면서 이번 추석 연휴에는 이른바 ‘명절 영화’가 자취를 감췄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베테랑2’에 맞서 감히 경쟁을 시도한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추석 개봉을 저울질하던 영화들은 발 빠르게 시기를 조정하면서 사실상 추석 연휴 동안 ‘베테랑2’의 독주가 예상된다.
#‘베테랑2’ 어떻게 달라졌나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 형사는 ‘베테랑2’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다. 가족을 챙기지 못한 채 밤낮없이 범죄자들과 싸운다. 처지와 상황은 1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동료들도 여전히 함께한다. 서도철 형사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오 팀장(오달수 분), 말보다 발이 먼저 나가는 미스 봉(장윤주 분), 근육질 몸으로 서도철을 기죽이는 왕 형사(오대환 분), 막내에서 경력이 쌓인 윤 형사(김시후 분)가 다시 뭉쳤다.
이들은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벌어진 살인 사건들과 연결됐음을 알고 연쇄살인의 단서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형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온라인에 공개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때 서도철의 눈에 정의감 넘치는 경찰 박선우(정해인 분)가 들어오고, 강력범죄수사대의 막내 형사로 투입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베테랑’ 시리즈를 상징하는 황정민은 “1편이 밀크 초콜릿이라면 2편은 다크 초콜릿 같다”고 표현했다. 1편이 악당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통쾌한 이야기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면 이번 후속편은 좀 더 무겁고 어두운 정서가 녹아 있는 범죄 액션 영화라는 설명이다.
황정민의 비유처럼 ‘베테랑2’는 1편과 비교해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했다. 공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의 행태는 갈수록 악랄해지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한 정보를 마구 쏟아내는 유튜버들이 가세해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개봉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열린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처음 공개한 영화는 1편보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와 묵직한 주제로 작품의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고 힘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면 안 되고 동시에 너무 새로운 것만 추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 감독의 의지가 주목받았다.
관객들이 느낄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는 서도철과 투톱을 형성한 인물의 변화다. 1편에서는 배우 유아인이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로 활약하면서 관객의 공분을 샀고, 반대로 정의의 편에 있는 서도철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특히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로 대표되는 유아인의 악랄한 빌런 연기가 1341만 흥행을 견인했다. 이번에는 정해인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막내 형사 박선우 역을 통해 베테랑 형사 서도철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쇄살인범 추적을 시작한다.
변화를 추구한 설정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신선한 피의 수혈”이라고 표현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박선우 역으로 어떤 배우가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정해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정해인은 방황하는 청년뿐 아니라 엄마 친구 아들을 해도 어울리고 어두운 뒤틀림도 어울린다”고 평한 감독은 “아주 다양한 면이 있다는 판단으로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받아줬다”고 말했다.
2편 주요 출연진 가운데 유일하게 새롭게 합류한 터라 기존 배우들과 융합도 중요했다. 연출자로서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우려’에 그쳤다. 류 감독은 정해인에 대해 “잘 융화되고 잘 섞이는 사람”이라며 “바로 그런 신선한 사람이 영화에 필요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젊은 피의 수혈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감독이 끝까지 놓칠 수 없는 핵심은 ‘재미’였다. 류승완 감독은 “무엇보다 영화가 재미있어야 했다”며 “그래서 전작보다 더 박력 넘치고 긴장감 있고, 박진감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액션도 훨씬 강도 높은 것들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정해인은 고난도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베테랑’의 처음과 끝은 황정민
최근에는 3편 연속 1000만 관객에 성공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으로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가 더 인기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약자의 편에서 강자를 혼내주는 열혈 형사의 자리는 서도철의 차지였다. 대기업에서 촌지를 받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형사의 뒷덜미를 잡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일갈하는 서도철의 열정에 관객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범죄자를 쫓느라 정작 가정에는 소홀하지만 그의 아내(진경 분)는 서도철만큼 자존심이 강하고 정의를 향한 가치관도 뚜렷하다.
‘베테랑’이 후속편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이유도 형사 서도철과 이를 연기한 황정민이 있기에 가능했다.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에 대한 애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졌다”며 “그래서 1편 촬영이 끝나자마자 황정민에게 ‘이 인물을 갖고 영화를 계속 만들자’고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테랑’ 시리즈의 처음과 끝은 황정민”이라고 강조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에도 황정민은 크게 기여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어떤 장면의 촬영 현장이든 황정민은 우리 셋(감독과 황정민, 정해인) 중 가장 먼저 와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독으로 그런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준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베테랑2’의 경쟁작은 ‘베테랑’ 1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 사랑받은 1편을 잇는 영화인 만큼 과연 그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1편이 개봉하고 9년의 시간이 흐른 상황이 2편에 득일지 실일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그 중심에서 황정민은 “변하지 말아야 할 게 있었다”고 짚었다.
“1편으로 구축한 서도철의 에너지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게 중요했다”고 말한 황정민은 “2편을 봤을 때 서도철이 변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1편 때 입은 의상을 그대로 보관하고 2편에서도 입었다”고 했다. 의상팀으로서는 서도철의 의상을 보관하는 일도 커다란 숙제였다. 헤어스타일도 1편 그대로다. 황정민은 “관객의 눈으론 1편과 비교해 시간의 간극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은 ‘베테랑2’가 관객들에게 또 사랑받는다면 3편까지 만들자고 이미 약속했다. 서도철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데에 감독과 배우의 의지가 강하다. 다만 전제 조건은 있다. 2편의 성공이다. 전망은 긍정적이다. 추석 연휴를 노리는 단 한 편의 영화인 만큼 손익분기점만 넘긴다면 3편 제작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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