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질이 독립적 표현 언어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미술사 전체에서 보면 아주 최근의 일이다. 붓질은 터치를 드러내지 않고 사물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기법의 하나로 오랜 시간 존재해왔다. 쉽게 말하면 사진처럼 매끈하게 그리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셈이다.
붓질이 터치의 가치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인상주의 시대가 열리는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다. 이런 흐름의 기초를 제공한 것은 18세기 바로크 회화의 대표격인 화가들이다. 네덜란드 회화를 미술사 반열에 올려놓은 렘브란트와 스페인 바로크 회화의 거장 벨라스케스의 작품에서 붓질의 의미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물을 묘사하기 위해 붓질을 이용하지 않고 붓질의 효과로 사물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다. 미술사에서는 이런 붓질을 ‘회화성’이라고 부른다.


추상회화 중에서도 붓질의 효과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흐름은 추상표현주의의 한 축을 이룬 ‘타시즘’이다. 195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나타난 타시즘은 ‘얼룩’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타슈’에서 나온 말이다. 작가의 자유로운 붓질을 중히 여기는 경향이다. 따라서 필력과 거친 붓질, 붓질의 흔적에 의한 점 등으로 그림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는 작가의 숙련된 손놀림과 순식간에 빈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직관력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서예의 기본인 직관적인 제작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서법적 추상’으로도 불린다.

신은영도 이런 흐름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붓질을 개척해낸 작가다. 그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붓질에 담아내는 작가로 불리고 싶다”고 말한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감정의 흔적을 순식간에 붓질로 표현하는 제작 태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붓질을 표현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화면에 감정의 상태를 보여주는 색채를 기본으로 칠한다. 우울한 날은 푸른 톤, 즐거운 기분이 도는 때는 노랑이나 분홍색 톤 등을 쓴다. 이런 기본 색이 깔린 화면에 투명 접착제로 흔적을 남긴다. 붓질을 만드는 방법인데, 붓의 거친 정도나 속도, 접착제의 양에 따라 붓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접착제 위에 석채를 뿌려서 붓질을 드러낸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