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 유포된 이용대의 수영장 키스신 사진. |
불과 3~4년 전만 해도 스포츠 스타들의 열애설에 대처하는 방식은 ‘일단 부정’ 혹은 ‘사태 관망’ ‘노코멘트’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상대가 유명인인 경우 철통보안은 생명이었다. “오빠 동생 사이” “친한 선후배” “절친한 친구 사이” “지인들과 다 같이 딱 한번 만났다”는 천편일률적인 코멘트는 위기관리의 정석으로 통했다. 대부분 사태를 관망한 후 상황을 봐서 인정하는 ‘소프트랜딩’ 방식을 택했다.
축구선수 정조국(28·FC서울)과 탤런트 김성은 역시 그랬다. 박수진, 김연두 등 축구선수 여친 탤런트들과, 절친모임 ‘원로걸스’를 만든 김성은이 이들의 소개로 정조국과 첫 만남을 가졌고, 이내 열애설이 불거졌다. “아니다”라고 부정하던 이들은 2009년 12월 가장 먼저 결혼식을 올렸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남다른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 김남일·김보민 부부. |
2008년 1세 연하 농구선수 임효성(31·전자랜드)과 열애설에 휩싸인 SES 출신 슈 역시 보도 직후 측근을 통해 “단순히 친한 친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2009년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을 통해 열애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기까지 1년 가까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2010년 4월 두 스타는 결혼에 골인했다.
유도스타 김재범(27·한국마사회)은 런던올림픽 직후 열애설에 휩싸였다. SNS에 찍어 올린 미모의 여성과의 사진이 증거가 됐다. 네티즌 수사대가 걸그룹 써니데이스의 서연을 여자친구로 지목했다. 여자친구에 대한 질문에 “그냥 아는 동생”이라며 웃음으로 답했다. 지금도 김재범의 여자친구에 대한 공식입장은 노코멘트다. 청담동 일대와 경기장에서 데이트 장면이 목격됐고, 대구전국체전 금메달 후 하트 세리머니도 펼쳤지만 유도 이외의 사생활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사절한다는 것이 운동선수로서의 철칙이다.
# 신세대 스포츠스타
최근 10~20대 신세대 선수들은 열애설에 대해 쿨하게 대처한다. 특히 사실이 아닐 경우 적극 해명에 나선다.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직후 ‘독도 세리머니’로 스타덤에 오른 축구선수 박종우(23·부산아이파크) 역시 열애 사실이 SNS를 통해 공개됐다. 미모의 여자친구가 사랑을 가득 담아 올린 응원 게시물과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 퍼져나가며 기사화됐다. 공항에서 근무 중인 2세 연상 미모의 여자친구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박종우는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맞다”고 일단 인정한 후 “일반인이기 때문에 보호해주고 싶다.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인터뷰나 행사를 통해 스스로 열애 사실을 인정하거나 공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의 꽃미남 공격수 한지호(24)는 지난달 구단 인터뷰에서 열애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소녀 팬이 전체 팬의 90%에 달하는 부산 ‘아이돌파크’의 특성상 수습 불가한 대사건이었다. 트위터 타임라인이 난리가 났다.
농구선수 유병재(28·전주KCC)와 코요태 신지 역시 스캔들을 쿨 하게 인정한 좋은 예다. 지난해 9월 기사를 통해 열애설이 불거지자 신지 소속사 측은 관례대로 재빨리 대응했다. “친한 지인일 뿐”이라는 부정의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러나 신지는 유병재와 상의 후 이날 밤 자신의 홈페이지에 직접 열애를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한강데이트 등 일상적인 데이트 사진을 올리며 공개 연애를 즐기고 있다.
▲ 정조국·김성은 가족. |
▲ 임효성·슈 부부. |
‘일단 부정’에서 ‘쿨한 인정’으로 태도가 바뀐 이유는 열애설을 전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인식이 변한 탓이 크다.
과거 열애설은 기자들의 밀착취재나 측근들의 증언, 증권가 정보지 등 일방적인 소수의 매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대중에게 전달됐다. 최근 열애설의 진원지와 증폭 매커니즘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SNS가 활성화되면서 열애설의 밀도와 속도 자체가 달라졌다. 스타가 직접 자신의 일상 사진을 SNS에 올린다. 대중도 언제 어디서든 스타의 사진을 찍어, 바로 자신의 SNS에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다.
열애의 증거 역시 단순한 입소문이나 ‘~카더라’식 증언이 아닌, 확실한 사진이나 동영상이다. 이용대의 예에서 보듯 디지털 사진 데이터는 얼마든지 복제되고 유출될 수 있다. 국경 없는 온라인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온라인이 무섭다”는 이용대의 말대로다. 확실한 물증이 있는 이상 섣불리 발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괜한 ‘오리발’은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다. 언론이 열애설을 확인할 때 부정으로 일관하던 스타나 소속사도 “사진이 있다”는 한마디에는 자세를 낮춘다.
스포츠 스타의 열애설에 대처하는 팬심 역시 과거와는 다르다. 상당히 너그러워졌다. 한지호의 열애설에 ‘꺼이꺼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일제히 ‘행쇼(‘행복하쇼’를 뜻하는 유행어)’를 외쳤다. ‘독립투사’ 박종우의 핑크빛 열애설에도 팬들은 축복의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전영지 스포츠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