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에서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학문은 ‘미학’이고, 하드웨어를 다루는 것이 ‘예술학이다. 예술의 역사는 이 두 개의 축이 각축을 벌이며 발전해왔다. 소프트웨어만으로 이루어지는 예술의 맨 끝에 등장하는 것이 개념예술이다. 그런가 하면 하드웨어에 충실한 예술의 정점에서 만나는 것이 순수추상이다.
그런데 예술작품의 가치를 논할 때는 형식에 무게를 두게 된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예술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예술의 장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것 역시 하드웨어다. 형식이 바로 예술을 우리에게 작가의 메시지(내용)를 전달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회화는 색채와 형태를 언어로 삼는다. 이 중 순수 회화 언어에 가까운 것이 형태를 구성하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점, 선, 면이 그것이다.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되고 선을 겹치거나 연장하면 면이 된다. 이 중에서도 선은 회화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선은 사물의 모습을 표현하는 회화 기본 임무에 가장 충실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선택하는 언어도 선이다. 선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추상미술이다. 추상회화에서 선은 회화언어로서 최고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현대회화에서 선은 그동안 미술사에 나타났던 여러 기능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선 자체의 성격을 변주하고 있는 셈이다.
장수익의 작품은 선의 새로운 기능을 보여주는 회화다. 그의 회화는 ‘전선 그림’으로 불린다. 실제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굵기와 색깔의 전선으로 그림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처럼 사실적이다. 가까이 가서 보아야 선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치밀한 계산으로 선을 촘촘하게 연결해 면을 만들고 사실적 풍경으로 완성하는 작업이다. 선을 콜라주 기법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매력을 주는 회화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