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아닌 자의 법률 상담’ 문제 삼아 AI 대륙아주 징계 가능성…제2의 로톡 사태 되나
#대한변협의 문제제기 이유
대한변협이 문제 삼고 나선 곳은 로펌 규모 8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로펌 대륙아주다. 최근 소비자 대상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운영하기 시작한 곳이다. 24시간 운영하는 서비스로,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법률적으로 궁금한 질문을 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내 계좌가 피싱에 사용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하자 AI 대륙아주는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질문자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또 ‘직장 상사에게 욕설이 담긴 폭언을 들었다. 대응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자 ‘근로기준법 76조의2 등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이는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노동청 신고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고 녹음 등 증거자료가 필요하다. 손해가 있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대륙아주와 웹 조사기관 시밀러웹에 따르면 AI 대륙아주의 4월 출시 당시 월 방문자 수는 3000여 명이었는데 최근 1만 명을 훌쩍 넘었다.
#대한변협 “변호사 아닌 자의 법률 상담 문제”
실제로 변호사 상담 시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조언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는 평인데, 대한변협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AI 법률 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인 대륙아주에 대해 징계도 추진 중이다. 대한변협 조사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AI 대륙아주에 대한 징계 개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번 징계 대상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소속 변호사 7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대한변협의 입장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익’이 협업 스타트업의 광고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AI 대륙아주 서비스 화면에 협업 스타트업인 넥서스AI가 노출된 것이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제34조 5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또 법률 상담 밑에 추천 변호사 링크가 뜨는데, 소개를 대가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이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대한변협의 판단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아직 조사해야 할 부분이지만, AI를 바탕으로 한 대륙아주 모델이 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에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에 다수 의견이 모였다”며 “변호사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AI가 시장에 빠르게 도입된다면 변호사들의 설 자리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대한변협이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륙아주 “억울” 입장
대륙아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I를 활용한 광고 행위일 뿐이기에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넥서스AI에서 경제적 이익을 받지 않아 이익을 분배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한다.
대한변협이 약한 수준의 징계 결과를 내놓더라도 징계 수위 및 집행 여부 등에 대해 대륙아주가 반발해 법무부 징계위원회 최종 결정까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톡 징계 때처럼 법무부의 판단을 받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소개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협 간 갈등과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대형 로펌 중 한 곳인 대륙아주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 ‘시장의 달라진 흐름’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변협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인공지능 기반 법률 플랫폼은 협회가 관리·감독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법률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비해 매년 공급되는 변호사 수가 더 많은 탓에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이 과정에 대형 로펌까지 사건 수임 경쟁에 AI를 활용해 뛰어든 것”이라며 “AI를 통한 수임 경쟁을 해야 한다면 이를 대한변협이 해야 개인 변호사들의 소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냐”고 풀이했다.
#법원도 AI 도입 만지작
그러나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돼가고 있다. 법원도 AI 모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2025년 1월 도입 예정인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과 함께 ‘유사 사건 판결문 추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 중이다. 법원에 사건이 접수되면 인공지능 시스템이 유사한 하급심 판결 10건을 자동 추천해주는 것이다.
판사들의 AI 활용도 유도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부터 두 달 동안 법관 100명을 대상으로 ‘엘박스 에이아이(AI)’ 유료 모델 체험단을 운영했다. 외부에서 운영 중인 리걸테크 서비스를 법관들도 직접 활용해 재판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법원은 앞으로 판사들이 서면에서 핵심 내용만 추출하거나 판결문 작성에 서면 내용을 바탕으로 문서화를 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AI로 인한 오류 발생 시 징계는 어떻게 되나
법조계에서 AI 도입만큼 AI로 인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AI를 통해 공소장을 쓰거나 판결문 작성에 도움을 받았는데 오류 내용이 들어갔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이에 대한 징계는 어느 정도 수위로 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AI에 의지하면 판결문 내 오류를 그대로 적시하게 될까봐 일부러 AI를 멀리하는 판사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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