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 씨 부부 독립적 생계 꾸리지 못했음을 입증해야…청탁 대가 증거 확보 쉽지 않아
전주지검에서 시작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를 겨눈 수사를 놓고 법조계에서 나오는 법리적인 쟁점이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아무개 씨가 받은 월급을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항공업 경력이 전무했던 서 씨를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고위 임원으로 취업시킨 것이 이스타항공 오너였던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이었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을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했다.
하지만 뇌물 입증을 위해서는 뇌물을 건넨 자(공여자)나 받은 자의 진술이 필요하다. 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법조계는 핵심 인물인 이상직 전 의원이나 전 사위 서 씨에게 검찰이 진술을 받아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 압수수색
이창수 검사장이 2023년 전주지검장으로 임명된 뒤 수사에 본격 착수해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아무개 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했던 검찰은 8월 30일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도 별장 등 3곳을 압수수색 했다. 수사의 칼날을 문 전 대통령에게 직접 겨누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딸 다혜 씨에 대한 압수수색만 이뤄졌지만 결국 문 전 대통령과 ‘한 몸’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2억 원 규모의 뇌물수수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이스타젯이 서 씨에게 준 월급과 주거비 등 2억 2000여만 원 상당의 각종 지원이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압수수색 배경에는 다혜 씨 관련 의혹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다혜 씨 계좌 추적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을 발견했는데, 검찰은 김정숙 여사를 대신해 다혜 씨에게 수천만 원 상당을 송금한 김 여사의 지인 주거지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저서를 펴낸 출판사 중 한 곳이 다혜 씨에게 현금을 송금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타이이스타젯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을 시작으로 딸 다혜 씨 관련 다양한 의혹들을 모두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딸 다혜 씨 계좌에서 나온 자금 흐름
검찰이 딸 다혜 씨를 넘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눈 것은 ‘뇌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딸 다혜 씨의 생계를 일부 지원하다가 타이이스타젯에 사위 서 씨가 채용된 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고위 임원으로 취업했는데, 이상직 전 국회의원은 그해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뇌물수수 구성 요건인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해왔던 생계 지원을 타이이스타젯이 대신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통상적인 대통령의 자녀와 달랐다는 건 정치권에서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다혜 씨는 태국에서 돌아온 뒤 2020년 말부터 청와대 관저에서 자녀와 함께 거주했다. 독립 생계를 꾸린 대통령 자녀가 청와대 관저에서 지내는 것은 이례적이었는데,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혼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이 되레 검찰에는 딸 다혜 씨와 문 전 대통령 부부를 ‘경제공동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됐다. 이 사건 이름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 검찰의 시선을 알 수 있다. 수사 초기 이 사건을 ‘항공사 배임·횡령 사건’ 등으로 칭했지만, 최근에는 ‘항공사 특혜 채용 및 전직 대통령 자녀 해외 이주 지원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당초 게임 회사에 근무했던 사위 서 씨가 항공업력이 전무했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을 보고 이상직 전 의원이 채용했다고 의심할 수는 있지만, 대가성을 입증하려면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리지 못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딸 다혜 씨 부부가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상직 전 의원이나 사위 서 씨에게 중진공 이사장 자리를 대가로 서 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검찰 수사가 마냥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당시 채용 과정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추진했지만 모두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딸 다혜 씨 계좌에서 나온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것도 기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딸 다혜 씨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였음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녀 채용을 뇌물로 기소한 사건들에 대한 법원 판단은 엇갈린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KT 회장의 국회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을 KT에 취업시킨 것이 뇌물로 판단돼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하지만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이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회사에서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퇴사 과정 등에서 아들과 곽 전 의원의 연락이 잦지 않았던 점이나 인지하지 못했던 점 등이 무죄 근거가 됐다.
#추석 연휴 이후 본격 소환 시작되나
현재 검찰은 다혜 씨 주거지 등에서 압수한 자료에 대해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르면 추석 연휴 이후 다혜 씨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지검 측은 “소환 출석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라며 “물리적으로 추석 연휴 전 조사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가피하다. 뇌물수수 의혹 등의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필수적이다.
검찰 수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정치적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한 법조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만 해도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사뭇 달라졌다”며 “이는 최근 정치적인 흐름과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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