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폭언·폭행 일삼으며 임금체불 의혹…피의자 “임금체불 사실과 달라, 폭행한 적도 없어” 혐의 부인
#점점 심각해진 무차별 폭행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중부경찰서는 이 지역에서 옷 매장을 운영하는 업주 A 씨(41)를 상해 및 협박 등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A 사장은 종업원 B 씨(39)를 고용하고 수년에 걸쳐 폭행과 협박 등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상처와 진단서 등을 제출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한 대형 쇼핑몰의 이웃가게 종업원으로 만난 둘은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다 A 사장이 울산에 개인 매장을 차리게 되면서 2012년 B 씨가 종업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 A 사장은 B 씨에 작은 원룸도 구해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B 씨는 A 사장이 2014년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전부터도 몇 차례 꾸중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 시기부턴 작은 손찌검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한다. 소위 '꿀밤'을 맞거나 정강이를 차이는 식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폭행은 'B 씨가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였다고 전해졌다.
B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 정도가 심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일부 내용을 보면 △2017년 7월 업무소홀을 이유로 스팀다리미로 발등을 지짐 △스팀기로 복부 화상을 입힘 △2018년 10월 알루미늄 배트로 광대뼈 및 어깨를 맞음 △2019년 6월 전시된 슬리퍼로 뺨을 맞아 고막 손상이 발생함 등이다.
경찰은 '고막의 외상성 파열' '좌측 고막 천공부 주위 혈흔 및 충혈 발생' 등이 기재된 B 씨의 진료기록 및 상해진단서 등을 확인했다. 그 밖에 고막이 파열돼 고막패취술 수술을 받은 이력 등 자료 역시 확보했다. B 씨가 당시 찍어둔 몸의 멍이나 혈흔 사진 등도 마찬가지다.
A 사장과 B 씨가 나눈 문자 기록도 조사 대상이다. 일부 내용을 보면, A 사장은 B 씨의 업무처리 속도가 기대만큼 나오질 않자 "네가 나를 무시하는구나" "가서 보자" "나 갈 때까지 매출 X같으면 죽는다" "각오해라" "오늘은 짧게는 안 끝날 거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B 씨는 "무서워요. 맞으면 아프니까" "맞을 때 맞더라도 정말 죄송합니다" "부은 건 조금 빠졌습니다" 등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지치면 우리 가족은 누가 챙기겠습니까" 등의 말로 A 사장의 화를 누그러뜨리려는 표현도 잦았다.
경찰은 A 사장의 지인 두 사람이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목격자는 사실확인서에서 "A 사장이 매장 카운터에서 은색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B 씨 안면을 폭행하는 모습을 봤다"며 "B 씨가 고통스러워했지만 A 사장은 방망이를 내려두고 고성과 함께 B 씨 뺨을 수차례 때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목격자는 "상황이 심각하기에 A 사장을 가게 바깥으로 불러 대화도 나눴다"며 "폭행 이유 등을 묻자 A 사장은 'B 씨가 큰 잘못을 해서 그렇다'고 답했다"며 "몇 분 뒤 가게 밖으로 나온 B 씨는 얼굴 광대가 퉁퉁 부어 있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A 사장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두 사람은 경찰 신고까지 나서지는 못했다. B 씨가 생활고 등을 이유로 극구 만류했기 때문이었다. 두 목격자는 경찰에 "즉각 신고하지 못해 피해가 커진 데 대해 저희도 책임이 있는 것만 같아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면서도 "저희가 목격한 상황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오전부터 새벽까지 업무…월급은 최저임금
B 씨는 2023년 옷 가게를 관뒀다.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지만 아무런 문제 제기조차 못했던 그가 뒤늦게 경찰 등에 신고한 데에는 복잡한 사연이 있다. B 씨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에서 자라며 생활고를 겪어 왔고, 정상적인 학교 교육도 못 받아 사회 경험이 부족했다. 그는 "A 사장 외에는 자신을 고용해줄 곳이 없다고 믿어 왔다"고 했다.
특히 A 사장이 월세 집 보증금을 내줘 본인이 되레 신세를 지고 있단 생각이 컸다. A 사장이 "너희 가족들도 생각해야지" "우리 같이 힘내서 잘 되자" 등의 발언도 자주 해왔기에 이 정도 고통은 참고 이겨내야 하는 줄 착각했다. 무엇보다 A 사장과 여전히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는 점도 부담이 컸다고 한다.
과잉 노동에 임금체불도 있었지만 이게 문제가 되는 줄도 몰랐다. 현재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는 B 씨는 새 직장에서 만난 이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용기를 냈다. 그는 "무지가 죄라면 죄겠지만, 과거 10년 동안 인권이 짓밟힌 삶을 살아온 사실을 깨달았다"며 "잃어버린 세월을 이제라도 보상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B 씨는 옷 가게에서 정해진 휴일 없이 하루 평균 14∼16시간 일했다. 정해진 출근은 오전 10시 30분, 퇴근은 밤 11시였지만 귀가해서도 온라인 몰을 관리하며 각 사항들을 일일이 A 사장에 보고했다. 실제 그의 문자 내역을 보면, 오전 시간대부터 새벽 2∼4시까지 A 사장에 업무 관련 보고를 한 기록이 여럿이다.
임금은 2019년 기준 월 175만 원을 받았다. 2020년 이후 월 200만 원으로 인상된 후 가끔 상여금 명목 40만 원 정도를 받긴 했으나,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퇴직금도 못 받은 상태라 B 씨가 수령해야 할 체불임금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울산지방고용노동청도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B 씨의 통장 입출금 내역과 일자별 근로표를 토대로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울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밀린 임금은 퇴사 후 14일 안에 지급하도록 돼 있다"며 "각종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 씨를 돕는 대구노무법인 울산지사 이민호 노무사는 "사실상 치외법권에서 인격을 상실한 채 노예와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사회와 법이 B 씨의 잃어버린 세월을 찾아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엄중히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노무사는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사고의 발생이나 그 외 어떤 이유로도 근로자를 폭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근로관계에서 사용자의 폭행은 형법상 일반 폭행에 비해 최고 형량이 높으며 반의사 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A 사장 측은 B 씨에 고소 취하를 간곡히 요청한 한편 혐의는 일체 부인했다. A 사장은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그와 대화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A 사장의 변호인은 "임금체불 등은 사실과 다른 얘기로서 수사 및 소송 등을 통해 명확히 소명할 계획"이라면서 "폭행도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변호인은 "B 씨는 가게를 관두기 직전까지도 A 사장과 사적으로 어울리며 원만하게 지내는 등 폭행 피해자로 보기엔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설령 물리적 행위가 있었더라도, 친한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장난 수준일 뿐 범죄에 이를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고도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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