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의원 이어 이원모 비서관 공천 개입 의혹 불거져…검찰·공수처도 관련 사건 수사에 나서
#김 여사 “힘없다” 얘기한 것 사실일까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언론사 뉴스토마토였다. 뉴스토마토는 A 씨의 증언이라는 익명 진술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전 의원이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만나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비례대표 1번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김 여사가 공천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5선 중진이었던 김 전 의원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경남 창원을에서 김해갑으로 옮겨 도전했지만 컷오프 돼 실제로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보도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A 씨가 나’라고 밝히며, “공천개입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 김영선 전 의원 측 인물로 지목된 명태균 씨도 자신의 SNS를 통해 ‘김건희 여사가 자신에게 텔레그램을 보냈는데 그걸 김영선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처럼 오보를 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김건희 여사는 오히려 ‘김영선 의원을 공천해 줄 힘이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해 본인이 불만을 표현한 것인데 이를 뉴스토마토가 잘못 보도했다”고 명 씨가 주장한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도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의원은 “명 씨의 허장성세이자 한마디로 소설”이라고 일축했고, 국민의힘 공천 관련 인물들도 올해 총선 공천의 경우 “김 의원은 애초부터 공천배제 대상(컷오프)으로 분류됐었다, 그래서 공천 개입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게 일관된 설명이다.
전날 뉴스토마토는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토대로 지난 4월 총선 당시 김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 시도와 김 전 의원이 당선됐던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태균 씨는 누구? 관련 수사도 진행 중
지난해 한의사협회가 발행한 신문에 따르면, 명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정책 집사라 소개됐는데 정치권에서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역 정가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치판에 늘상 있는 선거 브로커로 보이는데 좀 오버액션을 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야권은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으로 현재 검찰과 공수처에서 관련 사건이 입건된 상태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사세행은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해달라며 대통령과 같은 공직자나 그 배우자에게 청탁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부정 청탁 행위”라며 “거절했더라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9월 24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의에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 주고 돈은 김영선 전 의원에게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여사 사건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보고 수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혹과 관계없이, 이미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창원지방검찰청은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에 대해 대가성으로 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수사 중이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됐는데 보궐선거 2개월 뒤 김 의원이 회계책임자를 통해 6300만 원을 여론조사기관 운영자 명 씨에게 건넨 정황을 파악해 돈이 오간 경위, 자금의 성격 등 사실 관계를 수사 중이다. 이는 경남선관위가 2023년 12월 김 의원 회계책임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 및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된 수사다.
하지만 명 씨는 자신의 SNS에 “빌려준 돈 6000만 원을 돌려받은 것”이라며 뉴스토마토 등 의혹 제기 언론사들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또 다시 불거진 개입 의혹?
게다가 9월 23일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소리도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1개월 동안 20차례 걸쳐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한 행정관이 22대 총선 경기 용인갑 출마를 준비했는데 용인갑 공천은 결국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받았다. 이는 김건희 여사가 막역한 지인의 남편인 이원모 전 비서관 공천에 개입하였기 때문이고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이 김 여사 공천개입 루트였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원모 비서관은 22대 총선에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한 뒤 공직비서관으로 대통령실로 복귀했다.
녹취 속 해당 인물로 지목된 전 행정관 B 씨는 “자신은 공천 사실을 알 수 없는 위치였다. 서울의 소리가 허위·과장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고, 이철규 의원도 “한 개인의 망상에 기초한 허구의 발언이며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범죄행위로 끝까지 단죄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천개입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즉,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명백한 범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조국혁신당에서는 ‘명태균 게이트’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도 ‘아직은 사건이 어디까지 불거질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나 공수처 수사로 마무리되기를 대통령실이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 씨가 형사 고발 조치를 했다면 허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될 수 있다”며 “마타도어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면, 거꾸로 빠른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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