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48%’ 화천기계와의 분쟁서 사실상 패배…신설 법인 통해 새로운 사업 나설 가능성
#사업목적 보니 두 법인 모두 투자 염두
김군호 전 대표는 지난 3월 ‘케이엘아이파트너스’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6월 ‘케이넥스트홀딩스’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케이엘아이파트너스의 사업목적은 △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 △국내 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투자 △각종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 △부동산 자산의 투자 및 임대, 컨설팅 △기업의 자금 조달운용 및 투자유치 자문 등이다. 케이넥스트홀딩스 역시 △경영 자문 및 컨설팅업 △기업 인수합병 중개 및 지원 서비스업 △기업 투자 의사 결정 지원 서비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두 법인 모두 투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케이엘아이파트너스는 김군호 전 대표와 이 아무개 씨 두 명의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 또 김군호 전 대표의 딸 김 아무개 씨가 케이엘아이파트너스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군호 전 대표는 케이엘아이파트너스 지분 35.29%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 씨도 케이엘아이파트너스 지분 11.76%를 보유 중이다.
케이넥스트홀딩스 이사는 김군호 전 대표와 그의 아내 최 아무개 씨 두 명뿐이다. 케이넥스트홀딩스 사무실도 김군호 전 대표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기재돼 있다. 사실상 김 전 대표의 개인 회사인 셈이다. 회사 규모도 차이가 있다. 케이엘아이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 7000만 원으로 설립됐지만 케이넥스트홀딩스는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됐다.
#불리한 판세, 신설법인 활용 주목
김군호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가 에프앤가이드 경영권을 놓고 화천기계와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기계는 당초 재무적투자자(FI)로 에프앤가이드에 투자했고,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에프앤가이드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화천기계와 그 특수관계자의 에프앤가이드 지분율은 38.52%였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지분을 확대해 현재 지분율은 48.03%로 늘었다.
에프앤가이드는 2000년 삼성그룹 사내 벤처를 통해 설립된 회사다. 김군호 전 대표는 당시 삼성증권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에프앤가이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에프앤가이드의 초기 실적은 좋지 않았고, 이에 삼성그룹은 에프앤가이드 청산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에프앤가이드는 화천기계의 투자를 받으면서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에프앤가이드는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 296억 원,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 소식이 알려지면서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9월 24일 기준 시가총액이 46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락해 현재 시총은 1600억 원 수준이다.
권형석 화천기계· 화천기공 대표는지난해 9월 에프앤가이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당시 임시주주총회에서 권 대표가 추천한 4명의 인사가 모두 에프앤가이드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한 달 후인 지난해 10월, 김군호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에프앤가이드 대표에서 사임했고, 올해 3월에는 임기만료로 사내이사에서도 퇴임했다. 이를 놓고 사실상 화천기계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권형운 화천기계 공동대표는 최근 에프앤가이드에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권형운 대표는 권형석 대표와 사촌지간이다. 권형운 대표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권형운 대표 본인과 권형석 대표의 에프앤가이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에프앤가이드 경영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10월 31일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화천기계 관계자는 “별도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군호 전 대표도 이번에는 맞불을 놓았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과 김현전 동양생명보험 부사장을 에프앤가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4명 중 다득표 순서에 따라 두 명이 선출된다. 김군호 전 대표와 화천기계가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현재로는 김군호 전 대표가 크게 불리하다. 김 전 대표는 이철순 현 에프앤가이드 대표, 엠티홀딩스와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지난 9월 30일 기준 23.12%다. 이는 화천기계의 에프앤가이드 지분 48.03%보다 무려 24.91%포인트(p) 낮은 수치다. 더구나 화천기계는 최근 에프앤가이드 주식 9만 9000주(지분율 0.87%)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화천기계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위해 주식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화천기계의 에프앤가이드 지분이 50%에 근접한 만큼 김 전 대표가 현실적으로 표 대결에서 이기기는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에프앤가이드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내용대로 봐주면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이 때문에 김군호 전 대표가 에프앤가이드에서 손을 떼고, 신설법인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케이엘아이파트너스는 최근 KB제30호스팩 발기주주로 참여하는 등 에프앤가이드와 무관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 9월 30일 여의도에 위치한 케이엘아이파트너스 사무실을 방문해 김군호 전 대표를 만났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미안하다”며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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