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 중 아예 받지 못한 곳도…지자체별 예산 확보 상황 따라 지급 시기 천차만별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인한 소아·청소년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이들에 운영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휴일 시간대에 소아환자를 치료할 곳을 마련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9월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1년 365일 밤 11시까지 진료를 보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올해 8월 기준 전국 94곳의 의료기관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기존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 및 휴일 진료에 한해 총 운영시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상대가치점수를 배정해 수가를 지원했다. 건당 야간진료관리과(의원급)는 1만 3390원~2만 2600원이 가산됐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 정도의 수가로는 병원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야간 진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의정갈등으로 소아의료 공백 현상이 심화하고, 일선 달빛어린이병원들이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야간 휴일 소아진료 수가 가산 및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야간·휴일 진료 시 운영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운영비 지원 예산 45억 원을 확보했으며 운영비 지원금은 연간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4억 3200만 원까지다. 소아 환자가 적은(3만 명 미만) 지역은 20% 가산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발표 후 9개월이 지난 현재, 이 운영비를 아예 받지 못했거나 일부 금액만 받았다는 얘기들이 의료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경기도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 A 어린이병원 원장 B 씨는 14일 ‘일요신문i’에 “현재 시점 기준 우리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급한다고 했던 2024년도 달빛어린이병원 지원금을 전액 받지 못했는데, 총액은 약 1억 5000만 원”이라며 “당초 총액을 상반기와 하반기 반씩 나눠 준다고 했다가 하반기에 총액으로 지급해 준다고 말이 바뀌었는데, 언제 해줄지 확실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경남 거제 △전북 전주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대전광역시 △경기도 등 지역에서 운영되는 달빛어린이병원들은 지원금을 아예 못 받거나 일부 금액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청소년병원협회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고 보조금 지급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8곳의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해 무작위 샘플 조사를 실시해봤더니 지급을 전혀 받지 못한 병원 3곳, 일부만 받은 병원도 3곳이었으며, 아예 보건소로부터 국고 지원금이 없다고 확인한 병원도 2곳이나 있었다”고 밝혔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비 지급이 천차만별인 것은 각 지자체별 예산 확보 상황에 따라 지급 여부와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비 지원예산은 정부 50%, 지방자치단체(지자체) 50%를 매칭해 지원되는 형태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요신문i’에 “우리 시는 복지부에서 내려온 예산만큼 100% 매칭해서 상반기 운영비를 지급 완료했다”며 “하반기 예산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교부되는 대로 바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상반기에 국비를 받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방비를 함께) 지급하는 게 맞는데 지방비 교부가 지난주에야 완료됐다”며 “이를 또 다시 시·군별로 교부했기 때문에 각 시‧군별 상황에 따라 운영비 지급(시기)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비 지급이 지연되면서 달빛어린이병원이 자체적으로 야간 진료나 검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용재 대한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국고 보조금 지급은 기약이 없는 상태이며 적자 구조로 (달빛어린이병원의) 검사실과 처치실의 운영이 불가해 축소 및 폐쇄가 필연적인 지경에 이르렀다”며 “대학병원 소아응급실 축소 및 폐쇄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야간 소아환자 진료에 더욱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일요신문i’에 “의료 대란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국민들은 아이가 아플 때 믿고 의지할 곳이 달빛어린이병원인데 지원비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또 다시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협조해서 예산의 우선순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정부가 이 제도(달빛어린이병원)를 설계할 때 지역별 필요성 등을 고려한 세심한 설계 없이 신청한 병원대로 받다보니 달빛어린이병원 숫자는 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예산 지원도 지자체랑 협의해서 (운영비가) 잘 지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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